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거금 들여 중력파 검출기 건설, 왜? ‘돈벌라구!’

2016년 03월 27일 08:05

알파고의 충격이 있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류는 중력파의 발견이라는 전대미문의 과학적 성과에 취해 있었다. 100여 년이 지나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검증되었고, 이를 통해 우주를 보는 새로운 눈이 생겼으며, 결국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내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흥분과 기대가 미디어를 뒤덮었다.

 

지구에서 1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블랙홀 2개가 서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충돌로 시공간의 뒤틀림이 관측됐다. - LIGO 제공
지구에서 10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블랙홀 2개가 서로 합병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충돌로 시공간의 뒤틀림이 관측됐다. - LIGO 제공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도대체 중력파가 뭐기에 이리 난리인가라는 궁금증이 널리 퍼졌고, 많은 이들은 결코 쉽게 이해하기 힘든 중력파의 개념과 그 발견 과정을 이해해보려고 인터넷을 뒤지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대부분 한계에 부딪혀 실패했지만 말이다.

 

●인터스텔라과 중력파는 무슨 관계?

 

그러나 그 과정을 겪은 극히 일부 일반인들을 매우 흥미롭게 한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중력파의 발견에 산파 역할을 한 결정적인 인물 중에 한 명이 영화 <인터스텔라> 시나리오의 초고를 쓰고 과학 자문을 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의 킵 손 교수(사진)였다는 사실이다.

 

킵손 홈페이지, 까치 제공
킵손 홈페이지, 까치 제공

벌써부터 노벨 물리학상을 따 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여겨지는 그는, 1984년 미국과학재단을 통해 이번에 중력파를 발견한 LIGO(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의 건설 프로젝트를 주도한 3인의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중력파의 발견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던 그가 그 열망을 투영함으로써 시작된 작품이 바로 <인터스텔라>라는 사실이다. 이는 영화의 개봉 이후 그가 출간한 <인터스텔라의 과학>(사진 오른쪽)에서 매우 상세하게 그려진다.


이 책 16장 <웜 홀 발견: 중력파>에는 토성 근처에서 웜 홀이 발견되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설정에 있어 중력파가 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이 다음과 같이 기술 되어 있다.

 

- 영화 속 브랜든 교수(마이클 케인)는 20대 때부터 (마치 킵 손 자신처럼) LIGO 프로젝트의 부책임자였다.    
- 2019년 어느 날, 기존에 관측된 어떤 중력파보다도 훨씬 강력한 중력파가 LIGO에 포착되었는데, 블랙홀 주위를 도는 중성자별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 그런데 그 중력파가 온 방향을 확인해 보니 다름 아닌 토성 근처였다. 이는 물리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 따라서 토성 근처에 웜 홀이 생겼고 그를 통해 다른 우주에서 블랙홀를 도는 중성자별에서 나온 강력한 중력파가 전달되고 있다는 추정을 하게 된다.
  


이런 내용은 킵 손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린다 옵스트와 2006년에 쓴 <인터스텔라>의 초고에 담겨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놀란 형제가 각본과 감독을 맡으면서 많은 과학적 근거들을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을 아예 빠져버리고 그냥 어느 날 토성 근처에 웜 홀이 발견되는 것으로 단순화됐다.

 

영화 인터스텔라 장면. - 워너브라더스 제공
영화 인터스텔라 장면. - 워너브라더스 제공

● 전자기파가 그랬듯, 중력파도 세상을 바꿀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이야기와 함께 중력파와 LIGO에 대한 아주 자세한 설명이 기술되어 있었지만,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이에 대해 깊이 있게 받아들인 이는 (필자를 포함하여) 거의 없었다.

 

정작 킵 손 조차도 최초의 중력파 탐지가 “2020년 안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술해 놓고 있을 정도로, 중력파 탐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력파 탐지가 어렵고 아직도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일 수 밖에 없으니, 중력파 탐지를 위한 시설인 LIGO에 건설에 들어가는 수천억 원(최근에 지어진 Advanced LIGO의 경우 약 6억2000만 달러가 소요됨)을 직접 부담하여 추가적인 LIGO 설비를 설치하는 일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검출 효율성을 높이고 우주의 더 많은 영역을 탐지하기 위해 남반구인 인도에 설치하려고 했던 LIGO-India(또는 INDIGO)의 건설 계획은, 그 막대한 비용 때문에 2012년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후로 계속 인도 정부로부터 승인을 계속 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 2월 중력파의 검출 소식이 알려지고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LIGO-India 건설 계획을 승인한다는 깜짝 발표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선진국도 아닌 인도가 그런 천문학적인 거금을 들여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맞을까?

 

LIGO 연구팀이 레이저 간섭계를 테스트 하고 있다. - LIGO 제공
LIGO 연구팀이 레이저 간섭계를 테스트 하고 있다. - LIGO 제공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영국의 방송 통신 관련 규제기관인 OFCOM이 발표한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17개국의 방송 통신 관련 시장의 규모는 2014년 기준 1400조 원이나 된다. (자료 참조☞ OFCOM이 발간한 2015년 국제 통신 시장 리포트). 이 시장은 전자기파의 발견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1886년 전자기파를 처음 발견한 헤르츠는 정작 “전자기파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했었다.

 

그렇다. 인도는 중력파의 가능성에 배팅을 한 것이다. 비단 우주 관찰하는 새로운 눈이 되고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아낼 수 있는 과학적 성과의 초석이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파와는 달리 지구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통화해서 전달되는 중력파가 만약 어떤 식으로든 상용화된다면 그 가능성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 필자소개
이철민.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현재 사모투자회사(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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