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11회] 닌텐도, 제2의 마블이 될 것인가?

2016년 07월 17일 09:35

 

닌텐도의 화려한 부활을 가져온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 포켓몬고 홈페이지 제공
닌텐도의 화려한 부활을 가져온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마치 애플이 아이맥(iMac)을 처음 선보였던 1998년을 떠올리게 한다. 한때 영화를 누렸으나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갈라파고스를 만들어 그 안에서 과거의 향수에 빠져 있는 고객들만을 상대로 사업을 하며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던 한 기업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흐름을 한 두 단계 건너 뛰는 놀라운 제품을 내 놓으면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한 물 간 기업 ‘닌텐도’, 하루 아침에 재기... 어떻게?

 

최근 전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업, 닌텐도의 이야기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닌텐도 고>의 예상치 못했던 전세계적인 성공과 그에 따른 주가의 폭등 그리고 정식 서비스가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속초 원정대 현상까지 너무 많은 정보와 뒷 이야기들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다루어지면서 닌텐도는 하나의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사실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했던 <닌텐고 고>의 출시 직전까지만 해도, 닌텐도는 한 물이 아니라 이미 여러 물간 퇴물 취급을 받았던 것이 사실. 콘솔 게임 시장의 절대강자이자 모바일 게임 시장의 개척자로 군림했던 시기는 가고, 콘솔 시장에서는 Wii U가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에, 모바일 시장에서는 닌텐도3DS가 스마트폰에 완전히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닌텐도가 자사의 플랫폼만을 고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인기 게임들을 특히 모바일 플랫폼에 이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닌텐도는 이를 철저히 거부해왔던 것.


필자가 영국 출장 중 플레이란 포켓몬 고의 스크린 샷2 - 이철민 제공
필자가 영국 출장 중 플레이란 포켓몬 고의 스크린 샷2 - 이철민 제공

이런 닌텐도의 시대착오적인 전략은, 당연하지만 회사의 곤두박질치는 실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2009년 전세계적으로 무려 20조 원에 이르면서 정점을 찍었던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5년엔 5조 원을 밑돌았고, 영업이익은 2012년부터 적자로 돌아서서 2014년에 5000억 원 가까운 손실을 내다가 2015년이 되어서야 2000억이 넘는 흑자로 전환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2015년의 흑자도 아베 노믹스에 따른 엔화의 절하 효과에 힘입은 바가 컸기에, 이를 회생의 신호라고 읽기는 어려웠다.

 

이랬던 닌텐도를 하루 아침에 다시 신데렐라로 다시 주목받게 만들면서 불과 1주일만에 주가를 86% 상승, 시가총액을 약 20조 원 증대하게 만든 장본인인 <닌텐도 고>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닌텐도가 iOS나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주류 플랫폼을 애써 무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일소하면서도 동시에 증강현실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자사가 가진 가장 강력한 콘텐츠를 접목시킴으로써 게임 산업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주체로 다시 한번 우뚝 섰기 때문이다.

최근1년간 닌텐도의 주가 흐름 7월 7일 포켓몬 고의 출시 이후 주가가 86% 상승했다.
최근1년간 닌텐도의 주가 흐름 7월 7일 포켓몬 고의 출시 이후 주가가 86% 상승했다.

 

특히 <포켓몬>은 물론 <마리오>, <동킹콩>, <젤다의 전설> 등 수많은 인기 콘텐츠를 보유한 이른바 슈퍼 IP(Intellectual Property) 기업임에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왔음을 생각하면, <포켓몬 고>의 성공으로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된 것뿐이라는 시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닌텐도의 다양한 게임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이제 구매력이 있는 20~30대가 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지속적으로 등장할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들을 접목해 성공적인 게임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증명한 셈인 것.

 

●닌텐도, 애플-마블의 성공 신화 이어갈까?

 

이렇게 잊혀져 가면서 서서히 죽어가던 기업이 일거에 새로운 상품과 전략을 가지고 화려하게 부활한 사례는 앞서 언급한 애플 말고도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사례는 아마도 마블(Marvel) 엔터테인먼트일 것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일반적인 한국인들에게는 그 이름조차 생소했던 마블은 이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대명사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1939년 설립된 만화 출판사 마블 코믹스를 모태로 하여 1986년 설립된 마블 엔터테인먼트(마블 스튜디오 등 관계사 포함; 이하 마블)는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다가 1991년 주식시장에 상장을 했다. 그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트레이딩 카드 회사, 장난감 회사, 스티커 제작사, 만화 배급사 등을 지속적으로 인수하여 몸집을 불렸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하고1995년 5000억 원대의 적자를 내면서 결국 1996년에 파산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칼 아이칸 등 이른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 대상이 되면서 여러 차례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는 경쟁사 DC코믹스가 타임 워너라는 든든한 모회사를 두고 70~80년대 <슈퍼맨> 시리즈과 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지속된 <배트맨>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영화화 하면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갔던 것과는 매우 대조되는 상황이었다.

 

마블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영화 아이언 맨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마블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영화 아이언 맨 -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제공

마블은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인 <엑스맨> 시리즈의 영화 판권을 20세기 폭스사에, <스파이더 맨>를 소니 픽쳐스에 넘기면서 회생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시가총액이 2001년 약1000억 원까지 떨어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다 판권을 넘긴 <엑스맨>과 <스파이더 맨>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경험한 마블도 영화 사업의 가능성에 베팅하였고, 2008년 존 파브로 감독의 <아이언 맨>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이를 통해 마블의 슈퍼 IP가 가진 가능성을 본 디즈니가 2009년 약 4조5000억 원을 가치를 인정하고 마침내 마블을 인수하게 된다.

 

디즈니의 인수 이후 마블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다.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영화와 TV시리즈 그리고 게임 등을 통해 만들어내고 있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생각해보면, 이 회사가 한 때 단돈 1000억 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새로운 미디어와 플랫폼이 등장하고 그 속에서 치열하게 콘텐츠와 서비스로 승부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오랜 기간 검증된 IP를 누적해온 기업들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대될 수 있음을 닌텐도와 마블이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디즈니는 마블이 가진 슈퍼 IP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디즈니는 마블이 가진 슈퍼 IP기업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하고 성공적으로 인수했다

 

※참고
포켓몬 고 홈페이지

☞ 마블은 어떻게 파산으로부터 벗어나 슈퍼히어로가 되었나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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