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경의 온도차 ④] 화성과 가장 닮은 곳을 다녀왔습니다!

2016년 11월 30일 16:30

 

데스밸리 국립공원 - 데스밸리=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동쪽에 자리 잡은 데스밸리(Death Valley) 국립공원. 누렇고 붉은 땅과 잿빛 풀이 광활한 대지에 펼쳐져 있다. - 데스밸리=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제공

지구에서 화성과 가장 닮은 곳이 있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동쪽 끝, 네바다 주와 닿아 있는 이곳은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으로 불리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입니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국 대륙에서는 가장 큰 국립공원입니다.

 

●화성 가기 전 ‘큐리오시티’도 들린 곳

 

흔히 국립공원이라고 하면 푸른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 연상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데스밸리라는 이름에서 짐작되듯, 이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으로 이뤄진 국립공원입니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숨을 붙이고 있는 생명체는 죄다 잿빛으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은, 아니 이런 곳에 과연 생명체가 살기나 할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척박하다는 느낌이 몰려옵니다. 황량한 땅 위에 솟아난 잿빛 풀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경외심이 들기도 합니다. 

 

데스밸리의 일부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뜨겁고, 또 어떤 지역은 아주 춥습니다. 매우 건조한 사막지대가 있는가 하면 얼음이 얼어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극한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는 덕분에 데스밸리는 지구상에서 화성과 가장 닮은 곳들 중에서도 최고로 꼽힙니다.

 

실제로 국립공원 입구에서 조금만 가다 보면 ‘붉은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주변엔 온통 불그스름한 땅 천지입니다. 국립공원에 들어서서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 위로 수십 ㎞를 달리는 동안 마주친 생명체(?)라고는 간간히 오가는 자동차가 전부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적막하고 광활한 땅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낯선 행성에 떨어진 느낌이 이런 걸까 싶어집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11년 화성에 쏘아 올린 탐사선 ‘큐리오시티(Curiosity)’를 개발하면서 데스밸리에서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NASA는 2012년 큐리오시티가 화성 표면에 터치다운하기 몇 달 전인 4월 큐리오시티의 착륙 과정과 과학 임무를 설명하기 위해 데스밸리를 찾아 큐리오시티의 쌍둥이 탐사선(지상 모델)으로 착륙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화성 탐사선 큐리오시티가 데스밸리에서 테스트 중이다.  -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이 2011년 화성으로 쏘아 올린 탐사선 ‘큐리오시티’는 개발 도중 데스밸리에서 수차례 성능 테스트를 거쳤다. 데스밸리는 지상에서 화성과 가장 닮은 땅으로 꼽힌다. -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사막에서 찾은 물과 소금

 

데스밸리는 지구 역사의 압축판이나 다름없습니다. 데스밸리의 암석들은 적어도 17억 년 전에 형성됐고 이 지역에는 따뜻하고 얕은 바닷물이 흘렀습니다. 이후 침식과 퇴적작용이 반복되면서 화산 활동이 생겨났고 지금의 데스밸리 지형이 형성됐습니다.

 

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사막 한 가운데 해수면보다 낮은 지점이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데스밸리에서 ‘배드워터 유역(Badwater Basin)’으로 불리는 지역은 해수면보다 85.5m(282피트) 아래에 있습니다. 표지판에는 ‘해수면 아래(Below Sea Level)’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오래 전 이곳이 바다 속이었음을 증명하듯 이 지역은 지금도 두꺼운 소금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 맛을 보니 정말 짜더군요. 온통 누런빛 천지인 이곳에서 마치 눈이 쌓인 듯 흰색으로 뒤덮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경이롭습니다.

 

 

데스밸리 국립공원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해수면보다 85.5m 낮은 배드워터 유역. 데스밸리 지역이 오래 전 바다 속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표지판 뒤로 보이는 흰색 바닥은 전부 소금이다. - 데스밸리=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데스밸리에서 물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자브리스키 포인트(Zabriskie Point)’로 불리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지금의 데스밸리가 형성되기도 전인 500만 년 전에 말라 버린 퍼너스 크릭(Furnace Creek) 호수의 퇴적물이 쌓여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찰흙으로 잘 빚어놓은 듯 매끈하고 구불구불한 낮은 흙산의 능선은 현실감을 잊게 만듭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1975년 자브리스키 포인트를 여행한 뒤 인생 최고의 경험이라고 평가했고, 아일랜드 록그룹 U2는 이곳을 ‘조슈아 트리’ 앨범 표지에 썼습니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황홀경 중 하나인 자브라스키 포인트. - 데스밸리=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제공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황홀경 중 하나인 자브라스키 포인트. 찰흙으로 빚어 놓은 듯 선 하나하나가 아름답다. - 데스밸리=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제공

●56.7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데스밸리가 사막지대의 상징처럼 불리게 된 것은 1913년 7월 10일 56.7도(화씨 134도)를 기록하면서부터입니다. 이 기록은 인류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온도로 기록됐고, 세계기상기구에서도 현재 이 기록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7~8월 데스밸리의 한낮 평균 기온은 46도까지 치솟습니다. 


물론 최고 기록은 계속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까지는 리비아에 있는 엘 아지자(El Azizia) 지역이 1922년 화씨 136.4도를 기록해 세계기상기구에서 최고 온도를 기록한 것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9개국 13명의 과학자들의 검증 끝에 기록 측정에서 중대한 결함이 발견됐고, 2012년 세계기상기구는 이 기록을 철회했습니다.

 

현재 데스밸리의 기록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기상학자들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 기상학자인 크리스토퍼 버트는 ‘데스밸리의 화씨 134도 기록에 대한 조사’라는 글을 통해 1913년 온도 측정 당시 3가지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화씨 134도라는 온도는 당시 동일한 지역에서 관측된 기상값과 일치하지 않고, 인근 지역의 기상 기록에서도 화씨 134도라는 이상 고온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으며, 무엇보다도 당시 이 기온을 기록한 사람이 기상학자로 훈련받은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습니다.

 

향후 데스밸리의 이 기록이 무효가 된다고 해도 데스밸리는 여전히 최고 기록을 보유할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2013년 6월 30일 데스밸리는 화씨 129.2도(섭씨 54도)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같은 해 7월 쿠웨이트의 미트리바(Mitribah) 지역이 기록한 온도와 동일하며, 현재 세계기상기구는 미트리바 지역의 기록을 공식 기록으로 인정할지 최종 검토 단계에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 얼바인=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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