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면 더 좋은 걸 주지~” 마쉬멜로우 실험의 다른 이야기

2016년 06월 07일 15:30

서너살 정도 된 아이들 앞에 모락모락 맛있는 마쉬멜로우, 쿠키, 사탕 등을 놓는다. 그리고서 “먹고 싶겠지만 참으면 더 맛있는 걸 주지 (후후)”라면서 아이들을 기다리게 한다. 이 때 ‘미래의 더 큰 보상’을 위해 당장의 유혹을 뿌리치고 현재의 즐거움을 미룰 줄 안 아이들, 즉 더 오랜 시간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이후 성적도 좋고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 높았다는 등의 연구들이 다수 이루어진 바 있다. ‘마쉬멜로우 실험’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한 실험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연구자들은 미래의 더 큰 보상 또는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재의 유혹을 뿌리칠줄 아는 능력, 즉 ‘만족 지연(delay of gratification)’이 삶에 각종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데 중요한 요소임을 밝힌 바 있다.

 

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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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심리과학지(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만족 지연이 중요한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당장 자원이 부족한 ‘가난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의 경우, 불확실한 미래의 보상을 기다리는 것보다 현재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바로 얻는 게 더 적응적인 행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두 개의 실험을 통해서 이 가능성을 확인했다. 먼저 이들은 cardiac vagal tone(부교감신경 긴장도)이라는 생리적 지표에 주목했다. 이는 부교감 신경의 활동을 나타내는 한 가지 지표로 기존 연구들에 의하면 아이들의 경우 부교감신경 긴장도의 최저치가 높을수록 주변 환경 단서를 잘 알아채고 차분한 판단을 하며, 먼 미래의 목적을 위한 만족 지연을 잘 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부유한 아이들(2~5세)의 경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주변 환경을 잘 고려할수록) 기존 연구들의 발견대로 나중의 보상을 고려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리스크가 높은 가난한 환경의 아이들은 이 지표가 높을수록 정반대의 행동을 보이며 보상을 빨리 취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


연구 결과, 실제로 같은 생리적 지표가 ‘환경’에 따라 정반대의 행동과 관련을 보임이 나타났다. 부교감신경 긴장도의 기저 수준이 높을수록 부유한 아이들은 만족 지연을 잘 하는 반면, 가난한 아이들은 반대로 만족 지연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긴장도가 낮은 아이들은 환경에 따라 만족 지연 정도에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환경에 예민한 아이들만이 자신이 속한 환경의 자원 상태에 따라 만족을 지연하거나 반대로 바로 취하는, 환경에 기반한 판단과 행동을 보였다.


물론 부교감신경 긴장도라는, 간접적인 한 가지 지표만 가지고 환경 단서에 민감한 정도를 측정했다는 점 등에서 이 연구가 가지는 헛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만족 지연이라는 것이 기존에 학자들과 사회가 생각했던 만큼 ‘모든’ 환경에 있어서 만능이 아닐 수 있다는 점, 또한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적응’적인 행동일 수 있다는 생각거리를 던져준 점에서 관심 가질만한 연구라는 생각이 든다.


관련해서, 개인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나의 지인 한 명은 형제가 많은 대가족에서 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먹든 항상 ‘빨리’ 먹는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경쟁자가 많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가용 자원이 부족한 환경에서는 뭐든지 눈앞에 있을 때 잡아야만 확실히 자기 것으로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사람의 경우도 ‘만족 지연’을 잘 하는 아이는 아니었겠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상당히 똑똑하고 적응적으로 행동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생각해볼만한 것이 상대적으로 ‘권력’을 가진 사람들과 가지지 않은 사람들 간의 심적 여유의 차이이다. Keltner 등 학자들의 연구들에 의하면 권력감이 낮은 사람들은 비교적 당장의 생존에 급급한 편이고 때문에 비교적 근시안적인 판단을 내리기 쉽다고 한다. 반면, 권력감이 높은 사람들은 비교적 느긋하며, 도전 등 리스크를 짊어지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 등 ‘미래를 위한 투자’나 멀리 내다보는 판단 등에 상대적으로 이점을 갖는다고 한다. 이런 심적 위기감 및 여유의 차이가 ‘포커스’의 차이를 가져오고 그것이 또 빈익빈부익부를 만드는 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겠냐는 시사점을 주기도 했다.


우리 인간의 행동은 ‘맥락’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점을 기억하고 다양한 맥락에서 생존을 위해 어떤 행동들이 나타나며, 그것들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그것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어떤 개인적 또는 사회적 단위의 대책들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것이 역시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다. 여기에서 소개한 연구처럼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의 상황과 목소리를 대변해줄 연구들이 더 많이 이루어지길, 더 많은 논의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 참고문헌
Sturge-Apple, M. L., Suor, J. H., Davies, P. T., Cicchetti, D., Skibo, M. A., & Rogosch, F. A. (2016). Vagal tone and children’s delay of gratification: Differential sensitivity in resource-poor and resource-rich environments.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6640269.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시공사 제공

※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가 출간됐습니다. 세상은 ‘나’를 참 힘들게 합니다. 왜 아파야 청춘이고,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걸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평온하게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내 맘속을 들여다 본 듯, 공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뇽뇽 작가의 말에 귀기울여보세요. ‘나’를 사랑하며 행복해질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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