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알파고 개발한 ‘딥마인드’에 7000억원을 투자한 까닭은?

2016년 03월 11일 17:36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국수간의 대결 결과가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물론 많은 세계인들을 집단적인 ‘멘붕’ 상태로 몰아 넣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시계를 2014년 1월26일로 되돌려야 봐야 한다.

 

그날은 구글이 영국 벤처기업 딥마인드 테크놀러지(이하 “딥마인드”) 인수를 발표한 날이다. 2010년 설립된 딥마인드는 2013년 페이스북과의 인수협상이 결렬된 것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끈 바는 있었으나,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벤처 기업에 불과 했다.  

 

구글딥마인드 제공
구글딥마인드 제공

●구글이 딥마인드에 거금을 투자했다. 도대체 왜?

 

놀라운 것은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하는데 약 7000억원 내외의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설립된 지 4년도 안됐고 별다른 매출이나 이익을 창출했을 리 만무한 직원 50여명짜리 회사를 인수하는데 그 엄청난 금액을 지불한 것.

 

물론 인터넷 모바일 업계에선 이러한 M&A가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다. 2006년 11월 별다른 매출이 없던 유투브를 구글이 약 2조원에 인수하여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키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2001년 2월 유즈넷 서비스 업체인 ‘데자(Deja)’의 인수부터 시작되어 지난 2016년 2월 싱가폴의 모바일앱 ‘파이(Pie)’의 인수까지, 구글의 알려진 총 188개 인수건 중에서 딥마인드가 단연 눈에 띄는 이유는 지불한 인수 대금 대비 인수 목적이 너무 모호했기 때문이었다.

 

14조원의 모토롤라는 특허를, 4조원의 ’네스트(Nest)’는 스마트홈 제품을, 3.5조의 ‘더블클릭’은 광고 서비스를 위해서라는 명확한 전략적 목적이 있었다. 반면 딥 마인드의 인수 시점에서 회사의 딱 한 페이지짜리 웹사이트에는 “최첨단 인공지능 회사”라는 모호한 소개만 쓰여있던 것이 다였다.

 

왼쪽부터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 무스타파 슐레이만, 셰인레그  - 구글 제공
왼쪽부터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 데미스 하사비스, 무스타파 슐레이만, 셰인레그  - 구글 제공

●구글이 인수한 것은 회사 아닌 ‘사람’

 

실재로 당시 구글의 인수 발표 이후, 온갖 매체들마다 과연 구글이 딥 마인드로 무엇을 하려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추측을 쏟아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2014년 당시 시점에서 이른바 딥 러닝 분야의 전문가는 세계적으로 약 50여명에 불과했고, 그 중 10여명 이상이 딥마인드에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구글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딥마인드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무얼 해야할 지 아는 사람들을 확보하기 위해 거액을 투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체스 영재였다가 여러 히트 게임의 제작한 후 딥마인드를 창업한 76년생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가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도 있는 인공 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인간(의 지능)을 엄청난 거금을 주고 사야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에게, 아직까지 그 유일한 해법이란 자신 밖에 없다는 아이러니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

 

그러나 구글은 딥마인드가 인공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을 만들어내는 순간, 더 이상 인간(의 지능)을 인수하는데 돈을 쓸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구글(현재의 알파벳)의 시가총액 550조를 수십, 수백 배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7000억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금액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생명과 우주와 모든 것들에 대한 해답은 ‘42’라구?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구글의 야심찬 계획이,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엑스 마키나>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블루 북이라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창업자이자 CEO가 회사 직원 한 명을 별장에 초대하여 자신들이 비밀리에 만든 인간형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튜링 테스트를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엑스 마키나’ - UPI 코리아 제공 제공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엑스 마키나’ - UPI 코리아 제공 제공

누가 봐도 블루 북은 구글이고, CEO는 데미스 하사비스(혹은 래리 페이지)다. 놀랍게도 구글은 가장 진보된 로봇 업체로 잘 알려진 보스턴 다이나믹스도 인수하여 소유하고 있다. 딥마인드의 인공 지능과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로봇이 만나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을 혼란에 빠뜨리는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Ava)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말 특이점(singularity) 도래한 이후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결국 인간은 인공 지능에게 “생명과 우주와 모든 것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면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인 깊은 생각(Deep Thought)은 무려 750만년 동안 생각을 한 후에, “42”라는 답을 내놓는다. 왜 42냐고? 인간의 지능으로는 그걸 설명한다고 한들 이해할 수가 없다. 이세돌과 바둑을 두는 알파고의 한 수 한 수를 인간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과 똑 같이 말이다.


구글에 접속해 “answer to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을 검색해보자. 구글은 42라는 답을 보여주고 있다. 여전히 왜인지 우리는 이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구글애서 ‘answer to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를 검색하면 ‘42’라는 답이 나온다. - 구글 검색 화면 제공
구글애서 ‘answer to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를 검색하면 ‘42’라는 답이 나온다. - 구글 검색 화면 제공

※ 참고
구글이 딥마인드 인수는 “구글의 10대 황당한 인수” 중 하나로 꼽힌 바 있다(테크 인사이더).

구들의 딥마인드 인수는 결국 딥 러닝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MIT 테크로롤지 리뷰).

 

※ 필자소개

 

이철민.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현재 사모투자회사(PEF)에서 M&A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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