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17] 자동차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2017년 01월 09일 11:00

소비자 가전쇼가 모터쇼가 된 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자동차는 집과 휴대전화에 이어 가장 개인화되는 공간이다. 하지만 100여년 동안 자동차의 핵심 기술은 엔진을 비롯한 구동기관과 그에 따른 ‘달리는 맛’ 그리고, 디자인에 집중되어 왔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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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은 가전이 자리 잡기에 좋은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자동차 회사들이 그에 대한 고민을 해 왔냐는 별개의 문제다. 그간 자동차의 변화라고 하면 라디오에서 CD 플레이어로, 다시 DVD 플레이어로 넘어오는 소극적인 모습이 전부였다. 본격적인 변화라면 내비게이션을 통해 디스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시작하던 시점을 들 수 있다. 비용이나 안전을 이유로 배제되어 왔던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도는 이른바 AVN(audio video navigation) 기기에서 그 가능성을 실험했고, 오디오 역시 디스크 미디어에서 파일 기반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 개인화된 공간 자동차, 그 답을 찾다

그래도 그 변화는 단지 센터페시아의 한 공간에서만 이뤄졌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자동차는 분명 그 벽이 거칠게 허물어지고 있다. 그 동안의 CES가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자리였다면 2017년 CES는 업계의 협의가 끝났고, 주어진 답에 각자의 옷을 입히는 계기가 됐다고 보면 좋겠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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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동차 업계는 과연 어떤 답을 얻어냈을까? 먼저 엔터테인먼트의 변화다.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은 차량 안에서, 그것도 오디오/비디오 시스템 하나로 집중됐다. 더 나은 경험을 만드는 건 결국 더 좋은 소리를 내는 오디오 시스템을 달거나, 스크린을 붙여 영화를 보는 게 전부였다. CES에서는 그 틀을 깨는 시도가 이어졌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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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량에서 이뤄지는 엔터테인먼트는 자동차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폭스바겐은 스마트폰을 차량의 열쇠로 이용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기술 자체는 하나도 놀랍지 않다. 다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지켜봐야 한다. 키가 등록된 스마트폰을 문에 태그하면 문 잠금이 풀리면서 인포테인먼트가 운전자를 인식해서 인사말을 띄운다. 운전석의 위치를 셋팅하고, 나만의 라디오 채널 프리셋, 즐겨듣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이 셋팅된다. 가족이 함께 타는 차량이라고 해도 내 차가 된다. 심지어 이미 폭스바겐을 갖고 있는데, 렌터카나 회사 차량 등 외부에서 다른 폭스바겐을 타도 그 경험이 따라 온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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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더 개인화되고 있다. 더 이상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서 아버지가 채널 선택권을 갖고 모두가 똑같은 방송을 보지 않는다. 차량이라고 그 문화가 다르지 않다. 이미 앞자리와 뒷자리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분리된 지 오래다. 문화와 인간성의 상실같은 해석도 나오지만 그게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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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CES 개막 전 인텔과 함께 미디어 행사를 열고 새로운 콘셉트의 차량 ‘i인사이드 퓨처’를 공개했다. 실제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디자인은 아니지만 자동차에 기술들이 접목되면서 공간을 새로 해석한 것이다. 뒷자리에는 40인치는 되어 보이는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고, 각 자리에는 독립적인 스피커가 달려 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 원하는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 BMW는 차 안에 책꽂이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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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업계, 플랫폼에 눈 뜨다

 

자동차 업계가 이런 고민을 오랫동안 안 해온 건 아니다. 하지만 답을 내기 쉽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동차 회사가 잘 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들려면 운영체제와 UX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응용프로그램과 서비스가 따라 붙어야 한다. 자동차 회사보다 이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 회사들이 고민해야 할 일이 맞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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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의외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가능한 일일까?’라고 했던 애플 카플레이와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는 이제 거의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IVI )시스템의 기본 기능이 됐고, 그 위에 아마존의 알렉사, 그리고 구글 어시스턴트가 더해지고 있다. 이제는 그 어떤 분야보다도 더 빨리 기술과 플랫폼을 받아들이고 협업하는 게 자동차 업계가 됐다.

 

지금 필요한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성을 찾고 좀 더 유연하게 기술이 이용자들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기술보다 시나리오가 더 중요했던 게 CES의 자동차들이 아니었나 싶다. 포드가 자체 음성 어시스턴트인 싱크3에 알렉사를 동시에 올리고, 폭스바겐 역시 마이 폭스바겐과 알렉사를 번갈아 불러 낼 수 있다. 이 하나만으로도 자동차 기업들이 어떤 심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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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와 대화한다...자동차 업계에 드리운 아마존 음성비서 알렉사의 그림자

 

알렉사 이야기가 나왔으니 음성 인식 이야기도 해야겠다. 며칠 CES 현장을 둘러보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아마존과 구글’이었다. 물론 이 두 회사는 라스 베가스 어딘가에 자그마한 미팅룸을 마련해놓긴 했지만 일반 관람객과 만나진 않았다. 하지만 어느 부스에 가든 음성 기반의 어시스턴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생활가전사업부 윤 구 상무를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중에서 “사람은 애초 키보드를 두드려서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말로, 손짓으로, 혹은 밀고 당겨서 의사를 전달하는 게 자연스럽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기술이 성숙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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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아마존의 알렉사나 구글 어시스턴트가 음성 인식 능력을 비약적으로 키운 것도 아니다. 이 기술이 CES를 통해서 주목받은 이유는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도록 했고, 실제로도 많은 기업들이 각자의 아이디어를 이 음성 인식 시스템에 올렸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업들은 특정 기업의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에 거부감이 있지만 동시에 플랫폼의 중요성도 인지하게 된 듯 하다. 그 결과는 ‘어디에나 있는 알렉사’로 나타났다. 자동차 기업들이 지금 해야 할 것은 공간의 변화를 이해하는 것이지, 음성 인식의 원천 기술을 가질 필요는 없다. 그렇게 차량은 사람과 본격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최호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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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는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오던 것인데, 이번 CES를 통해 전시 뿐 아니라 실제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들이 일반에 주어졌다. 엔비디아는 PX-2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든 BB-8이라는 코드명의 차량을 시연했다. 이 차량의 학습 시스템을 그대로 옮긴 아우디 Q7을 타볼 기회를 얻었다. 움직임은 자연스러웠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도 능숙했다. 현대자동차도 시내에서 자율 주행을 시연했고,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차량의 기술들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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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에 더 다가온 자율주행 차량...어디로 가는가?

 

정말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 걸까? 역설적이지만 토요타는 자율주행 기술을 발표하면서 “자율주행을 믿지 말라”는 말을 꺼냈다. 아직도 자율주행에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하지만 기업들은 2020년, 2021년이면 완벽한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내놓는다고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의 기술 발전을 보면 못할 일도 아니지만 너무 급하게 끌고 갈 일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지금 당장 자동차 관련 기술에서 시선을 끄는 건 안전을 위한 보조 장치들이다. 애초 자율 주행의 목적 자체가 사람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기계가 돕는 데에 있었다. 적어도 앞 차를 따라가고, 갑자기 튀어나온 장애물과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기술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나리오로 연결되고 있다. 사람이 인지하는 것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을 학습해 운전자가 놓칠 위험을 돕는 기술들이 우선 완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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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이 완성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의 어색함 때문이다. 자율 주행 차량이 무섭다고 느꼈던 부분은 차량 내부가 아니라 외부였다. 실제로 타본 차량은 아주 편안했지만 밖에서 운전석이 비어 있는 차량을 보는 건 상당한 부담이었다. 관련 법규들도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모두가 이야기하듯 완벽한 수준의 주행 기술이 완성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자율주행은 안전과 연결되어야 하는 문제고,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도 많다. 이 역시 어차피 갈 길이다. 다만 기술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서서히 다져가야 할 기술일 뿐이다.

자동차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그저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역할로 시작했겠지만 이제는 근본적인 이동 수단의 패러다임을 새로 짜야 할 시기다. CES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그런 가능성을 다양하게 실험했고, 단순한 기술 자랑이 아니라 실제 가능한 시나리오들을 내놓았다. 몇몇은 ‘당장’ 쓸 수 있다. 이전 세대의 차량 진화와 확실히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운전석의 변화가 아니다. 분명 자동차는 그 자체로 새로운 방향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 필자소개

최호섭.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분야만 팠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들여다보기 시작한 노트북과 팜 파일럿 PDA는 순간이 아니라 인생을 바꿔 놓았다. 기술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역사와 흐름을 읽고자 한다. 세상은 늘 배울 게 많고, 기술은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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