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톡톡] ‘미인도 사건’: 검찰 vs 프랑스 업체, 쟁점 총정리!

2017년 01월 06일 18:00

정말 끝나지 않는 진실공방입니다. 故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한국 검찰의 주장과 ‘가품’이라는 유족의 주장이 팽팽합니다.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천경자) 제공


지난 달 19일,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유족과 과학 감정을 담당한 프랑스 감정팀(이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은 지난 달 27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장 페니코 대표는 다시 프랑스 파리에서 현지 언론과 한국 특파원을 대상으로 5일 오전 10시(현지시각)에 또 한 번의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검찰의 통계는 왜곡, 조작됐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톡톡 1〗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왜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나

프랑스 미술품 감정 기업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장 페니코 대표는 한국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 프랑스 파리에서 5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다시 열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프랑스 미술품 감정 기업인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장 페니코 대표는 한국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 프랑스 파리에서 5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다시 열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톡톡 2〗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검찰 

검찰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제출한 과학 감정 보고서가 줄곧 내용이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검찰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제출한 과학 감정 보고서가 줄곧 내용이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FACT》

검찰이 언급했던 ‘콧방울’에 관한 내용이 궁금해 직접 입수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K5, 파란색 표시)>와 비슷한 시기에 진품으로 확인된 다른 작품 속 여인의 코 부분 비교. 판단은 여러분의 몫.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K5, 파란색 표시)>와 비슷한 시기에 진품으로 확인된 다른 작품 속 여인의 코 부분 비교. 판단은 여러분의 몫.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보고서에는 36쪽부터 41쪽까지 <미인도>에 그려진 여인의 코 부분과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다른 작품 속 여인의 코 부분이 편집돼 붙여진 참고 사진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다른 작품 속 코는 밝고 빛이 나는 터치가 발견되지만, “<미인도>의 코는 유일하게 콧방울 양옆에 유독 어두운 부분이 발견된다”며 “이 때문에 <미인도>는 따로 떨어진 작품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IEW》

처음 보도자료만 봤을 땐, <미인도> 속 여인의 콧방울 부분이 유독 짙어보인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작품과 나란히 비교해 보니 비전문가인 제 눈엔 엄청 특별히 달라보이진 않았습니다. 유독 진한 그림자가 눈에 띄었지만, K7, K8, K9의 코도 그 부분이 어두운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과연 이것이 ‘진품’과 ‘가품’을 구별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일지는 의문입니다.

 

〖톡톡 3〗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 서로 다른 계산식으로 산출

검찰은 미인도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컴퓨터 영상분석, 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했다고 발표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검찰은 미인도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컴퓨터 영상분석, 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했다고 발표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FACT》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작품의 명도가 확연히 다름’을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작품에서 배경은 작가의 의도가 들어간 꽤 중요한 부분인데, 뤼미에르의 검증 작업에는 ‘배경’이 제외됐다는 이유로 뤼미에르가 제시한 이 증거를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보고서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정말 작품의 명도와 명도의 표준편차를 계산한 부분에는 모든 작품의 배경이 지워진 채로 ‘인물’만 오려진 채로 값이 계산 돼 있습니다. 이런 검찰의 지적에 뤼미에르 측은 “작품에서 배경이 중요한 요소이지만, 배경은 명암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빛의 분배의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 작업에선 배제됐다”며 “이로서 검찰은 표준편차에 대한 개념과 이 작업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반박했습니다.

 

《VIEW》

배경이 없이 도출된 결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각 작품의 명암 비교와, 명암의 표준편차 값을 계산한 결과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에서 강조하고 있는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명백한 과학적 증거입니다. 그래서 다시 천 화백의 10개의 작품을 살펴봤습니다. 배경은 배경일뿐 작품의 명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의 주장과는 달리, 천 화백의 작품에는 때때로 나비나 새, 구름, 풍경 등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이걸 다 제외했단 말이야? 하고 보고서를 천천히 보니, 아, 배경에서 이런 무게감 있는 요소들은 지우지 않았군요. 그들이 지웠다는 배경은 말 그대로 아무 요소 없는 ‘색이 칠해진 뒷 배경’을 말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배경을 포함한 결과값고 같이 공개한다면 이런 논란은 아예 없을텐데, 어떤 이유(기술적인 문제인지 수식이 복잡해져서인지)로 작업에서 배경을 제외했는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궁금하실테니, 직접 보고서를 한 번 보시죠.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미인도>와 함께 분석한 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10점.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미인도>와 함께 분석한 故 천경자 화백의 작품 10점.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작품의 명도와 명도의 표준편차를 계산한 부분에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경을 제외하고 결과를 도출했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작품의 명도와 명도의 표준편차를 계산한 부분에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배경을 제외하고 결과를 도출했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톡톡 4〗
검찰은 ‘과학적’인 결과만 달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이제와 딴소리

검찰은 <미인도>가 왜 진품인가보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고 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검찰은 <미인도>가 왜 진품인가보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를 믿을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고 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톡톡 5〗
검찰의 딴지에, 뤼미에르는 딴청

검찰의 지적이 모두 틀린 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검찰의 지적이 모두 틀린 말만 있는 것은 아니다.  - (주)동아사이언스 제공

《FACT》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주일 만에 본국 프랑스로 돌아가 다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리고는 오늘(6일) “검찰은 자신들의 감정 결과를 왜곡하였다”는 주장과 해명 자료를 더해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보도자료에는 △ 검찰은 검증의 가설을 왜곡해 이미 진품인 두 작품의 진품 확률을 4% 대로 조작했다는 내용과, △ 이 방법 대로라면 <미인도>는 진품일 확률이 0.0000000006%로(기존 주장 0.0002%) 더 떨어진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VIEW》

검찰이 지적했던 두 작품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보고서에서도 다른 작품과 비교해 상관관계가 유독 낮았던 작품입니다. 검찰이 첫 번째로 진품 확률이 4.01%인 작품이라고 지적했던 <수녀 테레사,(1997)>(K4)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보고서에서도 <미인도>(K5)와 값이 가장 비슷한 작품입니다. 검찰은 굳이 이 작품을 꼬집어, 새로운 변수를 만들어 진품일 확률을 4%까지 떨어뜨렸을까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 16쪽 그래프. 검찰이 지적한 작품(K4)은 기존 보고서에서도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미인도>(K5)와 그 값이 가장 유사하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 16쪽 그래프. 검찰이 지적한 작품(K4)은 기존 보고서에서도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미인도>(K5)와 그 값이 가장 유사하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검찰이 두 번째로 진품일 확률이 4.31%라고 지적한 <여인의 옆얼굴,(1977)>(K10)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엔 각 작품 속 여인의 흰자 위 두께를 비교하는 부분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기존 보고서를 들여다 보니, <미인도>와 결과가 가장 가까운 작품이 바로 K10입니다. 검찰은 이 작품을 콕 찝어 진품일 확률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다시 계산하고, 발표했습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 68쪽. 검찰만의 방법이 아니어도 K10은 위작이라 주장하는 <미인도(K5)>와 가장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 68쪽. 검찰만의 방법이 아니어도 K10은 위작이라 주장하는 <미인도(K5)>와 가장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해인법률사무소 제공

무엇보다 검찰은 핵심을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미인도>가 ‘진품인 이유’보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보고서가 ‘거짓인 이유’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지난 연말 기자회견 이후, 과연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얼마나 신뢰가 높은 기업인가에 대해 재조명하는 언론도 많았습니다. 의외로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의 흑역사(진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가 여러 개 발견됐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습니다.

 

저희 역시 기자회견 현장에서 직접 소식을 전해드렸지만, 아직 궁금한 게 명쾌하게 해결되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 어느 쪽이든 명쾌한 증거가 있었다면, 이 사건이 20년간 결론이 나지 않은채로 시간을 보내진 않았겠지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는 자신들의 보고서를 세계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고 신뢰가 두터운 과학, 수학, 광학적 소견이 있는 학자들에게 검증을 의뢰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만약 이 보고서가 진실이라면 단순한 개인의 주장이 아닌 전세계 학계 보고가 돼,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판단이 아닌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견해가 더해져 공신력을 갖출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검찰도 분명 다시 입을 열겠지요. 그날을 기다리고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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