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자율주행 시대도 저전력, 통합, 효율이 우선”

2017년 01월 09일 10:00

CES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반도체 기업들이 호황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 년을 꿈 꿔온 가전과 컴퓨팅의 결합이 눈 앞에 다가왔고, 영화 속에서나 보이던 자율주행 자동차가 실제로 도로 위에서 실험되고 있는 세상이 왔다. 겉으로야 자동차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제 이 시장을 이끄는 건 반도체 기업들이다.

ARM도 이 분야에서 빠질 수 없다. 이미 ARM의 기술로 만든 프로세서들과 마이크로 콘트롤러는 전 세계 자동차 안에 들어가 있다.

 

ARM의 기본 전략은 자동차 영역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결코 스스로의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CES의 ARM 부스에서 만난 리처드 요크(Richard York), ARM 임베디드 마케팅 담당 부사장 (사진)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았다. 자율주행 차량으로 한껏 흥분되어 있는 CES 분위기에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지만 ARM은 기존 정책이나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리처드 요크 부사장은 자동차의 변화를 세 가지로 나누었다. 먼저 ‘전기화’가 있다. 엔진과 트랜스미션이 모터와 배터리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파워트레인의 변화를 넘어 차량의 기본적인 주행과 관련된 기술들도 전자 제어로 바뀌기 시작한 지는 이미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ARM은 이미 그 센서들을 제어하는 마이크로 콘트롤러 업계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운전석의 변화다. 계기판이 그래픽으로 바뀌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카메라를 이용한 디지털 거울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요크 부사장은 자동차 기업들이 최근 몇년 간 스마트폰 기업들과 협업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차량 내부의 경험을 바꾸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요즘 가장 화두가 되는 주행 보조장치, ADAS다.


“자율 주행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고, 그 안에서 더 많은 응용 프로그램이 작동합니다. 자연스럽게 더 많은 프로세서가 필요하고, 더 많은 컴퓨팅이 요구됩니다. 그 하드웨어의 조건으로는 가격, 멀티 소스, 저전력 등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ARM의 가장 큰 강점은 저전력이다. 자동차는 전기가 비교적 풍부한 편이고, 현재 PC 수준의 프로세서도 수십 W의 전력으로 작동하는데 저전력이 우선 순위에 들어가야 할까? 요크 부사장의 답은 효율성으로 연결된다. 반도체 특성상 전력 소비가 늘어나면 열이 나게 마련이고, 이를 식히기 위해 팬이나 수냉 등 별도의 냉각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결국 기구적인 부분부터 공간 효율성까지 연결되게 마련이다. 요크 부사장의 설명은 결국 자율 주행 차량 시대에도 비용 절감 이슈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결국 ARM은 이 세 가지 조건을 통해 자동차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텔이나 엔비디아처럼 좀 더 적극적인 접근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ARM은 스스로 할 일과 파트너들이 할 일에 대해서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 보안 가상화처럼 칩셋에서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당장 딥러닝 관련 개발킷을 만드는 식의 참여는 아직 ARM의 영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ARM은 CPU와 GPU 기술을 모두 갖췄지만 어느 한쪽이 더 낫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도 이런 접근에서 오는 듯하다. 명확히 칩셋과 IP로 해결할 문제들은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만 철저히 반도체 기술 기업으로서의 입장을 고수한다. 하지만 ARM의 연구소에서는 치밀하게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자율주행, 딥러닝과 관련된 프로세싱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ARM이 오토모티브 시장에서 주력하는 프로세서는 A, R, M 코어 제품군 중에서 R 시리즈다. A가 성능, M이 저전력이라면 R은 실시간, 즉 realtime이다. 보통 R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의 모뎀처럼 늘 장애 없이 작동해야 하고, 놓치는 정보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실시간 프로세스에 쓰였는데 R52는 그 특성을 자동차에 접목한다. 그 동안 자동차의 센서는 저전력과 소형화를 위해 M 시리즈를 많이 썼는데 R52로 성능을 끌어올리고 내부 시스템을 통합하는 형태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러 개의 프로세서를 쓰는 대신 하나의 칩으로 센서를 제어하고, 도로 상황을 인지하고, 오디오나 비디오 등 엔터테인먼트까지 처리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이 좀 더 단순해지고, 공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ARM 입장에서는 더 많은 칩을 판매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지만 자동차 기술의 흐름도 이미 하나의 컴퓨터로 자원을 통합하고, 클라우드로 나누어 쓰는 가상화가 성큼 다가왔고, 이런 추세에 적극 부응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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