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없이 유튜브를 본다? '유튜브 레드' 국내 서비스 시작

2016년 12월 07일 14:00

유튜브를 한 마디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러니까 스마트폰과 3G 데이터로 동영상을 보는 게 익숙해진 뒤로는 적어도 ‘동영상 사이트’라는 말로 담을 수는 없게 됐습니다. 유튜브를 쓰는 목적이 그만큼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을 올리는 사이트를 넘어 유튜브는 누군가에게는 개인 방송 플랫폼이 되기도 하고, 과외 선생님이 되기도 합니다. 유튜브에는 잘 풀리지 않는 일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도 있고, 세상의 부조리한 일을 세계로 알리는 미디어의 역할도 충실합니다. 그러니까 요즘 유튜브의 역할은 ‘콘텐츠가 모이는 포털’, 더 나아가 ‘콘텐츠의 구글링’을 맡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지요. 

 

최호섭 제공
구글코리아 제공

이런 유튜브가 서비스를 진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겁니다. 구글도 이용자들이 유튜브에 대해 딱 간지러워할 부분들을 긁어주는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바로 ‘유튜브 레드’입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에 이어 우리나라는 다섯번째 서비스 국가가 됐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첫번째입니다.

유튜브 레드의 기능은 아주 단순합니다. 기기에 콘텐츠를 저장했다가 오프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폰 화면을 끄거나 다른 앱을 이용해도 백그라운드에서 콘텐츠를 계속 재생해줍니다. 그리고 콘텐츠 시작과 중간에 끼어드는 광고가 없습니다. 이렇게 한 달을 쓰는 이용료는 7900원입니다. “그게 전부야?”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직접 써보면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돈을 내는 것과 내지 않는 것의 차이는 ‘콘텐츠’가 아니라 ‘경험’에 있기 때문입니다.


왜 ‘레드’일까

저도 사실 올 초 유튜브 레드에 대한 뉴스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를 보는 이유는 동영상이고, 화면을 끄거나 오프라인으로 볼 이유는 없지 않나라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지요. 유튜브를 늘 쓰면서도 그 해석은 갇혀있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주변에서나 독자들이 제게 물어보던 질문 중에 ‘유튜브를 백그라운드에서 재생할 수 없느냐’라는 게 꽤 있었습니다. 그게 안타깝게도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왜 백그라운드 재생이 필요해?”라고 하니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음악은 멜론이나 벅스뮤직을 들으면 안 되나 싶기도 했지만 의외로 유튜브를 음악 재생기로 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유튜브는 인터넷 주크박스인 셈이지요.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12월 6일 저녁에 열린 유튜브 레드 파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윤상 씨의 진행으로 남궁연, 김이나, 그레이, 디바 제시카가 새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묘하게도 이 다섯 분이 유튜브를 쓰는 방법은 모두 달랐습니다.

윤상 씨는 “유튜브는 기적같다”는 말을 꺼냅니다. 어렸을 때 듣던 음악들의 아주 작은 요소만 검색해도 원하는 음악이 튀어나오는 자료 창고라는 겁니다. 작사가 김이나 씨에게 유튜브는 TV를 대신하는 미디어라고 합니다. 남궁연씨는 “신해철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고 설명했습니다. TV로 볼 수 없는, 방송국이 서비스하지 않는 영상 자료들이 유튜브 어딘가에는 보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디바 제시카는 교육에 관련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접점이라고 말합니다. 음악 뿐 아니라 유튜브의 콘텐츠로 어학 공부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예전에 독일어를 배웠던 적이 있는데, 가장 힘들었던 게 교과서 외의 콘텐츠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때 유튜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다시 유튜브 레드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이 유튜브를 쓸 때 몇 가지 걸리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광고와 백그라운드 재생입니다. 이 두 가지는 달라보이지만 사실 같은 이야기입니다. 유튜브가 운영될 수 있는 수익은 광고에서 나오고, 또 그 수익의 일부는 콘텐츠 저작자들에게 지급됩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이용자가 화면을 끄거나, 유튜브 앱이 백그라운드로 내려가면 광고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야멸차다고 할 수도 있지만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요.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유튜브 레드는 단순한 유료 서비스라기보다 유튜브의 유일한 수익원인 광고 때문에 생기는 경험의 단절을 해소하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대가를 치르는 이용자라면 충분히 서비스와 콘텐츠에 기여하기 때문에 광고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백그라운드로 재생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돈을 내지 않아도 콘텐츠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광고를 보면 됩니다.


결국 유튜브 레드는 단순히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모델이라기보다 유튜브 이용자가 늘어나는 데에 발 맞춰 서비스의 경험을 파는 하나의 옵션인 셈입니다. 실제로 유튜브 레드는 유튜브와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뭔가 클립이 넘어갈 때마다 광고가 나올까 안 나올까 하는 묘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다른 서비스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를 볼 때는 ‘아, 이래서 사람들이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다고 말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다 듭니다.


유튜브를 듣다

구글은 유튜브 레드와 함께 유튜브 뮤직 앱도 꺼내 놓았습니다. 유튜브 뮤직은 별도의 거창한 음악 서비스가 아닙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유튜브로 음악 콘텐츠를 듣는 사람들을 위해서 별도로 디자인한 또 하나의 유튜브 플레이어입니다. 유튜브에서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만 들려주는 것이지요.


유튜브 앱과 마찬가지로 유튜브 뮤직 역시 중간중간 광고를 보면 무료로도 쓸 수 있고, 유튜브 레드 이용자는 ‘광고 제거’, ’백그라운드 재생’, ‘오프라인 저장’의 3가지 요소가 적용됩니다. 여기에 앱 자체에 영상 모드와 음악 모드를 전환할 수 있는 버튼을 두어서, 음악을 듣기만 할 때는 비디오 스트림을 빼고 오디오 스트림만 내려받을 수도 있습니다.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이 뮤직앱은 좀 묘합니다. 일반적인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새 음악들이 소개되고, 주제에 따라 미리 묶여진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콘텐츠가 즉석에서 만들어집니다. 유튜브 뮤직이 리스트를 만드는 건 오로지 이용자의 취향 분석입니다. 앱을 처음 실행하면 어떤 뮤지션을 좋아하는지 묻는데, 그 정보가 직접적으로 새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데 반영됩니다. 그리고 어떤 음악을 즐겨듣는지도 실시간으로 반영됩니다.

제 경우,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빠져 있는데, 몇 곡을 들었더니 플레이리스트에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음악들을 잔뜩 보여줍니다. 라이브, 리메이크, 팬 영상, 공식 뮤직비디오 등 유튜브 앱과 달리 소스의 종류도 태그로 입력해 두어서 알아보기에 좋습니다. 수많은 배우들의 노래를 계속 들려주니 그냥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하게 되더군요. 저도 모르게 유튜브를 ‘듣고 있었’습니다.

유튜브 뮤직의 기본은 뮤직비디오나 팬들이 만든 영상 등 음악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들려주는 겁니다. 그런데 유튜브는 여기에 별도 서비스를 더했습니다. ‘아트트랙’이라고 부르는 건데 일부 저작자들은 유튜브 뮤직을 위해 별도로 음원을 공급합니다. 뮤직비디오 대신 제목과 아티스트의 이름을 이미지로 영상에 집어넣은 클립입니다. 이 아트클립으로 앨범 전체를 들을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트클립의 음질은 320kbps로 인코딩돼서 꽤 괜찮은 편입니다.


유튜브 레드의 오프라인 저장도 쓸 수 있는데, 뮤직 앱에서는 조금 방법이 다릅니다. ‘오프라인 스테이션’에 음악이 저장되는데 20곡에서 100곡까지 미리 내려받았다가 인터넷 연결과 관계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음악을 직접 골라서 저장하는 게 아니라 구글이 최근 음악 소비 습관을 분석해서 저장합니다. 셔플링은 이용자가 콘텐츠를 마음대로 다룰 수 없다는 게 보통 불쾌한 편인데 유튜브의 선곡이 나쁘지 않고, 또 유튜브 뮤직의 활용 방법 자체가 추천 기반이 깔려 있기 때문에 꽤 재미있습니다. 조금 다른 의미의 ‘유튜브라서…’랄까요?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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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음원을 앨범 단위로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실 유튜브 뮤직은 앨범보다도 음원 한 곡씩을 듣는 쪽에 더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제 새로운 음악을 찾아서 듣는 데에는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즐겨듣는 음악들을 반복해서 듣고, 새 음악은 아주 가끔 찾아듣는데, 그 사이에 슬쩍슬쩍 새로운 음악을 넣어주는 게 꽤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음악의 범위도 조정할 수 있고, 무엇보다 다른 서비스에 비해 취향을 맞춰주는 정확도가 좋은 편입니다. 유튜브를 즐겨 쓰신다면 추천 알고리즘에 놀란 적이 있을 겁니다. 그 범위가 음악으로 좁혀졌다고 보면 됩니다.

구글이 유튜브 뮤직을 발표하면서 꺼낸 한 마디가 기가 막힙니다. ‘음악의 끝없는 발견’입니다. 이 한마디가 사실 많은 걸 설명해줍니다. 세상에 음악은 더 많이 쏟아지고, 뭘 들어야 할 지 더 찾기 어려워지는 게 현실입니다. 어쩌다가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으면 ‘발견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끝없는 발견’이라는 표현이 그 느낌을 설명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작곡가 김이나 씨는 ‘취향의 집사’라고 설명했는데 딱 어울리는 표현 아닌가요?

 

 

최호섭 제공
최호섭 제공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한 구글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듯 유튜브 역시 동영상 사이트에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세상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변화와 맞물립니다. 유튜브 레드, 그리고 유튜브 뮤직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이제 유튜브가 하나의 미디어로 자리 잡았고, 인색한 인터넷 환경에서 유료 서비스로도 가치를 갖게 됐는데 그걸 마치 공기의 존재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유튜브 레드의 성적은 그 가치를 실제로 확인하는 계기로서로 의미를 갖게 될 겁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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