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너무 많이 권합니다. 전부 다 해야 하나요?

2016년 11월 13일 09:00

▼ 개소리 요약:
Q. 개 예방접종은 왜이렇게 많은 건가요? 그거 다 맞춰야 하나요?
A. 예방접종의 선택은 주인의 몫이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개의 몫입니다.

 

 

GIB 제공
GIB 제공

 

어느덧 개소리 칼럼도 4화입니다.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개소리칼럼은 대략 개님이 집에 왔을 때 제가 겪었던 고난(?)과 역경(?) 순으로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이 아마도 개를 처음 데려온 집 중 상당수가 겪을 소재인 것 같습니다. 바로 ‘예방접종’입니다.

 

● 어린 강아지는 전염병에 취약합니다

 

개를 처음 데려오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예방접종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들을 수도 있고, 개를 데려오는 곳에서 이야기해줄 수도 있지요. 개를 데려올 때 개의 나이에 따라 예방접종을 어디까지 했다고 이야기해주니까요. 몇 차까지 맞혔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된다 등 처음 듣는 정보에 어리둥절하지요. 원래 그렇잖아요? 말해주는 사람은 전체 맥락을 다 알고 있으니 술술 이야기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지요. “종합이랑 코로나 1, 2차 끝낸 상태니까 다음에 병원가서 켄넬해달라고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멘붕이란. 결국 개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는 거지요.

 

처음 개를 데려왔을 때 동물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적어도 1주일~열흘 후에 데려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병원에서도 데려가도 그 때 오라고 되돌려 보낼 테고요. 그게 아니라 다짜고짜 예방접종을 하려는 병원이라면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많은 경우 잠복기가 있는 질병을 달고 오기 때문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까합니다. 보통 개를 어디서 데려올까요?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불량 켄넬(전문적으로 개를 번식시켜 새끼를 분양하는 곳)이 곳곳에서 적발되면서 ‘사지않고 입양하기’ 운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강아지를 데려다 파는 펫샵에서 구입하지 말고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란 개의 새끼를 데려오자는 거지요. 혹은 수없이 버려지는 유기견을 입양한다든지요.

 

저희 개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켄넬(편의상 켄넬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출신입니다. 처음 개님을 데려온 부모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수많은 개들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진돗개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어미견과 새끼들이 함께 있는 견사에 데려가서 고르라고 했다고요(저도 캠페인은 알고 있지만 개님을 데려올 때 제게 선택권과 발언권은 없었으니 이 부분에 대해선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오글오글하게 돌아다니는 강아지들을 보며 부모님의 의견이 갈렸습니다. 아버지는 제법 큰 흑구를 데려가자고 했고, 어머니는 장래성이 보이는(?) 어린 백구를 골랐지요. 결과는 여러분들이 이미 보셨다 시피 어머니가 이기셨습니다. 개값(?)을 치룬 부모님께 판매자는 예방접종에 대해서 설명한 모양입니다. 부모님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사진을 찍어 가져 오셨고, 그 뒤로 개님의 예방접종은 제 몫이 됐습니다. 판매자의 설명에 따르면 2차 예방접종을 한지 얼마 안됐으니 3주 쯤 후에 병원에 가서 3차 예방접종을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처음 집에 오자마자 똘망똘망하게 잘 놀았습니다. 첫 날 어땠는지 기억 못하시는 분들은 집에 ☞갓 데려온 강아지, 목욕시켜도 될까요?☜ 이곳을 잠시 다녀오셔도 됩니다. 하하.

 

그리고 이틀 뒤였습니다. 강아지가 대변이 묽어지며 설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도 환경이 갑자기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아 병치레를 하듯 말이지요.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하루가 지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점점 심해지며 토하기까지 했지요. 그대로 동물병원에 달려갔습니다.

 

 

개가 평소와 행동이 다르고 활동이 적다면 아픈 것을 의심해야 합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개가 평소와 행동이 다르고 활동이 적다면 아픈 것을 의심해야 합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몇 만 원짜리 키트를 이용해 확인하니 병명은 ‘코로나 장염’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장염으로 전염력이 높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란 개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면역력이 강한 성견은 걸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어린 강아지들에게 많이 발생합니다. 다행히 좀더 치사율이 높은 파보 장염(파보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아니어서 스펙터클한 투병 끝에 나았고,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 치명적인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접종

 

아기들은 어릴 때부터 많은 예방접종을 합니다. 결핵, B형 간염, 뇌수막염, 소아마비, 폐렴구균, DPT(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나 수두, 홍역 같은 유아에게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말이지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이 외에도 수많은 예방접종이 있다고 합니다. 일부 부모들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병에 걸리지 않으며, 오히려 예방접종이 해롭다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며 본인들이 전염병 예방 장벽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듯합니다. 천연두 바이러스가 멸종한 이유는 인류 전체가 천연두 예방접종을 해 더 이상 천연두 바이러스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됐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제는 천연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지요.

 

이야기가 잠시 옆으로 샜습니다만, 요는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예방접종을 시행합니다. 이 주사들 중에는 어릴 때 치명적이기에 아기 때 한 번 접종하면 성인이 돼서는 필요없는 백신도 있고,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맞아야 하는 것도 있습니다. 전자의 예는 소아마비일테고, 후자는 파상풍이나 B형간염, 인플루엔자일테지요.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에게도 치명적인 질병이 있습니다. 이미 말했던 코로나 장염, 파보 장염을 비롯해 홍역, 간염, 인플루엔자 등 다양한 전염병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예방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생후 두 달 뒤부터 종합예방접종과 코로나 예방접종을 시작으로 1차부터 6차까지 예방접종을 진행하게 됩니다. 병원마다 한 번에 맞추는 주사의 종류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아래 표와 같이 진행됩니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여기서 종합예방접종은 총 5종의 질병에 대한 백신입니다. 종합백신이라고도 하지요. 개 홍역(디스템퍼, D), 전염성 간염(H), 파보 장염(P), 파라 인플루엔자(P), 렙토스피라증(L)에 대한 예방접종인 거지요. 강아지 시절 이 예방접종을 한 뒤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접종을 하게 됩니다.

 

예방접종 외에 챙겨야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심장사상충’입니다. 기생충인 만큼 예방접종으로는 해결하기가 어려운데다,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만큼 감염되기도 쉬운 기생충입니다. 유충일 때는 모기를 통해 전염될 정도로 작지만 몇 년에 걸쳐 다 크면 12~30cm나 될 정도로 큽니다. 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초기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잘 모릅니다. 몇 년이 지난 후에나 증상이 나타나고, 감염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기 마련입니다.

 

 

개가 아프지 않을 때(왼쪽)과 아플 때(오른쪽)는 이 정도로 활동량이 차이가 납니다. 오른쪽은 지난 여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렸을 때지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개가 아프지 않을 때(왼쪽)과 아플 때(오른쪽)는 이 정도로 활동량이 차이가 납니다. 오른쪽은 지난 여름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감기에 걸렸을 때지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다행히 예방약은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2015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물질, ‘아버멕틴’을 원료 만든 ‘하트가드’입니다(☞강아지에게도 새생명을 준 2015 노벨 생리의학상). 아버멕틴은 사상충의 유충을 제거하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한 때는 이 물질로 인간이 먹는 약도 만들기도 했지요. 개에게도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사상충 뿐만 아니라 조충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생충을 없애는 효과가 있지요(견종에 따라 부작용이 있어 하트가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종도 있습니다). 따라서 모기가 활동하는 철이 되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 달에 한 번씩 개에게 먹여야 합니다.

 

그외에도 사상충으로 해결이 안되는 기생충을 위한 구충제, 진드기같은 외부 기생충을 방지하기 위한 바르는 약 등 개에게 권장하는 예방약은 상상외로 많습니다. 과연 이 것들을 다 해야 할까요? 모든 개 주인들은 이 모든 약과 날짜를 기억해가며 개에게 제때 약을 주고 있을 까요?

 

● 개 예방접종 과하다 vs 필요하다

 

지금부터는 개 주인의 선택이 필요합니다. 지난 개소리칼럼에서 매우 자극적이게 일시불로 100만 원을 지불할 각오가 없으면 개를 키우지 말라고 말씀드렸습니다(☞개를 키우고 싶은데, 동물병원 비용이 걱정됩니다). 이제는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개에 대해 공부 많이 하셔야 합니다. 궁금한 점은 평소에 적어두었다가 인터넷을 찾지 마시고 동물병원에 물어 보십시오. 사소한 것은 인터넷에서 해결할 수있지만 개의 건강과 직결된 부분은 수의사에게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시 원래 대로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얼핏 보기만 해도 많습니다. 종합, 코로나, 켄넬코프, 인플루엔자, 광견병 5종류를 매년 맞추고, 시기에 맞춰 구충제와 사상충 약도 먹이고, 필요할 땐 외부기생충 방제제도 사용합니다. 머리가 아파옵니다. 본인의 나이와 생일도 까먹는 판국에 그걸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일이고요. 어떤 동물 병원에서는 때가 되면 보내주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결국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복잡하고 귀찮아지면 그 다음 단계는 자연스럽게 ‘줄여보자’입니다.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더이상 예방접종을 안한다는 사람도 있고, 개 예방접종이 과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맞은 예방접종이 언젠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을겁니다. 제가 맞은 마지막 예방접종은 성인이 되서 맞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었습니다. 독감 예방접종 안하냐고요? 한 번도 맞아본 적 없습니다. 독감 예방접종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니까요.

 

개도 마찬가지 입니다. 사람처럼 제도적으로 필수 예방접종이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개 예방접종은 결국 개 주인의 선택입니다. 이 선택을 올바로 하기 위해서는 개 주인이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개가 고를 순 없는 노릇이잖아요? 개는 동물 병원 근처에만 가도 안 들어가려고 버틸 겁니다.

 

 

바로 이 정도로 말이지요! 덩치가 커져서 잡아 끌기도 힘들어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동물병원은 귀신같이 압니다. 덩치가 커져서 잡아 끌기도 힘들어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B형 간염을 생각해 봅시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맞았던 예방접종 한 번으로 평생 항체를 가지며 살아갑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맞고 또 맞아도 항체가 안 생깁니다.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접종을 다시 하는 것이지요. B형 간염 같은 국가 지정 필수예방접종 전염병은 헌혈만 해도 쉽게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에서도 알려주고요.

 

계속 똑같은 말을 하는 듯합니다만 개도 정말 똑같습니다. 어떤 개는 예방접종 한 번으로 항체가 생길 수도 있고, 어떤 개는 계속 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개는 항체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홍역, 전염성간염, 파보, 코로나 장염에 대한 항체를 검사하는 키트가 있지만 다른 전염병에 대한 항체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굳이 하려고 들면 채혈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만, 개는 건강보험이 없기 때문에 검사비가 비쌉니다. 글 초기에 코로나 장염 검사 키트에 몇 만 원이 필요했다는 것을 말씀드렸을 겁니다. 즉 검사 키트를 획기적으로 저렴하게 만들 방도가 없다면 주기적으로 항체가 있는지 검사하는 것보단 주기적으로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안전한 것이지요.

 

결국 강아지 시절 2~3주마다 반복해서 하는 것은 개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확실하게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개바개(개 바이 개, case by case에서 유래한 단어)이니 예방접종을 평생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잘 사는 개도 있을 겁니다. 저희집 개님처럼 예방접종을 하기도 전에 코로나 장염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에 걸릴 수도 있을 거고요. 결국 무엇을 어디까지 하느냐는 개 주인의 ‘선택’이 되는 겁니다.

 

제 경우는 꾸준히 꼬박꼬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가끔 까먹어서 놓칠 때도 물론 있습니다). 각 예방접종을 꾸준히 하는 거지요. 특히 인수공통전염병인 광견병은 좀더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참고로 광견병 예방주사는 인수공통 전염병이기에 국가에서 지원이 나옵니다. 봄과 가을 두 차례에 걸쳐서 지정병원에서 저렴하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병원이 국가 지원을 받는 병원인지 확인해보세요. 게다가 실외에서 살고, 주말이면 산에서 뛰어놀면서 온몸에 진드기를 잔뜩 달고 오기 때문에 사상충약과 외부기생충 약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요. 저는 그렇게 하기로 ‘선택’한 겁니다.

 

뿐만 아닙니다. 이 모든 사항은 개 주인의 ‘선택’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해주세요.독감 예방접종을 안하는 제 선택에 대해서 독감에 걸리는 건 저입니다. 하지만 개 주인의 선택에 대해 결과는 ‘개’가 진다는 것을요.

 

도움 | 양대건 수의사

 

 편집자주

저출산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통계에 따르면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반려동물 전성시대를 맞아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주 1회 개를 키우는 기자의 경험담을 들려 드릴 계획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다보면 수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누구의 말을 따라야할지도 모르고요. 기자의 경험과 결정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혹은 키우길 계획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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