설날 묻지 말아야 할 질문 3가지

2016년 02월 07일 07:00

※ 편집자주: 설날 연휴입니다. 무려 5일입니다. 즐겁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명절이 즐겁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명절 가사 노동으로 고생할 분, ‘결혼 언제?’ ‘취업은?’ 등 애정(?) 어린 한 마디에 상처 받을 분에게 설날 인사하기 꺼려집니다. 명절에 가족들과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을까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에게 지혜롭게 갈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명절마다 만나는 무심한 삼촌, 이모의 한 마디에 아파하는 이 땅의 청춘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청춘이라고 꼭 아파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만, 일단 그 이야기는 접어 두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새해 첫 날부터 ‘지나치게 따듯한’ 관심으로 조카의 ‘청춘’을 확인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진학, 취업, 결혼 여부에 대한 관심은, 의도가 좋았어도 뒤따르는 결과는 부정적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종종 눈치 없는 삼촌, 오지랖 넓은 이모라는 캐릭터가 등장하고는 합니다. 명절을 맞아 그동안 소홀했던 삼촌 노릇, 이모 역할을 한 번에 몰아서 하려는 것일까요?

 

설이나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오랜만에 한복을 입기도 하고, 특별한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큰 절도 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집안도 많습니다. 현대화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전통적인 의례를 가지는 것은, 한 집안에 내려오는 무형의 일체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연락조차 잘 하지 않던 친척들이, 마치 늘 그랬던 양 서로 살갑게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먹고 마시는 축제의 시간입니다. 옛날 옷을 입고, 옛날 음식을 먹으며 옛날처럼 정을 나눕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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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누는 이야기도, 옛날처럼 되고는 합니다. ‘그래. 과거시험에 급제는 하였는가?’ 혹은 ‘혼기를 놓치기 전에 시집을 가야하지 않겠는가?’ 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곧 설 연휴는 끝나고, 축제는 막을 내립니다. 조카에 대한 관심은 고사하고, 친자식과도 제대로 대화할 시간과 여유가 없는 현대인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축제가 끝나고 남기지 말아야 할 것은, 너무 많이 준비한 설 음식만이 아닙니다. 삼촌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입은 상처는, 아마 다음 명절 때까지 남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삼촌이나 이모, 고모 역할을 하고 싶다면, 일단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의 중요한 상황 정도는 미리 알아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소식을 전혀 모르겠으면, 아예 묻지 않는 것도 좋겠습니다. 좋은 소식이라면, 아마 먼저 말했겠죠. 물론 시험의 불합격, 혹은 여전히 미혼인 상태를 잘 알면서도, 괜히 또 물어보는 악취미를 가진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피해야 할 주제는, 단 세 가지입니다. 진학, 취업, 결혼. 물론 나는 이 세 가지 외에는, 조카에게 다른 궁금한 것이 전혀 없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화제가 빈약한 것을 탓할 수는 없으니, 그럴 때는 바로 윷놀이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유서 깊은 집안의 어른으로서, 조카의 진학과 취업, 결혼에 대한 중요한 조언과 충고를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너무 아쉽다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설 연휴가 지나고 나서, 따로 만나 밥이라도 사주면서 조언 해주시길 권유 드립니다. 칭찬은 다른 사람 앞에서 큰 소리로 하고, 충고는 둘이 만나서 조용히 해주는 것입니다. 

 

행복한 설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현재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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