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파 망원경 ‘톈옌’, 차이나 쇼크의 정점인가 시작인가?

2016년 07월 08일 14:00

자조적인 농담일 수도 있지만 항간에는 ‘한국이 중국을 무시했던 것은 지난 40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시작한 7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서 2010년 전후까지, 실재로 우리는 중국과 중국 사람들을 무시하며 살아왔다. 가난한 공산주의자들이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살면서 싸구려 저가 모방품이나 만드는 나라쯤으로 생각하며, 실재로 중국인들을 낮춰보는 시각이 분명히 있었던 것.

 

지난 4일 중국 구이저우성에 완공된 초대형 전파 망원경 톈옌
지난 4일 중국 구이저우성에 완공된 초대형 전파 망원경 톈옌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이런 시각은 사라졌고 수천 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다시 중국을 견제하며 공생해야 하는 나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화됐다. 놀라운 점은 그러한 변화가 우리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IT소비재 분야에서 먼저 시작됐다는 것. 애플의 짝퉁이라고 치부되던 샤오미의 신제품들에 환호성을 지르는 팬들이 생겨나고, 새로운 산업으로 각광받는 드론 분야에서는 DJI 제품을 최고로 꼽는 것이 이제 너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가 잘 모르는 중국의 놀라운 면이 있으니, 바로 우주항공 분야의 눈부신 발전상이다. 차세대 운반로켓 ‘창정(長征) 7호’의 발사, 이를 통해 궤도에 올려진 ‘톈위안 1호’ 위성에서 우주궤도상 연료주입 실험 성공, 2024년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은퇴 후 전 세계에서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될 톈궁(天宮) 2호 구축, 국유 항공기 제작사인 COMAC의 자체 제작한 여객기 ARJ-21의 첫 상업 운항 등의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고 있을 정도다.

 

중국 국영 항공기 제작사인 COMAC이 제작해 상용 운행을 시작한 여객기 ARJ-21 - COMAC 제공
중국 국영 항공기 제작사인 COMAC이 제작해 상용 운행을 시작한 여객기 ARJ-21 - COMAC 제공

이렇게 우주항공 분야에 있어서 만큼 중국은 우리나라를 최소 10년 이상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오히려 일본과 대등하게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공학 부문에서의 경쟁의 원천이 되는 기초과학 분야에서도 중국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1년 구이저우(貴州)성 첸난(黔南)주 핑탕(平塘)현 산림지대에서 공사를 시작해 지난 7월 4일 건설공사가 마무리된 전파망원경 '톈옌'(天眼)이다.

 

중국이 인류를 구원할 최첨단 방주를 제작하는 나라로 묘사되는 영화 2012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중국이 인류를 구원할 최첨단 방주를 제작하는 나라로 묘사되는 영화 2012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9월부터 시험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톈옌은 구경 500m의 구형 전파망원경(FAST, 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으로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지름 300m 규모의 미국 아레시보 천문대의 망원경보다 크고, 576m 직경의 러시아 RATAN-600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파망원경이 된다. (다만 RATAN-600은 반사판이 전체 면적을 차지하지 않은 방식이라, 이를 고려할 경우 사실상 톈옌이 가장 큰 반사판을 가진 전파망원경이 된다.)


이러한 중국의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극적인 위상 변화는 사실 이미 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에서도 다루어졌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09년에 개봉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존 쿠삭 주연의 재난 영화 <2012>다. 고대부터 예언되어 왔던 인류의 멸망이 2012년도에 전세계적인 지진, 화산 폭발, 거대한 해일을 통해 실현될 것을 우려한 각국의 정부가 비밀리에 인류 구원 계획을 세우는데 그 핵심이 바로 중국에서 제작되는 최첨단 방주로 설정되기 때문이다.

 

영화 2012에서 중국이 전지구적 재앙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제작한 방주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영화 2012에서 중국이 전지구적 재앙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제작한 방주 - 소니 픽쳐스 릴리징 브에나 비스타 영화(주) 제공

영화 속에서 미국의 장관은 거대한 방주 제작시설을 목도하고는 “중국인들은 역시 대단해… 불가능하다 생각했는데… 그 짧은 시간에…”라고 혼잣말을 한다. 물론 영화의 제작이 시작된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의 영화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중국 관객들을 고려해서 그러한 설정을 넣은 것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제조업과 과학기술 수준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는 현상이 동반되었기에 충분히 개연성 있는 설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일본이 최첨단 우주 탐사 장비를 제작하는 나라로 등장하는 영화 콘택트 - 워너브라더스 제공
일본이 최첨단 우주 탐사 장비를 제작하는 나라로 등장하는 영화 콘택트 - 워너브라더스 제공

그러나 개봉 당시 우리나라 관객들 상당수는 중국이 갑작스럽게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등장에 놀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이러한 첨단 제조기술을 가진 아시아 국가의 이미지는 항상 일본이 독식해왔었기 때문이다.

 

1997년 개봉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조디 포스터 주년의 SF 영화 <콘택트>를 보면, 외계인이 보내준 정보에 따라 초대형 우주 탐사 장비가 2개 건설되는데 하나는 미국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일본에 건설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일본이라면 충분히 그러한 최첨단 장비를 건설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당시 관객들이 받아들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 콘택트에서 외계인의 신호에 따라 일본에 건설된 우주 여행 장비 - 워너브라더스 제공
영화 콘택트에서 외계인의 신호에 따라 일본에 건설된 우주 탐사 장비 - 워너브라더스 제공

여하튼 미국이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에 충격을 받았던 ‘스푸트니크 쇼크’ 수준은 아니더라고, 한국인들에게 톈옌의 등장은 분명 중국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외부에서의 시각과는 달리 무려 1300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톈옌과 같은 기초과학 설비를 건설하는 것이 과연 중국의 현 상황에 맞는 것이냐는 의문이 중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별 계층별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중국의 현 상황에서 그러한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 수 천명의 주민을 이주하면서까지 전파 망원경을 건설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쉽게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정부가 기초과학에서 세계 최고의 설비를 가지는 것과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참고
☞ 위키피티아 톈옌(FAST, Five hundred 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

☞ 유투브 BBC 톈옌 건설현장 뉴스

☞ 유투브 <2012> 방주 장면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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