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예방접종이 안 끝난 강아지, 산책해도 될까요?

2016년 12월 04일 09:00

Q. 강아지에게 산책이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필수 예방접종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나가야 할까요?
A. 짧은 시간이라도 나가주세요. 중요하니까 두 번 이야기합니다. 나가십시오. 하루라도 빠른 산책이 여러분의 살림살이를 구합니다. 단순히 반려견의 복지가 아니라 독자 여러분 집안의 평화를 위해 산책은 꼭! 나가십시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앞서, 잠시 저희 개님 자랑을 팔불출마냥 해볼까합니다. 저희집 개님은 몸무게가 15kg정도 나가는, 조금 체구가 작은 진돗개입니다. 진돗개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이 다가가는 것을 경계하고, 사냥을 잘한다고 하지요.

 

그리고 사냥을 잘하는 개라면 누구나 그렇듯, 활동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활동량이 많은 개들이 치는 사고가 매우 많이 연상이 되실 겁니다만, 저희 개님은 집안에서는 사고를 1도 치지 않습니다(자랑). 소파 같은 가구를 긁거나, 집안에 있는 식기를 다 물어서 작살을 내는 일도 없습니다. 저희 가족은 이 비결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나가는 ‘산책’ 덕분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산책나가면 개들은 표정부터 바뀝니다. 저렇게 신나하는데 안 나갈 수 있나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산책나가면 개들은 표정부터 바뀝니다. 저렇게 신나하는데 안 나갈 수 있나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 사람에게 편안한 공간이 개에게 편한 공간은 아니다

 

개소리 칼럼이 7화까지 오는 동안 개를 키우기 앞서 각오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주로 비용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이번 칼럼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 이렇게 들여야 하는 것이 많냐고요? 당연하지 않습니까! 생명 하나를 20년 동안 책임지는 일입니다. 인간에 의해 태어나서 인간의 손길을 받아야만 살 수 있게 태어난 동물입니다. 당연히 미리 생각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인간에게 길들여져 살기를 결정한 개들에게 닥친 가장 큰 시련은 인간 도시의 현대화일 겁니다.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하거나, 혹은 가축을 몰기 위해 개를 키우던 시절에는 인간과 함께 살 지언정 자신의 본능에 따라 맘껏 행동할 수 있는 공간에서 살았습니다. 신기한 냄새를 잔뜩 맡으며 돌아다니거나, 풀과 흙을 깔고 뒹굴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개와 뒤엉켜 놀수도 있으며 작은 동물을 쫓아 맘껏 달릴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아닙니다. 인간의 숫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인간의 편안한 생활을 위해 집은 두터운 벽으로 둘러 쌓이게 됐습니다. 인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당은 줄어들고 있고, 높은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인간의 지능을 이용해 세상을 바꾸고 있으며 이 공간에서 편안하게 살아갑니다. 인간은 이 편안한 공간에 자신들의 소중한 친구인 개가 함께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개는 빠른 속도로 변해버린 인간의 공간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아파트에서 개를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현관문을 열었더니 뛰쳐나간 개를 찾고 있다고요. 시골에 사는 개들은 집에 잘 찾아오는데 왜 못 찾는지 모르겠다는 자괴감어린 한탄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개는 아직 ‘높이’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 문에서 몇 번째 층이 집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하물며 집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면 더더욱 그렇지요. 냄새로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정도가 있는 겁니다.

 

집안은 또 어떻습니까. 장난감으로 개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야생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은 동물을 쫓으며 놀던 동물입니다. 흙을 파고 노는 것을 좋아하기에 발톱도 알아서 닳아 적당히 유지가 됐습니다. 하지만 현대 인간의 공간에서는 안되는 것 투성이입니다. 다른 개들과 소통하기 위해 구석에 조금씩 오줌을 싸놓는 행위도 못하고, 땅을 파지도 못합니다. 다양한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하지만 인간은 냄새를 좋아하지 않기에 아무 냄새도 나지 않게 청소합니다. 인간의 공간이 개에게는 오히려 살기 어려운 공간이 되는 겁니다. 친구 개들을 만나는 것? 인간의 공간 안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 3~4개월, 강아지의 평생을 결정한 중요한 시기

 

이 때문에 동물행동전문가들은 집안에 있는 반려견에게 ‘산책’은 아주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합니다. 반려견이 인간과 살면서 보이는 문제의 90%는 산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특히 어린 강아지 시절부터 산책에 나가는 것은 정말 매우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QnA에서도 강조했지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도 또 한 번 강조합니다.

 

개도 개마다 성격이 있습니다. 견종별로 경향성이라는 것이 있지만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취향도 있고요. (분명 건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데도) 생선을 좋아하는 개, 생선을 싫어하는 개가 있고, 물을 좋아하는 개와 싫어하는 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트리버 계열 견종은 물을 매우 좋아해 스스로가 물에 뛰어들어가서 놀 정도입니다.

 

개 성격은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특히 생후 3~4개월은 개 성격을 형성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강아지들이 세상에 대해 학습하는 시기입니다. 자신의 주변에는 무엇이 있는지, 무엇이 자신에게 위협적이고 무엇이 친밀한지 학습합니다. 예를 들어 이 시기에 다른 개들을 만나지 못한 강아지는 나중에 커서 개를 봤을 때 같은 개가 아니라 낯선 생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격성을 띄며 짖게 되겠지요. 개 뿐만 아닙니다. 심할 경우 모자를 쓴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겁을 먹고 짖을 수도 있습니다. 강아지 시절에 모자 쓴 사람을 본적이 없다면 말이지요.

 

어미개와 오랫동안 함께하는 새끼들은 이 시기를 어미와 형제들을 통해 학습합니다. 다른 개와 노는 방법을 배우고, 개들의 의사 소통을 배우지요. 따라서 어미개와 오랫동안 산 강아지는 적어도 개에 대해서 공격성을 띄진 않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반려견은 대부분 아주 어린 강아지일 때 어미개와 떨어져 살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주인이 어미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개를 평생 집 안에 가둘 것이 아니라면 되도록 모든 상황을 경험하게 해줘야 합니다. 남자, 여자,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을 비롯해 초인종 소리, 현관문 밖에서 나는 낯선 목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버스의 엔진 소리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시켜줘야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경험이 좋은 기억이 될 수 있도록 칭찬이나 간식을 통해 학습해야 합니다.

 

 

산책 중 두꺼비를 만난 개님. 산책 중이 아니었다면 개님은 두꺼비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산책 중 두꺼비를 만난 개님. 산책 중이 아니었다면 개님은 두꺼비를 만날 일이 있었을까요?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이 모든 것을 주인이 일일이 생각하면서 경험시켜주려고 하면 너무 많고 힘듭니다. 대신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산책’입니다. 집 밖으로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는 겁니다. 매일 집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돌발 상황이 발생합니다. 자동차가 지나가고, 다양한 모습의 사람드들을 만납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배달원, 청소를 하는 사람 등 주인이 집안에서 억지로 경험하게 할 수는 없는 수많은 경험들이 지나갑니다. 처음에는 겁먹을 수 있습니다만, 그 때마다 주인이 잘 다독여 각 경험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때 경험이 얼마나 개에게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사례를 하나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저희 개님은 어릴 때부터 건물 옥상에서 자랐습니다. 주변이 탁 트인 공간에서 지나가는 온갖 사람과 사건을 경험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택배 배달원이 가장 싫어하는 개라는 말이 있을 만큼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진돗개지만 저희 개님은 배달원들을 주인 반기듯 맞아줍니다. 이런 저희 개님도 경험을 못햇던 것이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현관문 밖에서 들리는 ‘보이지 않는 울리는 소리’였습니다. 상상도 안 가시지요?

 

주변이 탁 트인 공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덕에 정작 현관 문 바깥 소리가 낯선 소리가 된겁니다. 집 안에 있다가도 현관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리면 – 가령 앞집 가족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며 웃고 떠드는 소리 – 경계를 하며 으르렁거립니다. 주인이 아무리 안심을 시켜도 그 경계심은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쉽사리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을 열어서 누군지 보여주면 경계심이 곧장 사라지고 반갑다고 꼬리를 치기 시작합니다. 지켜보고 있지만 정말 신기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런 경험도 오랜 시간 좋은 기억으로 쌓인다면 변하겠지만 어린 강아지 시절 제대로 한두 번 경험하는 것만 못합니다. 그래서 그 시절이 개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이야기하는 겁니다.

 

● 필수 예방접종 기간과 산책의 딜레마

 

이쯤되면 어린 강아지가 산책을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 초보 견주는 어마어마한 딜레마에 빠집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강아지가 예방접종을 하는 시기 때문입니다. 예방접종을 마치고 전염병에 대한 항체가 생성되기 전에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라는 조언을 동시에 듣는 시기기도 합니다. 결국 견주의 ‘선택’이 필요하게 됩니다.

 

둘다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연하지요. 면역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어린 아기를 데리고 함부로 외출하는 부모가 없는 것처럼 필수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은 강아지를 데리고 ‘자신있게 산책을 나가라’고 권할 수 있는 의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면 개의 습성상 생후 3~4개월, 어떻게 보면 개의 평생을 결정할 이 시기를 집 안에서만 보내게 하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답답한 견주가 캐물어도 제가 지금 이야기한 것과 크게 결이 다르지 않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하게 되겠지요(인터넷 정보는 더 제각각입니다).

 

이 상황에서 저는 산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자마자 코로나 바이러스에 호되게 앓았던 일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어떤 병이든 초기에 발견한다면 (진료비만 감당할 수 있다면)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저희 개님은 공격성으로도 유명한 진돗개이고 오히려 그래서 더 사회성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고도 판단했습니다.

 

첫 산책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닙니다. 밖으로 나왔더니 단 한 발자국도 옮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당연한 겁니다. 강아지에게 그 세상은 너무나도 낯서니까요. 주인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시끄러운 소음조차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강아지입니다. 그래서 그냥 문 앞에서 앉아서 같이 세상 구경이나 했습니다.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탄성 - ‘어머 귀여워’ -을 들으며 혼자 뿌듯해 하다가 들어왔습니다.

 

저 시절도 잠깐입니다. 곧 세상에 익숙해진 강아지는 온갖 곳을 돌아다니고 싶어합니다. 호기심이 넘치는 나이니까요. 쉴새없이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고 다닙니다. 산책하면서 온갖 냄새를 맡는 것은 강아지에게 아주 유익한(?) 행동입니다. 이 냄새를 맡으며 호기심도 풀고, 주변의 정보를 얻습니다. 신기한 냄새를 맡으면 한참동안 그 냄새를 추적하기도 하고요. 산책 범위는 점점 넓어집니다. 그만큼 개가 경험하는 것도 많아지게 되겠지요.

  

호기심과 뛰어난 후각이 합쳐지면 어디선가 성묘를 하고 던져버린 북어를 주워와 저녁 찬거리에 보탤 수도 있습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호기심과 뛰어난 후각이 합쳐지면 어디선가 성묘를 하고 던져버린 북어를 주워와 저녁 찬거리에 보탤 수도 있습니다. -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공원에서 다른 개도 만나고, 다른 개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따라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또래를 만나면 신나게 뒹굴면서 놀고요. 나잇대가 비슷한 어린 강아지들이 만나면 집에 들어간 뒤 목욕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뒹굴며 노는데, 목욕이 어렵다는 이유로 못하게 막지 마세요. 집 안에 있던 당신의 개가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인겁니다. 같은 이유에서 단순히 주변을 같이 걸어다니는 것이 산책이 아닙니다. 개가 주변에 냄새를 맡으면 조금 기다려 주면서 조금은 개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해보세요. 산책 시간은 온전히 사람이 바람을 쐬며 운동하는 시간이 아니라 ‘개’가 바람을 쐬는 시간이라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다른 개를 만나고, 개들이 남기고간 냄새를 맡고, 새로운 소리를 듣고, 공원 같은 곳에서 흙을 발로 파보거나 좋아하는 풀도 좀 뜯으면서(개들이 생각보다 풀 뜯는 걸 좋아합니다ㅋㅋ) 산책을 하다 집에 들어가면 말썽피울 새도 없이 피곤해져서 곤히 잡니다. 게다가 꾸준히 산책을 나가면 생활 공간에서 배설하기 싫어하는 개들의 본능에 의해 밖에서 배변하기 시작합니다. 심한 경우 집안에서는 소변도 보지 않습니다. 개의 스트레스도 풀어주고, 문제행동도 교정되며 동시에 배변 훈련까지 됩니다. 어찌보면 산책은 개와 함께하는데 있어서 만병통치약인 셈입니다.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오가희 기자 solea@donga.com 제공

산책, 사실 귀찮습니다. 집안이 아닌 외부에서 배변하기 시작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나가야 합니다(물론 개들은 이런 날씨에 나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함께 살기로 결정한 이상 책임져야 합니다. 집 안에서 할 것이 많다는 사람들도 하루 종일 집 안에 갖혀 있다면 답답합니다. 하물며 정작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먹고 자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개는 어떨까요? 산책마저 없다면 문제 행동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산책은 당신과 개의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는 아주 쉬운 수단입니다. 그런데도, 개 산책을 마다하실 건가요? 다음 편에서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산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도움 | 양대건 수의사

 

 편집자주

저출산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대략적인 통계에 따르면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반려동물 전성시대를 맞아 동아사이언스에서는 주 1회 개를 키우는 기자의 경험담을 들려 드릴 계획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다보면 수많은 고민이 생깁니다. 누구의 말을 따라야할지도 모르고요. 기자의 경험과 결정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혹은 키우길 계획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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