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집단행동의 심리학(하): 시위는 어떻게 종결되나?

2016년 12월 07일 15:00

※편집자주: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는 수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보통 시위현장에서는 긴장감, 폭력, 공포감 등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심각한 정치적 이슈임에도 축제를 연상하게 합니다.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조직화되어 나왔다기 보다는 헌법에 명기 된 '주권'을 지키기 위한, 주권자 개개인들이 모여서 큰 흐름을 만들고 있습니다.  본지는  인류학을 전공한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집단 행동에 나서는 심리에 대해서 3회에 걸쳐 연재를 합니다.

 

<게재 순서> 

(상)시위는 왜 일어나나? 
(중)어떤 사람이 시위에 참여하나? 
(하)시위는 어떻게 종결되나?  

 

6차 촛불집회가 마친 12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한 시민들이 청운동을 지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6차 촛불집회가 마친 12월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을 출발한 시민들이 청운동을 지나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 포커스뉴스 제공

▶ 고민

추워지는 날씨에도 계속되는 시위와 집회, 그리고 한번에 수백만명이 넘게 촛불을 드는 모습을 보면 놀라운 생각이 듭니다. 평소 잘 나서는 편이 아닙니다만, 이제는 한번 나가보아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도대체 시위나 집회와 같은 집단 행동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요? 그리고 주로 어떤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나요? 또 시위는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 것인가요?

 

● 바쁜 분들을 위한 4줄 요약


1. 집단 행동의 초기에는 분명 감정의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
2. 폭력이나 분열 등이 일어나면, 집단 행동은 이내 수그러든다.
3. 실패한 시위의 원인은 는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실패’할 수 있다. 
4. 성공적인 시위는 ‘군중의 지혜’를 통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 답변

촛불에 켜진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성공적인 시위와 집회에 대해, 해외 언론에서도 칭찬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칭찬을 받자고, 고생스럽게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과연 언제까지 시위가 계속 될까요? 지친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닐까요? 혹은 지리멸렬하게 끝나버리는 것일까요? 이번 마지막 편에는 시위가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에 대해서 다루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집단 행동의 동기는 분명 감정이다.


시위는 분명 감정적 산물입니다. 집단 행동을 유발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불공정의 느낌도 감정이고, 이에 대한 불만도 감정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역시 감정의 영역입니다. 심리학자 잭클라인 반 스테켈렌베르그(Jacquelien van Stekelenburg)와 베르트 클란더만스(Bert Klandermans)에 의하면, 분노를 동반하지 않는 시위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집단적인 분노는 시위가 일어나기 위한 강력한 전제조건이자 심리적 동기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호주에 살고 있던 원주민, 아보리지니(Aboriginal Australians)는 오랜 세월 영국계 이민자 및 식민지 정부에 의해서 자신의 땅을 빼앗기고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호주 정부는 이들을 위한 혁신적인 보상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놀랍게도, 그동안 “혜택을 받았던” 사람, 즉 백인 집단의 일부가 이에 반발하여 들고 일어난 것입니다.


심리학자 콜린 웨인 리치(Collin Wayne Leach) 등은 호주 주류 사회의 시민들을 감정상태에 따라 분류해 보았습니다. 사실 다수의 사람들은 그동안 얻은 이득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죄책감은 정치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원주민에 대한 보상이 부당하다는 “부당한” 주장을 하는 시민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주된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강력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분명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주장”이지만, 그들은 분노했고, 분노는 이들을 정치적 집단 행동으로 이끄는 힘이 되었습니다. 

 

정당성과는 무관하게, 공유된 분노는 집단 행동을 유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많은 지식인들은 공개적으로 대중의 비판과 고문을 받는 비투대회(批斗大会)에서 희생되었다. 사진은 비판받고 있는 티벳의 종교지도자 판첸 라마. - wikimedia commons 제공
정당성과는 무관하게, 공유된 분노는 집단 행동을 유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많은 지식인들은 공개적으로 대중의 비판과 고문을 받는 비투대회(批斗大会)에서 희생되었다. 사진은 비판받고 있는 티벳의 종교지도자 판첸 라마. - wikimedia commons 제공

시위대가 경험하는 이중적인 정체성


어떤 이유로든 집단 행동이 진행되면 그 행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종의 정체성을 가지게 됩니다. “집단 안의 나” 혹은 “우리를 위한 나”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집단을 위해서 뭔가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내적 규율을 만들게 됩니다. 시위에 참석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청소를 하거나, 경찰버스에 붙은 유인물을 떼어주는 것, 혹은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을 말리는 등의 행동이 바로 이러한 내적 규율입니다.


그런데 심리학자 디르크 오에게마(Dirk Oegema)와 베르트 클라이더만스 등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종종 새롭게 형성된 정체성이, 기존의 정체성과 충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직원이나 노조원인 사람은, 시위 중에 자신의 직장을 비난하는 구호에 갈등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갈등이 어느 정도 선을 넘게 되면, 즉 회사 기물을 부수는 등의 행동이 시작되면, 이들은 집단 행동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아무리 분노가 끓어오른다고 해도, 경찰을 쳐부수자든가 국기를 불태우자든가 하는 식의 행동이 반복되면, 이중적인 정체성(dual identity)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은 점점 빠져나가게 됩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 시민 운동은, 총리 및 내각을 사퇴시키기도 하는 등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그 끝은 좋지 않았습니다. 1968년 니혼 대학의 막대한 회계부정사건이 드러나자, 이른바 전공투(全共闘. ぜんきょうとう) 투쟁이 시작됩니다.

 

수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이 학교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강력한 투쟁을 1년 이상 지속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투쟁의 목적이 불분명해졌습니다. 내부 분열이 심해졌고 심지어는 파벌 간의 살인사건도 일어났습니다.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결국 스스로 소멸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분노는 집단 행동을 일으키는 힘이지만, 종종 그 안에 내재한 폭력성과 극단성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하고 맙니다.

 

 1960년 미일안보조약의 체결을 반대하는 33만명의 일본 시민들이 국회로 행진하고 있다.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우익 폭력 단체를 동원했는데, 결국 내각이 총사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시민운동이 10년간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나, 68년 전공투 투쟁의 과격성과 내부 분열로 인해 결국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 아사이신문사 제공
1960년 미일안보조약의 체결을 반대하는 33만명의 일본 시민들이 국회로 행진하고 있다.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우익 폭력 단체를 동원했는데, 결국 내각이 총사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시민운동이 10년간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나, 68년 전공투 투쟁의 과격성과 내부 분열로 인해 결국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 아사이신문사 제공

실패한 시위의 원인들


시위가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원인도, 목적도, 과정도 천차만별인 집단 행동의 결과를, 단지 심리적 요인 하나로 환원해서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이 집단 행동을 참여하는 심리적 요인은 대략 짐작할 수 있지만, 어떻게 끝날 것인지에 대해서 미리 추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2011년 있었던 월가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는 한때 세계 곳곳에서 유사 시위를 불러올 만큼 큰 사회적 반향이 있었습니다. 자발적인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아주 평화적으로 진행되었을 뿐 아니라, 집회의 구호도 주로 월가의 탐욕을 비판하는 ‘도덕적으로 올바른’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두 달이 채 되지 못해, 경찰의 강제 진압에 해산되며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사회에 던져 준 의미는 무거웠지만, 결국 ‘실패’한 시위에 불과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왜 실패했을까요?


저널리스트 스코트 스틴슨(Scott Stinson)은 이에 대해서 몇 가지 원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 중 중요한 원인은, 바로 “불명확한 시위의 목적과 너무 많은 메시지”였습니다. “99% 대 1%”라는 간단한 구호로 모였지만, 점차 은행을 국유화하라든가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든가 심지어는 911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등 이런저런 주장이 많아지면서 정작 무엇이 진짜 목적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두번째 문제는 ‘시위를 끝낼 시점’을 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주장을 내세우면서, 과연 무엇을 얻으면 성공을 외치며 집회를 종결할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었습니다.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11월 17일 뉴욕 경찰의 대대적인 해산 작전을 통해서 사실상 종결되었다. 이후 몇 차례 산발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주장을 한 것이 실패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 REUTERS/Mike Segar 제공
2011년 9월부터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11월 17일 뉴욕 경찰의 대대적인 해산 작전을 통해서 사실상 종결되었다. 이후 몇 차례 산발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주장을 한 것이 실패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 REUTERS/Mike Segar 제공

“군중의 지혜”을 통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 그리고 종결.


1895년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구스타브 레 봉(Gustav Le Bon)은 자신의 책에서, 익명성을 가진 집단은 결국 비이성적인 판단을 할 뿐 아니라 종종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는 일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군중이 갑자기 돌변하여 어떤 행동을 할 지 알 수 없고, 또 이를 막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현대 심리학에서는 이와 달리, 스스로 조직화된 거대한 집단이 정치적 목표를 위해서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진화인류학자 마크 판 퓌흐트(Mark van Vugt)는 이른바 ‘군중의 지혜(wisdom of crowds)’를 통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영리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집단은 비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개인보다 더 이성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963년 미국 워싱턴에서는 역사적인 군중들의 행진이 있었습니다. 원래 흑인을 중심으로 한 집회였지만, 백인도 6만명이나 참가하였죠. 전국에서 “자유의 버스”를 타고 모인 30만명의 흑백 군중이 평화롭게 행진하는 모습이 전국에 방송되었습니다. 바로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집회로 꼽히는 “워싱턴 행진(March on Washington for Jobs and Freedom)” 입니다. 그리고 그때 연설을 한 사람이 바로 노벨상을 수상한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입니다. 이 평화행진의 결과로 결국 인종차별을 금지한 민권법(Civil Right Act)이 통과됩니다.


지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시위가 어떻게 종결될 지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극단적인 “폭력과 분열”을 반복하다 소멸한 일본 전공투 투쟁의 전철을 밟을 지, 혹은 월가 점령 시위처럼 이런저런 “올바른 주장”만 쌓아가다가 사라지게 될 지, 아니면 킹 목사의 “워싱턴 행진”처럼 우리 사회의 어려운 문제를 멋지게 해결하고 끝나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워싱턴 행진에 참여한 30만명의 군중과 킹 목사. 킹 목사는 흑인과 백인이 화합하는 평화로운 행진, 그리고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서, 미국에서 인권법이 통과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  Information Agency 제공
워싱턴 행진에 참여한 30만명의 군중과 킹 목사. 킹 목사는 흑인과 백인이 화합하는 평화로운 행진, 그리고 “나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통해서, 미국에서 인권법이 통과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  Information Agency 제공

에필로그


알렉산더 코헨(Alexander Cohen)의 연구에 의하면, 거친 날씨에는 정치적 행동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월가 점령 시위가 11월에 종결된 이유도,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그랬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촛불 집회는 종종 비까지 쏟아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고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한결같이 평화적으로 건강한 집회를 계속하는 시민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 참고문헌
Cohen, Alexander 2011 Climate, Weather, and Political Behavior. Theses and Dissertations, accessed December 5, 2016.
van Stekelenburg, J., and B. Klandermans 2013 The Social Psychology of Protest. Current Sociology 61(5–6).
Mark van Vugt 2011 Why We Protest | Psychology Today. Psychology Today, accessed December 4, 2016.
scott stinson 2011 Five Reasons the Occupy Wall Street Movement Failed, and One Reason It Didn’t | National Post. National Post, accessed December 4, 2016.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 병원 정신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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