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 인터넷 신조어] 비겁하게 팩트로 승부하다니

2016년 11월 11일 18:00

팩트 폭력

 

[명사] 사실의 충실한 전달만으로 상대방의 주장과 신념에 타격을 입히는 행위
[연관 표현] 팩트 폭행, 팩트리어트 미사일, 돌직구, stop using the facts.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제대로 현실을 보지 못 하거나 근거가 의심스러운 선동과 날조에 열중하는 사람에게 냉철한 사실을 제시해 그 오류를 지적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는 다른 사람이나 조직의 명백한 실패, 부정할 수 없는 약점 등을 굳이 끄집어내어 '돌직구'를 날리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자신의 믿음과는 어긋나지만 반박할 수는 없는 팩트에 맞딱뜨렸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아픔을 절절히 나타내는 표현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뉴스 댓글란 등에서 벌어진 키보드 배틀에서 한쪽이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앞세워 억지를 부리는 상대방을 논파할 때 눈팅하던 사람들은 '팩트 폭력이 심하네요'라는 관전평을 남긴다.

 

 

[저격! 인터넷 신조어] 비겁하게 팩트로 승부하다니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영어권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은 'stop using the facts'라는 유행어가 국내에 번안된 표현이다. 디시인사이드 해외축구 게시판에서 호날두와 메시 팬들이 서로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더 훌륭한 선수임을 보여주기 위해 각종 스탯과 기록을 들이대며 논쟁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최근 인터넷을 달군 남혐-여혐 논란의 와중에서 더욱 확산되었다. '여혐 미러링'을 표방한 메갈리아와 그들의 논란적 행동을 반박하는 주장들을 일부 네티즌들이 '팩트 폭력'이라고 불렀다.

 

팩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인터넷에 선동과 날조가 만연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고 이에  발맞춰 인터넷 인구도 증가한 2000년대 초반 이래 인터넷에서는 무작정 우기기와 떼지어 악플 달기, 임의적으로 취사편집한 정보를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 등이 키보드 배틀의 승리 공식으로 간주되어 왔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쏟아지면서 사실 관계를 파악하며 곰곰히 생각해 의견을 정하기란 도리어 더 어려워졌다. 반면 의견을 나타내기는 너무나 쉬워졌다.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강력한 주장을 펼쳐 사람들의 인식에 자신의 주장을 각인시키는 것만이 중요해졌다. 약간의 진실에 약간의 거짓을 섞고, 몇가지 전문적 용어로 포장하면 된다.

 

모바일 기기와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더 많은 정보를 더 단편적으로 소비하게 됨에 따라 이런 추세는 더 강해져갔다. SNS는 '선동(S)과 날조(N)로 승부(S)한다'의 줄임말이란 말이 나올 정도이다.

 

 [저격! 인터넷 신조어] 비겁하게 팩트로 승부하다니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꾸준히 관련 분야의 정보를 찾아보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는 사람들도 숨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정보를 서로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된다. 게시판 논쟁에서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묵직한 팩트 폭력이 된다. 이러한 팩트 폭력에는 더욱 강도 높은 날조와 선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 인터넷 용어가 그렇듯 '팩트 폭행' 역시 의미의 인플레 현상을 겪었다. 지금은 사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그저 자기와 다른 의견이나 주장에 시원하게 반박하는 '사이다' 글을 '팩트 폭력'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진짜 '언어 폭력'을 '팩트 폭력'이라고 여기지는 않는지도 생각해 볼 노릇이다. 팩트 폭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선동과 날조를 침묵시키기 위함이지,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팩트 폭력을 실천하는 것을 팩트 폭행이라고 한다. 반박할 수 없는 많은 팩트들을 잇달아 쏟아붓는 것은 '팩트 폭격'이라 한다. 상대방을 침묵시킬 큼직한 사실은 '팩트리어트 미사일' 등으로 불린다.


[생활 속 한마디] 

 

A: 최근 몇년 간 데이터를 봤을 때 한화가 최강의 야구팀이라고 보긴 힘들죠. 
B: 비겁하게 팩트를 사용하다니! 정정당당하게 날조와 선동으로 승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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