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넘게 실천 가능한 새해계획 수립 방법 5가지

2017년 01월 07일 07:30

▶ 고민

새해가 밝았습니다. 양력이 맞는지, 음력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작년 새해에 세웠던 계획이 고스란히 미해결과제로 남은 것을 보면 새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없으니, 이런저런 목표를 구상해 봅니다. 실천 가능한 현명한 새해 계획을 세우는 방법이 있을까요?


 

● 바쁜 분들을 위한 4줄 요약


1. 한 해의 시작은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자기 계발에 대한 강박과 불안은 무리하고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게 하는 요인이다.
3. 일단 하나의 작고 현실적인 목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늘 마음으로 결심을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다.

 


▶ 답변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입니다. 물론 정유년의 시작이 양력 1월 1일부터 시작인지, 혹은 음력 설(1월 28일)부터 계산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립니다만. 사실 간지의 구분은 태양력 중에 하나인 그레고리력을 따르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태음력(혹은 태양태음력)을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간지의 구분은 태양의 변화에 따른 24절기에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명리학에서는 24절기의 첫번째 절기인 입춘(立春)을 간지의 시작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2월 4일부터 정유년인 것이죠.

 

GIB 제공
GIB 제공

새해의 시작


하지만 흔히 말하는 대로, 양력 1월 1일을 정유년의 시작이라고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갑오개혁 이후 조선은 태양력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는데, 그래서 1895년 11월 17일을 1896년 1월 1일로 정하면서 새로 건양(建陽)이라는 연호를 사용하게 됩니다. 비슷한 시기 창간된 독립신문이 바로 이 연호를 사용해서, 양력만(그리고 한글만) 사용했습니다. 더 이상 중국의 역법과 연호를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였죠.


그러나 음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습니다. 나이가 조금 있으신 독자분이라면, 아마 ‘민속의 날’을 기억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1896년 양력이 도입되면서, 공식적으로 음력설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오랜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었습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때부터 음력을 폐지했기 때문에, 식민지 조선에서도 강압적으로 음력설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해방 후에도 여전히 이런 관행이 지속되었고, 심지어 음력설에 쉬는 기업에 불이익을 주기도 했었죠. 하지만 음력 기준으로 차례를 지내는 전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결국 1985년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을 거쳐, 89년 ‘설날’이 다시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새해를 둘러 싼 갈등은 그 역사가 아주 깁니다. 농경은 24절기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합하기 때문에, 약 4000년전 고대 바빌론에서는 파종을 하는 춘분 무렵을 한 해의 시작으로 축하했습니다. 새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죠. 고대 로마도 이러한 기준을 따라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것을 율리우스 카이사르 황제가 서기 46년, 현재의 1월 1일을 새해로 결정합니다. 이른바 율리우스력의 시작입니다. 영어에서 7월이 ‘July’가 된 것도, 율리우스(Julius)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러나 유럽 사회는 이후에도 천년 넘게 율리우스력을 잘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1582년, 교황 그레고리 8세가 보다 개선된 태양력, 즉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면서 드디어 새해의 기준이 현재의 1월 1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는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정하면서, 누적된 오차를 해결합니다(그래서 그레고리력을 즉시 받아들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의 지역에서는 그 열흘이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1582년 10월 5일부터 14일까지는 태어난 사람도 죽은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인 시기는 지역별로 아주 다릅니다. 심지어 일부 동유럽이나 터키 등에서는 한국보다도 늦은 20세기 초에야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입니다. 동방 정교회와 로마 가톨릭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죠. 지금도 동방 정교회에서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러시아의 성탄절은, 그레고리력으로는 1월 7일입니다(얼른 러시아에 가시면 크리스마스를 한번 더 즐길 수 있습니다).


길게 설명한 것처럼, 절기와 날을 세는 방법 및 그 배경에는 아주 복잡한 종교적 혹은 민족적 역사가 있기 때문에, 언제부터 새해가 시작되고 또 간지가 바뀐다고 딱 잘라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과 입장의 문제죠. 각자의 마음 속에 생각하는 한 해의 시작일, 그 날을 새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일 현명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8세가 이전의 율리우스력을 개선하여 발표한 그레고리력. 새해가 지금의 1월 1일로 정해진 것은 서기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 황제의 율리우스력 반포가 그 기원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무려 천오백년이 지나 그레고리력이 제정되어서야, 비로소 1월 1일이 한 해의 시작으로 통일되었다. - Pope Gregory XIII 제공
교황 그레고리우스 8세가 이전의 율리우스력을 개선하여 발표한 그레고리력. 새해가 지금의 1월 1일로 정해진 것은 서기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 로마 황제의 율리우스력 반포가 그 기원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무려 천오백년이 지나 그레고리력이 제정되어서야, 비로소 1월 1일이 한 해의 시작으로 통일되었다. - Pope Gregory XIII 제공

새해 계획은 새해 결심 하지 않기?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한 해의 기점에 대한 판단은 시대와 지역, 문화에 따라 다르지만, 새해 결심에 대한 전통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합니다. 인류가 계절의 변화를 이해하기 시작한 때부터, 아마 새해 결심을 세우는 풍습도 시작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원전 23세기부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문명을 건설한 바빌로니아인들이 남긴 점토판에 의하면, 새해 결심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제일 흔한 새해 목표는 “빌린 농기구를 갚자”였다고 합니다.


현대인의 새해 결심은 주로 건강이나 대인 관계, 돈, 자기 개발에 대한 것이 많습니다. 선(the Sun)의 보도에 의하면, 2015-16년 가장 흔한 새해 결심 10가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여러분의 새해 결심과 비교하면 어떤지요?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2015-15년 가장 흔한 10가지 새해 결심. - JOSIE GRIFFITHS 제공
2015-15년 가장 흔한 10가지 새해 결심. - JOSIE GRIFFITHS 제공

심리학자 존 노르크로스(John Norcross)등의 연구에 의하면, 대략 절반의 사람들이 신년 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중 약 1/3은 단 2주 만에 결심을 포기합니다. 6개월이 지나도록 결심을 기억하는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결심을 실천하는 사람은 더욱 적습니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결심을 성공적으로 성취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고작 8%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고 한 사람은 24%나 되었습니다. 물론 저도 24%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하도 좌절을 자주 겪다 보니, 새해 결심을 하지 않는 것이 새해 계획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개발에 대한 강박


현대인의 자기 계발에 대한 집착과 강박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더 건강해지고, 더 예뻐져야 하고, 더 돈을 많이 벌고, 심지어는 더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는 집단적인 불안이죠. 심리학자 티모시 피칠(Timothy Pychyl)은, 새해 결심은 ‘문화적 초조감’의 한 형태라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바꾸고자 하는 이러한 형태의 노력은 대부분 실패하고 맙니다.


사실 우리의 행동과 생각은 긴 진화의 산물이자, 어린 시절부터 겪은 경험과 학습, 그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반응을 통해 결정된 최종 결과물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죠. 그러니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체중을 줄여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싶다고 하죠. 일단 할아버지 칠순 기념 사진을 펴봅시다. 일가친척 중에 홀쭉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면, 간단한 결심만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은 아주 어렵습니다. 집안 분위기는 어떤가요? 매일 저녁 기름진 만찬을 즐기며 가족 간의 유대를 다지는 분위기라면,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직업은 무엇인가요? 늘 긴장 속에서 단 것을 우물거리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대단히 어렵습니다. 가족력(유전), 식사습관(학습), 스트레스 많은 직업(환경) 등이 바뀌지 않으면, 체중 감량이라는 새해 결심을 이루는 것은 지난한 일입니다.


심리학자 피터 헤르만(Peter Herman)은 이러한 종류의 새해 계획을 ‘잘못된 희망 증후군(false hope syndrome)’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내적 관점과 어긋난, 그리고 아주 비현실적인 목표를 새우는 것은 행동을 변화시키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존감마저 상처를 입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죠.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32세에 작성한 “내가 늙으면(When I come to be old)” 결심. 신년 계획은 아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17가지 결심을 답고 있다. “젊은 여자와 결혼하지 않기”, “아이들을 좋아하지 말고, 주변에 오지도 못하게 하기”, “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기”, “젊은 여성이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기” 등 재미있는 결심들이 있다. - Jonathan Swift 제공
걸리버 여행기의 작가 조나단 스위프트가 32세에 작성한 “내가 늙으면(When I come to be old)” 결심. 신년 계획은 아니지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흥미로운 17가지 결심을 답고 있다. “젊은 여자와 결혼하지 않기”, “아이들을 좋아하지 말고, 주변에 오지도 못하게 하기”, “같은 사람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기”, “젊은 여성이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기” 등 재미있는 결심들이 있다. - Jonathan Swift 제공

새해 계획을 성취하는 방법


행동 패턴에 대한 인간의 기억, 즉 습관은 아주 강력합니다.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것은 뇌의 회로를 다시 짜는 것과 같아서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에너지 소모를 최적화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없다면 ‘불필요한 목표’를 위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팔다리가 추운 새벽에 이불을 박차고 나와 조깅을 하도록 시키든가, 자신의 눈이 바로 앞의 달콤한 딸기 케이크를 외면하도록 강요하려면, 일단 이 이상한 행동을 왜 해야 하는지 몸과 마음을 납득시켜야 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심리적 팁을 제안합니다.


1. 하나의 결심에 집중합니다: 피아노도 배우고, 영어 공부도 하면서, 야간에 수영도 하면서, 담배도 끊겠다는 야심은 포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로는 자전거를 배우고, 손으로는 뜨개질을 연마하면서, 눈으로는 논어, 맹자를 읽겠다는 식입니다. 한번에 하나만 해야 합니다.


2. 목표를 작게 잡습니다: 동네 공원에 다녀오는 것도 힘든데, 갑자기 지리산 대종주를 하겠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우리의 몸은 갑작스러운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몸살이 나는 식으로 반응합니다. 작은 목표를 길게 잡아야 합니다.


3. 토막토막 나누어서 계획을 세웁니다: 프로선수의 복싱도 3분마다 휴식 시간이 있습니다. 12라운드를 모두 뛰려면 목표를 잘게 나누어, 조금씩 끊어가며 진행해야 합니다.


4. 머리로 늘 연습합니다: 인간의 머리는 몸보다 더 유연합니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서 수영장에 가는 상상, 아이스크림 디저트를 외면하고 녹차를 주문하는 상상, 지름신을 피해 작은 액세서리 하나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상상을 하는 것입니다. 생각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이 됩니다.


5. 스트레스를 줄입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입니다. 인간의 몸은 위기 상황에 처하면, 평소와 다른 식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당장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서, 장기적인 과제를 무시하게 되죠. 당장 시험이 내일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했다면 흡연의 장기적인 해악 같은 것이 생각날 리 없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적절하게 조절하기만 하면, 운동도 다이어트도 금연/금주도 훨씬 쉬워집니다.

 

마릴린 먼로의 1955년 새해 계획. 전성기를 구가하던 먼로의 새해 계획에는, “낙제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 수업에 출석하기”, “연기 강좌에 빠지지 않기”, “과거에서 비롯하는 두려움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기- 자신을 분석하기 위해서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노력하기” 등이 흥미롭다. - openculture 제공
마릴린 먼로의 1955년 새해 계획. 전성기를 구가하던 먼로의 새해 계획에는, “낙제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 수업에 출석하기”, “연기 강좌에 빠지지 않기”, “과거에서 비롯하는 두려움과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기- 자신을 분석하기 위해서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더욱 노력하기” 등이 흥미롭다. - openculture 제공

에필로그


저는 5년째 똑같은 새해 결심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역시 같은 목표를 세우고 있네요. 그러나 매번 새해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차라리 결심같은 것은 처음부터 하지 않겠다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포기도 습관입니다. 아무리 처참하게 실패하더라도, 새해만 밝으면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나 목표를 세우는 사람은,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는 결심만은 늘 달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참고문헌
Norcross J., Vangarelli D., The resolution solution: Longitudinal examination of New Year's change attempts, Journal of Substance Abuse 1988 vol: 1 (2) pp: 127-134
Polivy, Janet, and C Peter Herman, If at First You Don’t Succeed: False Hopes of Self-Change. JOUR. American Psychologist 57(9).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677.
https://www.psychologytoday.com/blog/dont-delay/200903/self-regulation-failure-part-4-8-tips-strengthen-willpower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09/oct/10/change-your-life-habit-28-day-rule
https://www.brainpickings.org/2013/01/01/four-famous-new-years-resolution-lists-jonathan-swift-susan-sontag-marilyn-monroe-woody-guthrie/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 병원 정신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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