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퀄컴 그리고 손정의까지 합류...스카이넷 현실화되나?

2016년 11월 07일 18:00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2009년 최대 흥행작 ‘아바타’를 다시 떠올려 보도록 하자. 판도라 행성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나비족에게 어느날 인간들이 찾아와 광물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려 한다. 위기에 빠진 나비족은 에이와(Eywa)라는 불리는 보이지 않은 힘을 따라 대응을 한다는 것이 영화의 배경 이야기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에이와의 표상으로 등장한 나무의 정령들 - 20세기 폭스 제공
영화 아바타에서 에이와의 표상으로 등장한 나무의 정령들 - 20세기 폭스 제공

생명의 근원이자 신이기도 한 에이와는 판도라 행성의 모든 생명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정보와 에너지의 흐름을 관장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전체 행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교류하는 정보들을 기반으로, 스스로 최상의 공생 환경을 만들어내는 초자연적인 힘인 것. 언뜻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와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비의인화된 네트워크 기반의 시스템인 것처럼 설정되어 있다.

 

뜬금없이 SF영화 속 외계 행성에 존재하는 가상의 개념을 끄집어낸 이유는, 바로 최근 세계 IT산업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IoT 분야와의 관련성 때문이다.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구현하고자 하는 궁극의 모습이 바로 이 에이와와 유사한 것. 실제로 많은 해외 미디어들은 IoT의 미래를 언급하면서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스카이넷과 함께 에이와를 종종 거론한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 등장하는 스카이넷의 모습 - 오리온 픽처스 제공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 등장하는 스카이넷의 모습 - 오리온 픽처스 제공

재미있는 점은 에이와와는 달리 어딘가 유사성이 많아 보이는 스카이넷도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처음 나온 80년대에는  IoT라는 개념이 명확하게 없었기 때문에 그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정도로만 언급됐다는 것이다.  2015년 개봉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에 와서야 스카이넷은 군과 민간의 모든 장비들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IoT 기반의 인공지능이자 운영체계로 설정됐다.


갑작스럽게 뉴스는 물론 광고에까지 일상적으로 등장하고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직접적으로 관련된 영화를 찾기도 어려울 정도로 IoT는 사실 아직 발전의 초기단계 있는 분야다. 다만 인공지능과 함께 경제/사회적으로 워낙 큰 변화를 이끌 핵심적인 분야이기에, 이를 선점하려는 기업들간의 때 이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통신사, 가전회사, 제조사, 자동차 회사, 전기/전력 사업자, SW개발사, 건설업체, 플랜트 제조업체 등 그야말로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IoT를 둘러싼 크고 작은 전투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반도체 분야다.

 

퀄컴의 NXP 인수를 다룬 CNBC의 뉴스 화면 - CNBC 제공
퀄컴의 NXP 인수를 다룬 CNBC의 뉴스 화면 - CNBC 제공

얼마 전 전세계를 놀라게 한 퀄컴의 NXP인수 발표는 그 전투의 치열함을 잘 드러내 준다. 인수 금액이 무려 470억 달러(약 54조원)로, 반도체 산업의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M&A)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포함해 2015년 초부터 약 2년간 100억달러(11.5조원) 이상 규모의 반도체 관련 M&A는 총 5건이나 완료되거나 완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초대형 M&A가 급작스럽게 활발해진 이유는 무엇보다 IoT의 핵심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 통신기기가 아닌 자동차 등 비통신기기이기 때문이다. 그간의 주류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모바일 기기의 AP 시장에 집중하느라, 비통신기기의 네트워킹과 센싱 분야에서는 기술력이 앞선 전문 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었다. 

 

따라서 관련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서 혹은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업계 전체가 사활을 걸고 M&A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번에 인수 대상이 된 NXP조차도 2015년 초 프리스케일 반도체를 인수한 이후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인피니언, 르네사스 등을 밀어내고 완벽한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경우다. 주력 시장인 모바일의 정체가 예상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던 퀄컴 입장에서는 그런 NXP가 가장 매력적인 인수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소프트뱅크를 통해 영국의 반도체 회사 ARM 인수를 발표하는 손정의 회장
소프트뱅크를 통해 영국의 반도체 회사 ARM 인수를 발표하는 손정의 회장

한편 지난 9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을 320억 달러(약 35조원)에 인수한 사실은 비단 반도체 업체들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IoT가 상당한 매력을 가진 분야라는 것을 웅변한다. “2040년에는 1인당 1000대의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된다. 만약 ARM이 현재와 같은 점유율을 계속 유지한다면 IoT 시대의 독점적이며 강력한 파워를 가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손회장의 설명이 매우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이 남는다. 스마트 안경을 쓰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옷과 신발을 신고 자동주행 자동차를 타고 가전 제품이 자동으로 조정되는 집에 살게 되는 미래는, 에이와처럼 공생을 환경 그 궁극의 목표로 할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스카이넷은 훨씬 더 현실적인 공포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 참고
☞ 비즈니스 워치 “판 커지는 반도체업계 M&A..한국엔 어떤 영향?”

☞ IoT에 대하여 우리를 가르쳐주는 영화 두 편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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