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사료, 이렇게 골라보세요!

2016년 09월 23일 20:00

▼ 개소리 요약:
Q. 사료는 어떤 것을 먹이는 것이 좋을까요?
A. 무엇을 상상하든 주인이 처음 생각했던 대로 될 거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개가 좋아하되, 개 건강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GIB 제공
GIB 제공

 사람이 살아갈 때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가 의, 식, 주라고 하지요. 개도 마찬가질 겁니다. 개에게 털이 있고 그 외의 ‘의’는 사람이 주는 것일 테니 식, 주가 필수적이라고 하겠지요. 반려견으로 자리를 잡았다면 ‘주’도 해결이 된 것일 테니 ‘식’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 ‘식’이야 말로 개에게 사람이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아이템이지요. 야생의 늑대가 사람의 손에 길들여지기로 결심했던 바로 그 이유니까요.

 

저희 집 개님이 처음 왔을 때, 그리고 휴대폰 너머로 공포의 목욕 문제(☞집에 갓 데려온 강아지, 목욕시켜도 될까요?)가 해결된 뒤에 고민하는 건 ‘뭘 먹일까’라는 고민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이 일상화된 현대에서는 수많은 사료들이 존재하며 그 중 뭘 고를지 시작부터 곤란해 집니다. 사료로 끝나면 다행입니다. 생고기를 주네, 생야채를 주네, 간식은 어떻네, 수제 간식은 어떻네…. 오마이갓. 정보의 홍수 속에서 혼란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 정체불명의 사료 등급을 무조건 신봉하는 것은 금물

 

기자는 우선 개님의 연령을 파악했습니다. 저희 개님은 2015년 4월 27일생, 흰털을 가진 진돗개, 그러니까 백구입니다. 판매하는 곳에서 집에 왔을 때는 태어난지 35일된 아가였고요. 개에 대해 조금 아시는 분들은 왜 그런 어린 개를 데려왔냐, 어디서 산 것이냐 등 할 말이 많으실테고, 저도 할 말은 많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사료 이야기만 할까 합니다. 뭐 언젠간 그 이야기도 풀어놓을 수 있겠지요.

 

35일된 강아지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보통 강아지를 데려올 때 두 달 지난 강아지를 데려오라고 하는 이유는 어미개의 젖을 충분히 먹는 것이 강아지의 건강에 좋기 때문입니다. 젖을 먹으면서 어미개에 있던 항체를 받아들입니다. 젖을 끊는 것은 유치가 나면서 부터입니다. 야생에서는 유치가 나는 새끼들에게는 젖을 떼고, 먹었던 것을 반쯤 소화시킨 뒤 다시 토해 새끼에게 먹이를 주곤 합니다. 가정에서는 사료를 더운 물에 약간 불려서 주면 충분합니다.

 

주인아, 먹을까, 말까?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주인아, 먹을까, 말까?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35일이 됐다던 저희 개님은 이미 유치가 대부분 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판매한 곳에서는 사료를 먹는 강아지라며 비닐 봉투로 한 가득 먹던 사료를 챙겨줬지만 어째서인지 믿겨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집에 온 개님은 사료를 부어줘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지금와서 생각해보면 환경이 낯설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두 알씩은 오독오독 잘 씹어먹습니다만, 개가 하루에 먹어야 하는 사료 권장량을 먹기에는 턱없이 모자랍니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당연히 검색입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붙들고 폭풍 검색에 들어갔지요.

 

종류는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재료별로 닭고기, 소고기, 양고기, 연어 오리 고기에 곡물이 섞인 것, 안 섞인 것…. 어떤 고기는 뭐에 좋고 어떤 고기는 뭐에 좋고…. 강아지용, 성견용, 노령견용…. 처음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혼란에 빠질 법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토록 좋아하는 돼지 고기 사료는 없습니다. 개들이 돼지 고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많이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사료에 대해 찾으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사료에도 등급이 있다는 겁니다. 일반사료, 프리미엄, 슈퍼프리미엄, 홀리스틱, 오가닉 순으로 좋은 사료…라고 하는데 의심병 말기 환자인 기자는 일단 의심부터 듭니다. 예를 들어 홀리스틱 등급 사료는 미국 농무성에서 인증받은 자료를 사용하는 사료이며, 오가닉은 홀리스틱에 사용하는 재료 중에서도 유기농으로 만드는 사료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료 중에 우리나라 회사에서 만드는 사료 이름이 끼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조하는 사료를 미국 농무성이 인증한다? 뭔가 좀 이상하지요. 게다가 유기농은 무슨… 우리나라에서 사람이 먹는 유기농 인증 받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데요.

 

그래서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나라 포털 사이트에서 ‘사료 등급’이라고만 검색하면 주르륵 튀어나오는 동일한 정보들이 해외 사이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걸로는 부족해서 사료 등급 이야기만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정체불명의 5등급의 출처를 알기 위해서지요.

 

앤 노리스 건강소통담당은 “FDA는 사료 등급을 매기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신 사료에 붙이는 이름에 있어 제한 사항이 있다고 하네요. 예를 들어 프리미엄(premium)이나 고멧(gourmet)은 제품에 모든 영양학적인 성분이 충분히 들어있어, 또다른 식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료에만 붙일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 사료에 많이 쓰이는 ‘네츄럴(natural)’은 특별한 정의가 아직 내려져 있지 않고요.

 

가장 최상위 등급이라는 오가닉(organic, 유기농)에 대한 답변이 흥미롭습니다. 오가닉은 사료의 수준이 아니라 사료의 재료가 어떻게 자랐는지를 표시하는 단어입니다. 미국에서는 동물사료 수준에서 유기농에 대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 농무성(USDA)에서 기준을 만들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반려동물 산업이 활성화된 국가에서도 사료 등급을 구분하기 보다는 영양 성분 상태에 따라 제품명에 쓸 수 있는 단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에서 사료에 대한 기준은 아주 낮습니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할 수 있되, 농약, 중금속, 항생제가 들어있지 않으면 사료라고 허용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해외 사료가 우리나라에는 쉽게 들어올 수 있어도, 우리나라 사료가 해외로 나간 사례는 없지요.

 

● 성분표도 100% 믿지는 말자

 

결국 오랜 조사 끝에 나오는 거라곤 등급은 믿지 말고 성분표를 직접 보는 게 가장 믿을 수 있다고 생각됐습니다. 각 사료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성분표를 볼 수 있지요. 공통적인 단어는 조단백, 조지방, 조섬유, 조회분 같이 ‘조’가 붙은 단어들입니다. 단백질, 지방, 섬유, 회분처럼 ‘조’만 빼면 우리가 아는 단어들이지요. 그렇다면 이 ‘조’의 의미가 궁금해집니다. 조단백 등의 ‘조’는 정제되지 않은 단백질이 있다는 뜻이지요. 순수한 단백질 외에도 단백질로 ‘추정’할 수 있는 질소화합물까지 합쳤을 때 조단백(혹은 조단백질)이라고 합니다.

 

사료별로 조단백과 조지방 등의 비율은 매우 다양합니다. 비교하면서 한 가지를 알게됐는데요, 그 문제의 ‘등급’이 높은 사료는 조단백 비율이 높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조단백질의 비율이 높을수록 좋은 사료로 취급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개는 늑대가 조상인, 육식을 기반으로 하는 잡식 동물이니 고기(=단백질)가 많이 들어간 사료를 좋은 사료로 취급하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조단백 비율이 높은 사료는 가격도 비쌉니다.

 

단백질이 많다고 개에게 무조건 좋지만은 않습니다. 단백질로만 먹는 다면 하루가 다르게 크는 강아지의 뼈는 무엇으로 만들겠습니까. 단백질 외에도 다양한 영양소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료와 함께 다른 음식을 주곤 합니다. 사료로 부족한 부분을 영양제나 간식을 통해 보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사료만 먹으면 단백질은 충분히 충족될지언정 칼슘이나 인 같은 무기염류가 부족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뼈간식이나 채소를 공급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거지요.

 

신기한 냄새가 난다! 먹기 전에 일단 냄새로 탐색. 결과는 불합격. 저대로 갖고 놀다가 버려졌다는 후문이….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신기한 냄새가 난다! 먹기 전에 일단 냄새로 탐색. 결과는 불합격. 저대로 갖고 놀다가 버려졌다는 후문이….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다만 사료 외에 다른 음식을 줄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개의 체급을 꼭 생각해야 합니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생닭이 반려견 건강에 매우 좋다고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뒤 닭뼈와 같은 이물질에 소화기관이 다쳐서 오는 강아지들이 많았습니다. 리트리버같은 대형견이 먹는 음식과 포메라니안이나 요크셔테리어같은 소형견이 먹는 음식은 분명 크기가 다를 겁니다. 반려견이 무엇을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지 꼭 고민을 해야합니다. 사람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자기 주먹만한 크기를 한 번에 들이대면 참 곤란하잖아요?

 

● 문제는 취향, 개도 취향이 있다!

 

그렇게 온갖 인터넷을 뒤지고, 고르고 골라 개님에게 이 사료를 먹여야지! 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모든 것은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저희 개님은 취향이 ‘매우’ 확실한 개님입니다. 고집도 있지요. 아무리 머리를 쓰고 굴려서 ‘이 사료가 좋겠다’고 결정해도 본인의 입에 안 맞으면 안 먹습니다.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나요? 진돗개인만큼 덩치가 커지고, 많이 먹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16kg짜리 큰 사료를 샀습니다. 처음에는 잘 먹었습니다. 알갱이를 하나씩 오독오독 깨물어 먹는 모습은 사랑스럽기도 하지요. 하지만 처음뿐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밥그릇에 가까이 와서 냄새만 맡고 멀찍이 드러누워 버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율배식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식탐이 생기지 않도록, 먹고 싶을 때 언제나 먹을 수 있도록 밥그릇을 언제나 채워뒀기 때문에 먹는 것 귀한 줄 모른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사람이 취향이 있듯, 개도 취향이 있었던 겁니다. 얼마나 취향이 확고했냐면 샘플 사료를 받아 종류별로 담아서 놔주면 좋아하는 사료만 골라 먹었거든요. 아래 동영상을 보세요! 끝까지 개님 기준으로 9시방향에 있는 사료만 코를 박고 먹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있어 영양학적으로 좋은) 사료를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말에 좋아하는 간식도 일절 주지 않고 오로지 사료만 주고 있을 때였습니다. 저희 어머님께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셨답니다.

 

‘얘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먹는 즐거움 하나까지 빼앗아야겠느냐.’

 

맞습니다. 물론 여기서부터는 개인의 철학문제입니다. 반려견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길 바라는 것은 어떤 주인이든 마찬가지일겁니다. 지나치게 비만이면 식사량이라도 줄일 수 있지, 저희 개가 행동하는 것처럼 안 먹고 까탈스럽게 굴면 개와 주인이 서로 스트레스 받기 마련입니다. 어머니의 저 말씀에 저희 가족은 억지로 사료만 먹이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남은 샘플은 다 뒤섞어 그냥 먹였습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결국 남은 샘플은 다 뒤섞어 그냥 먹였습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사료도 항상 1~2kg 단위 작은 크기에 좋아하는 재료 위주로 – 저희 개님은 오리고기와 양고기 사료를 좋아합니다 – 구입했습니다.

 

다만 사료를 기반으로 가끔 이런 것 저런 것을 골고루 주고 있습니다. 날계란을 섞어서 비벼준다거나, 생닭이나 꽁치를 썰어준다거나 말입니다. 그 뒤로 모두가 편안해졌습니다. 어차피 길어봐야 20년 함께 사는 길, 끝까지 뒤치닥거리 하기로 마음먹고 들인 가족이니까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몇 달 동안 삼시세끼 똑같은 사료만 먹으라고 강요했다고 생각하니 이게 무슨 고문인가 싶기도 합니다. 제가 다이어트한다고 닭가슴살을 먹었을 때는 3일 만해 구역질하며 물렸다고 했던 주제에 말입니다.


p.s. 저희 가족이 사료 먹이기를 포기했던 배경에는 개님의 생활 패턴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개님은 주말을 산골짜기 시골에 가서 보냅니다. 함께 가는 아버지는 산등성이를 뛰어다니며 작은 동물 – 쥐로 추정 – 을 잡아서 꿀떡 삼키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며 아무리 서울에서 사료를 강요해도 거기가면 말짱 헛거라고 헛웃음을 지으시더라고요. 하, 어쩐지 월요일에는 특히나 아무것도 입에 안 대더라….

 

도움 | 양대건 수의사

 

 편집자주

저출산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통계에 따르면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반려동물 전성시대를 맞아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주 1회 개를 키우는 기자의 경험담을 들려 드릴 계획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다보면 수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누구의 말을 따라야할지도 모르고요. 기자의 경험과 결정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혹은 키우길 계획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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