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VIEW] “그래도 ‘미인도’는 위작이다”라는 프랑스 업체...그 근거는?

2016년 12월 28일 07:45

한 해를 마감하는 2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위작 미인도사건,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미인도>는 故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이죠. 최근 검찰이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에 반발한 유족과 프랑스 미술품 감정 기업이 연 기자회견이었습니다.

 

《위작 미인도사건, 한눈에 보기》

 

〖CONTE 1〗
미인도 진위 논란 처음 터지다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CONTE 2〗
천 화백 사망 후 미인도 위작 논란 재점화

(마지막 톡, 검찰 안읽음)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마지막 톡, 검찰 안읽음)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CONTE 3〗
뤼미에르 측 논리

(검찰 또 안읽음)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검찰 또 안읽음)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LIVE》 

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에 대한 한국 검찰의 발표를 정면 반박하고 나선 천 화백의 유족과 과학 감정을 담당했던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대표. - 염지현 제공
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미인도>에 대한 한국 검찰의 발표를 정면 반박하고 나선 천 화백의 유족과 과학 감정을 담당했던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대표. - 염지현 제공

“단층촬영을 이용한 과학적 분석 방법으로 천경자 화백의 다른 9개 작품과 K5(미인도)를 비교했을 때, 같은 작품군일 가능성은 0.00019% 밖에 안됩니다.” (장 페니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대표)

 

지난 19일, 검찰은 25년 간 논란이 되었던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천 화백의 유족과 변호인단, 미인도의 과학 감정을 맡았던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한국 검찰의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그들은 망설임없이 항고를 결정했고, 급기야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와 관련 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낮 기온도 영하권을 맴돌았지만 취재 열기 만큼은 뜨거웠습니다. 기자회견 현장에 꽤 일찍 도착했음에도, S석(책상이 있어 노트북으로 기사 작성이 바로 가능한)은 이미 만석이었습니다. 취재 기자는 물론, 방송 기자, 사진 기자, 미술 업계 전문가, 법률 자문인단, 유족들이 함께 했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기자 회견은 유족들의 강한 의지로 마련된 자리였습니다. 천 화백의 둘째 사위인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가 직접 사회를 보며 기자 회견이 시작됐습니다. 간단히 기자 회견을 열게 된 이유를 설명한 뒤,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들고 단상으로 나온 장 페니코 대표는 90여 분 동안 한국 검찰의 수사 의뢰를 받고 과학 감정을 진행하며 작성한 ‘미인도가 가짜인 이유’가 담긴 보고서의 일부 결과 값을 공개하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취재진은 프리젠테이션 자료에서 그래프가 나오거나, 미인도 일부 그림, 수치가 포함된 결과 값이 나올 때 셔터를 쉴 새 없이 터뜨렸습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FACT》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진품일까, 가품일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는 진품일까, 가품일까.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미인도’를 분석하기위해 쓴 방법은 단층 촬영입니다. 그냥 눈으로 보기엔 아주 얇은 그림이지만, 그림에는 작가들이 그리는 과정에서 스케치나 색을 바꾸며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단층 촬영은 그 과정을 층층히 촬영해서 그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겁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그림 한 장을 1650층으로 나눠서 켜켜이 촬영을 하고, 또 각 층은 13개의 다른 파장을 이용해 촬영합니다. 그래서 그림을 훼손하지 않고도 그림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려졌는지를 알 수 있는 겁니다. 기존에는 그림을 분석하기 위해서 그림에서 물감(안료) 일부를 떼내 시대를 분석하거나 X선이나 적외선 같은 한정된 파장으로 촬영했습니다.

 

어쨌든 이런 방법으로 ‘미인도’를 분석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1. 작가가 대상을 인지하는 과정을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미국 과학전문지 ‘와이어드(wired)’가 분석한 색 분석 - wired 제공
미국 과학전문지 ‘와이어드(wired)’가 분석한 색 분석 - wired 제공

 

 

어떤 물건을 볼 때 사람마다 해석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얼마 전 유행했던 ‘원피스 색 논쟁’을 떠올리면 쉬울겁니다. 분명 똑같은 줄무늬 원피스인데 어떤 사람은 검정-파랑 줄무늬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흰색-금색 줄무늬 옷으로 봤습니다. 일반인도 이런 데 하물며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어떨까요? 화가들은 자신만의 특유의 시각으로 세상을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이 점에 착안했습니다. 이미 진품으로 알려진 천 화백의 작품 9점(1977년~1985년 사이에 그려진)과 위작 논란이 있는 미인도를 비교했습니다.

 

① 배경을 지우고 주인공 물체(인물)에 사용된 광도 (물체 전체의 밝기를 나타내는 양)를 분석했습니다. 광도의 표준편차 값을 따졌을 때 진품 9점은 21.83~34.96의 표준편차 분포값을 보였는데, 미인도만 표준편차값이 45.29로 유독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수학에서 표준편차는 자료의 흩어진 정도를 비교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값입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그림에서 표현된 빛의 세기-광도 흩어짐 정도가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표준편차 값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측의 주장은 K5(미인도)는 동시대에 그렸던 천 화백의 작품과 비교해, 빛의 흩어짐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측의 주장은 K5(미인도)는 동시대에 그렸던 천 화백의 작품과 비교해, 빛의 흩어짐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② 광도 표준편차 뿐만이 아닙니다. 천 화백이 그림을 그릴 당시 빛을 얼마나 감지하고 그림에 반영했는지를 보여주는 ‘휘도’ (광원의 단위면적당 밝기의 정도) 값에서도 진품 9점(1점 대)에 비해 미인도는 유달리 높은 값(2.097)을 보였습니다.

 

[좌] 애드벌룬의 파란색∙초록색∙흰색 띠에 그늘이 져도 우리 눈은 계속 같은 색으로 인식한다. [우] B는 A보다 밝은 색이다. 그림처럼 B에 그늘이 져도 A보다 밝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A와 B는 같은 색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좌] 애드벌룬의 파란색∙초록색∙흰색 띠에 그늘이 져도 우리 눈은 계속 같은 색으로 인식한다. [우] 그림처럼 B에 그늘이 져도 A보다 밝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A와 B는 같은 색이다. - 위키피디아 제공

③ 이런 차이를 통해 미인도가 다른 9개 작품과 동일한 작품군 (유사한 특징을 가진 비슷한 작품 모임)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계산했을 때 일치할 확률이 0.00019%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미인도는 다른 9개 작품과 확연히 다른 화풍을 가졌다고도 볼 수 있는 겁니다.

 

2. 작가의 그림 습관을 찾아낸다
하지만 단순히 다른 작품군과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천 화백이 특별한 심정으로 미인도만 특이하게 그렸을 수도 있으니까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정밀 분석을 통해 그림 습관을 찾아낸 자료를 덧붙였습니다.

 

① 분석에 사용한 그림 9점과 미인도는 모두 인물화입니다. 이들 인물화에 그려진 눈의 흰자위의 두께를 분석했습니다. 아무래도 흰 자위는 다른 부분에 비해 동일한 안료와 비슷한 기법으로 그릴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뤼미리에르 테크놀로지의 분석에 따르면 진품 9개의 그림보다 미인도의 흰 자위 안료의 두께가 확연히 얇다고 합니다.

 

보고서 결과의 일부를 공개하고 직접 설명한 장 페니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대표. - 염지현 제공
보고서 결과의 일부를 공개하고 직접 설명한 장 페니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대표. - 염지현 제공

② 눈동자도 작가의 그림 습관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눈 앞에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릴 때 팔의 길이나 근육 분포에 따라 원이 다르게 그려집니다. 키가 150㎝인 사람이 원을 그릴 때와 180㎝인 사람이 원을 그린다면 같은 힘을 가하더라도 당연히 그려지는 크기가 다르겠지요. 반대로 같은 모양을 그리기 위해서는 힘을 다르게 줘야 할 겁니다. 천 화백의 그림도 그 점에 착안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진품 9점은 동일한 팔 길이와 근육, 습관을 가진 사람이 가진 사람이 그렸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유사한 패턴이 발견됐지만 미인도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뤼미에르 측에 따르면 눈과 눈 사이, 이마와 코로 이어지는 비율 등에 대해서도 이런 분석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천 화백이 <미인도>를 그렸던 당시, 비슷한 시기에 그렸던 10개의 작품 속 눈. 차이점이 보이시는지요?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천 화백이 <미인도>를 그렸던 당시, 비슷한 시기에 그렸던 10개의 작품 속 눈. 차이점이 보이시는지요?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③ 마지막으로 이용한 방법은 ‘푸리에 변환’입니다. 푸리에 변환은 서로 다른 현상을 보이는 대상에 대해 주파수로 분석해 일치도를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진품 9점과 미인도가 모두 인물을 그린 그림이라는 것에 착안해 눈코입만 보이도록 그림을 정사각형 형태로 자르고 푸리에 변환을 이용해 각 그림의 주파수를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분석에 따르면 미인도의 주파수가 13으로 다른 그림보다 현저히 낮다고 합니다.

 

《VIEW》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천경자)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천경자) 제공

‘미인도’의 위작 논란은 한두 해 동안 진행된 논란은 아닙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그림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부터 논란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림을 그린 작가가 자신이 그린 적이 없다고 하고, 위작을 그린 작가는 스스로가 그렸다고 진술을 했는데도 진품이라고 결정되는 요상한 그림입니다.

 

미인도가 진품인지 확인하려는 시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거 조사 중에는 그림에 사용한 안료를 분석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미인도에 사용한 안료가 다른 그림에 사용한 안료와 같다면 천 화백이 그린 그림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고 했었지요. 이 방법은 이미 역사가 깊은 다른 미술품에서 익히 쓰였던 방법입니다. 아주 유명한 그림을 후대 화가가 모작했을 때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안료의 연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쓰였지요.

 

그러나 천 화백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천 화백이 사용한 안료는 당시 누구나 쉽게 구해 사용할 수 있는 안료였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크게 차이나는 것도 아니어서 안료만으로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에는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미술 전문가가 그림을 살펴 조사하는 안목 조사의 경우 사람의 눈으로 분별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결과를 내주지 못했습니다. 익히 알려진 X선이나 적외선을 이용해 그림의 내부를 살피는 방법도 신통찮은 결과를 냈지요.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세월이 흘러 과학이 발전하면서 유족들은 새로운 기술로 진위를 가리려는 시도에 도전했습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단층 촬영 기술입니다. 이 회사는 과거 단층촬영 기술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눈 주위에 미세한 금이 보이는 것을 봐서 원래 눈썹이 있었는데 전해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부주의로 지워졌을 가능성을 제기했었지요.

 

그리고 이 기술을 이용해 이번에는 미인도가 위작임을 확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한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63쪽에 달하는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한국 검찰이 왜 전문가인 자신들의 의견을 고려조차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지요.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뜨거운 분위기로 진행됐습니다. 수학적, 과학적인 방법을 강조한 것치고 그 방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 과정을 설명한다고 해서 저를 비롯한 기자들이 완전히 이해했을 것 같진 않군요).

 

검찰 측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방법을 이용해 독자적으로 조사를 했을 때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며 뤼미에르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만, 그러면서 누가 조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인도가 위작임을 주장하는 천 화백의 유가족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신들은 철저하게 배제되고 모든 결과는 언론을 통해서 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검찰 조사 결과를 믿을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는 입장입니다. 장 페니코 대표가 검찰 발표가 나자마자 한 걸음에 한국에 달려 온 것도 같은 이유일 테고요.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미인도’가 위작인지, 진품인지는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자신이 그리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천 화백조차 이미 세상을 떴고요. 의혹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뤼미에르는 이번 조사에 대한 내용을 논문으로 내년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모든 것을 꽁꽁 숨기고 있는 검찰은 어떤 논리로 이 논란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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