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다가

2016년 07월 16일 18:00

장인 기일(忌日) 즈음인 지난 주말에 처가속이 처갓집에 모였다. 먼저 도착한 처남이 마당에 널따란 그늘막을 쳐놓고 의자들도 여러 개 둘러놓은 덕분에 나는 볕을 피해 편히 앉아서 서해에서 불어오는 갯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는 마당가 보랏빛 도라지꽃을 바라보다가 잠자리 날갯짓 같은 옅은 졸음에 싸여 있었다. “아주버님도 하나 드세요.” 눈꺼풀이 막 닫히는 찰나, 처남댁이 아이스크림 하나를 들고 눈앞에 서 있었다. 40년 전 히트 상품 ‘ㄴㄱ바’였다. 원통형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밀크초콜릿을 씌운 게 옛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그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핥아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그렇게 먹는 게 가장 맛있기에.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내가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는 이유는 대략 이렇다. 그것은 가장 부드러운 음식이기에 미각기관인 혀로 핥아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고; 그것은 가장 차가운 식품이기에 자칫 시릴 수도 있는 치아에 닿지 않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고; 서너 입이면 사라질 아까운 그것을 최대한 천천히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세 사라져 아깝다는 마음의 태도는 그만큼 아이스크림이 맛있다는 반증일 터이다. 내 경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서부터는 쌉싸래한 맛을 좋아하게 되어 단맛 나는 음식들은 선호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오랜만에 그 옛 맛을 대하니 그 시절 내 습성이 되살아났다.


오늘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무엇일까. 피자나 햄버거일까, 과자나 초콜릿일까,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일까. 아이들마다 생활환경과 식습관과 입맛이 다를 것이기에 설문조사를 한다면 가짓수에 따라 물결 모양의 분포도가 그려지겠지만, 그럼에도 아이스크림의 선호도가 그중 최고점에 위치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맛에, 차가운 성질까지 더해진 그것이야말로 높은 열량뿐 아니라 몸의 열기도 식혀주는 두 가지 장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많은 아이들이 요즘 같은 불볕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교 운동장이든 공원이든 놀이터에서 뛰놀기를 주저하지 않으니 금세 배고파질 것이고 땀에 젖은 몸도 식혀야 할 테니 말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종류는 무엇일까. 내 오랜 습관처럼 핥아 먹기에 좋은 아이스크림은 ‘하드’보다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지만, 이 역시 같은 값이라면 아이들은 저마다의 기호에 따라 냉동고 안에 넣은 손에 쥐어지는 게 다르겠지만, 폭염주의보까지 자주 발령되는 요즘에는 아마도 부드럽고 달콤한 맛의 ‘소프트’ 아이스크림보다는 얼음처럼 빙결된 차가운 ‘하드’ 아이스크림을 더 많이 선택하지 않을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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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온 날들이 짧아 어른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의 선택은 종종 어리숙해 합리적이지 못할 때가 많다. 반면, 아이들의 천진하고 투명한 욕구는 세상의 어떤 영악한 간섭도 끼어들지 않은 본원(本源)의 필요에 닿아 있는 때도 많다. 그러니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순수한 욕구의 의미를 잘 살피고, 아이들이 슬퍼하는 일들은 줄이고, 아이들이 기뻐하는 일들은 늘여나가는 제도를 공고히 한다면, 훗날의 우리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달콤하고 시원한 한여름의 아이스크림 같은,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을 닮은 상쾌한 사회를 건축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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