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떠나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대재앙의 시작?

2016년 06월 04일 20:45

지난 16년간 무려 190여개의 회사를 인수했고 지금 이 시점에 보유 현금이 약 80조원가 넘는 세계적인 회사가 관련 전문가들은 물론 대중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자회사를 팔기로 결정했다면, 거기엔 분명 아주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의 로봇 제작 자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이하 “BD”) 매각에 관한 이야기다.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대표적인 로봇들 - 보스톤 다이내믹스 제공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대표적인 로봇들 - 보스톤 다이내믹스 제공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된 것처럼, 구글이 BD 매각을 결정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두 회사가 가진 로봇에 대한 현격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차는 1986년 다리를 가진 로봇을 연구하는 MIT의 ‘레그 랩(Leg Lab)’에서 일하던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가 1992년 BD를 설립한 것에서 시작된다.


설립 이후 레그 랩의 경험을 기반으로 BD가 선보인 ‘아틀라스(Atlas)’, ‘빅도그(BigDog)’, ‘와일드 캣(Wild Cat)’  등 모든 로봇들은 산속에서, 길에서, 혹은 공장 안에서 걷거나 뛰는 2족 또는 4족 보행로봇들이었다. BD 스스로가 자신들의 미션을 “놀라울 정도의 이동성, 민첩성, 활용성 그리고 속도를 보유한 지상에서 가장 뛰어난 고성능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 정의한 것도 일맥상통하는 부분.


그런 BD를 안드로이드의 아버지인 앤디 루빈이 이끄는 구글X가 다른 8개의 로봇 회사들과 함께 인수해 ‘리플리컨트(Replicant)’라는 이름의 부서로 만든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당시 앤디 루빈은 BD에게 단기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기 보다는 장기적 시각에서 자유롭게 기존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는 아주 행복한 결혼처럼 보였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Tyrell사에 의해 만들어진 전투용 로봇 로이 - 워너 브라더스 제공
블레이드 러너에서 타이렐(Tyrell)사에 의해 만들어진 전투용 리플리컨트 로이 - 워너 브라더스 제공

그러나 2014년 10월 앤디 루빈이 갑작스럽게 구글을 떠나면서, BD를 비롯한 로봇 회사들은 구글 안에서 방향을 잃어버리고 구글과의 반목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구글의 새로운 담당자들은 가정 혹은 사무실에서 쓸 수 있는 (예를 들어 바퀴가 달린) 가전제품 같은 로봇의 제작 및 출시를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BD의 시각과는 전혀 달랐던 것.


그렇게 시작된 반목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사건이 바로 지난 2월에 BD가 공개한 2족 보행 로봇인 아틀라스의 소개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rVlhMGQgDkY)에 대한 구글 내부의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아틀라스가 일부 미디어와 대중들에게 매우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면서, 자회사가 만드는 제품이 그런 이미지를 가져서도 안되고 그 이미지가 구글에 연계되어서도 안 된다는 홍보 담당자의 내부 이메일이 공개되었던 것이다.


결국 그 이후 구글은 BD의 매각을 고민하게 됐고, 마침 지난해 11월에 설립된 도요타의 미국 내 자회사 TRI(Toyota Research Institute)가 관심을 보이면서 매각이 급물살을 타게 된다. 주목할 것은 그 간 2족 보행 로봇 아시모(Asimo) 등을 선보이며 로봇 산업에 있어 선도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경쟁사 혼다와는 달리 도요타는 그간 로봇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사이버다인 시스템즈 - 오리온픽처스 제공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사이버다인 시스템즈 - 오리온픽처스 제공

그런 도요타가 TRI의 대표로 MIT 레그 랩에서 BD의 창업자 마크 레이버트와 같이 일했던 길 프랫(Gill Pratt)을 선임하고 많은 구글의 로봇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해온 것으로 봤을 때, BD의 인수를 전략적으로 준비되어 왔다는 인상이 짙다. 혼다 등 경쟁사와의 로봇 분야에서의 격차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길이라 믿고 전략적으로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그렇다면 도요타는 BD의 인수에 얼마를 배팅할까? 구글이 BD를 인수한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거래가 확정되더라도 그 금액이 공개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TRI가 설립 후 5년간 약 1조원의 투자 예산을 부여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BD의 인수가격은 수천억 원대 수준일 것이라는 예측이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약 가격이 맞아 도요타가 BD의 인수에 최종적으로 성공한다면, 도요타는 BD를 어떻게 활용할까? 일각에서는 도요타가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개발에 있어 BD의 기술력을 활용할 것이라는 예상도 내놓았지만, 이는 지금까지 BD의 연구개발의 방향이 궁극적으로 전쟁 혹은 재난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보행 로봇들이지 바퀴가 달린 자동차는 절대 아니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Cyberdyne의 T-1000 - 드림팩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터미네이터2에 등장하는 사이버다인의 T-1000 - 드림팩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노인 인구를 도와줄 수 있는 로봇으로 시작으로, 재난 대비용 로봇을 지나 장기적으로는 치안용, 군사용 로봇의 제작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지 않을까 한다. 만약 이런 예측이 맞는다면 우리가 수 많은 영화들에서 봐온 것처럼, BD가 구글을 떠나 도요타에 매각되는 것은 어떤 큰 불행의 시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SF걸작으로 최근 2편이 제작되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에서 전쟁용 로봇(리플리컨트)들을 만든 타이렐(Tyrell Corporation)이나,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Robocop, 1987)에서 디트로이트를 지키는 치안 로봇을 만든 옴니콥(OmniCorp)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것.

 

로보캅에서 Omni Corp이 만든 치안용 2족 보행 로봇 ED-209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로보캅에서 옴니콥(Omni Corp)이 만든 치안용 2족 보행 로봇 ED-209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하지만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터미네이터들을 만들어내는 사이버다인 시스템즈(이하 사이버다인)에 비하면, 앞서 언급한 영화 속의 두 회사가 일으키는 사건들은 뭐 그냥 가볍게 넘길 수도 있는 수준이다.  사이버다인은 컴퓨터 프로세서를 만드는 회사였다가 미래에서 온 T-800의 잔해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여 확보한 기술로 미국방성의 무기 체계(훗날 스카이넷이 됨) 개발을 맡게 되는데, 그 결과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전지구적인 재앙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도요타의 BD인수가 진짜 그러한 재앙의 길로 가는 시발점이라고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도요타가 구글이 원하는 일종의 친화적인 가전제품과 같은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BD를 끌고 갈 것이고, 그 궁극적인 결과물의 파장을 도요타 조차도 예측하고 제어할 수 없을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 보스턴 다이내믹스

☞ 사이버 다인 시스템스의 개요

☞ 영화 속에 등장한 100대 위대한 로봇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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