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의 목소리(9)]과학계에서 ‘소수’로 산다는 것은?

2017년 02월 02일 19:00

독일항공우주센터 전은지 박사

 

(수정중)[ESC의 목소리(9)]과학계에서 ‘소수’로 산다는 것은? - 김명호 작가 제공
[ESC의 목소리(9)]과학계에서 ‘소수’로 산다는 것은? - 김명호 작가 제공

올해 2월에 영화 ‘히든 피겨스’가 개봉합니다. 이 영화는 1962년 미국과 구 소련의 우주경쟁이 한창일 당시, 머큐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실화를 다룬 동명 소설을 영화화 한 것입니다.

 

당시 구 소련과 미국은 스푸트니크와 익스플로러를 각각 성공시키고 우주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1964년 미국의 민권법이 통과됐습니다. 인종, 민족, 출신국가, 종교 그리고 여성을 차별하는 것들을 불법화한 것이 이때지요. 인간을 우주로 내보내는 도전을 이끌던 미국 내에서도 소수에 대한 차별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입니다.

 

이 시절, 이야기의 주인공인 세 명의 흑인 여성 수학자는 백인 남성과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지 못했고, 그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고, 승진에서 누락됐으며, 같은 계산을 해도 재검증을 요청받았습니다. 집단에서 소수인 그들은 집단의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들과 자신들의 능력이 다르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개봉될 이 영화의 포스터에는 이러한 문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다’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저는 항공우주공학을 했습니다. 제가 공부했던 미국의 한 대학의 항공우주공학과 대학원에는 10% 정도의 여학우가 있었습니다. 공학계열에 여학생이 많지 않은 것은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어느날 ‘여성과학자 선배들과 함께하는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주인공은 머리가 지긋이 샌 할머니였습니다. 1960년대 보잉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분이셨죠.

 

그분은 여학우들을 앉혀놓고 두런두런 그 시절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의 오피스에 첫번째 여성 연구원이었고 건물내에 여자화장실이 없어서, 화장실에 가려면 5분을 걸어 나가야 했고, 아이를 낳으러 가야해서 출산휴가를 신청해야하는데, 인사담당 부서에서는 그런 신청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스텝들이 당황해서 쩔쩔맸다는 이야기까지. 우리는 마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인양 웃음을 쏟아냈습니다.


그 시절에서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이공계에도 많은 여성이 진출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에 비해서 적은 수입니다. 여성 과학기술인인 저 역시 그런 환경에서 수학했습니다. 수업에서 단 한 명의 여학생, 연구 그룹에서 단 한 명의 대학원생, 팀에서 단 한 명의 여성 연구원이었습니다.

 

건물에 여자 화장실이 없었다거나, 여성이어서 연구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거나 하는 경험은 다행히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선배님들이 이미 앞서서 경험해왔고 개선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종종 여성과학자로의 삶은 어떠한지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그 질문에 “여성 과학자로 사는 것은 소수로 사는 것과 같아요”라고 대답합니다.


우리가 지금 정설로 믿고 있는 것들의 시작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습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천동설을 믿어왔습니다. 거기에는 반대되는 의견, 즉 지동설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시작은 기원전 3세기 경 아리스타르코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후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이에 이르러 지동설은 정립됩니다. 처음 지동설이 주장된 이후로부터 1800년이 지난 이후입니다. 지동설이 받아들여지기 전까지 그 의견은 학계에 정설로 인정되지 않는 소수의 의견일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과학 발전의 흐름입니다. 새로운 의견이 제시되어 정설로 인정받는 기간 동안 그것은 “소수의 의견”으로 존재합니다.


과학 기술계에서의 소수란 이런 존재입니다. 가장 예민하게 소수가 존중받고 소수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는 곳이 과학 기술계입니다. 과학자는 연구로 이야기합니다. 각자의 생각과 연구과정과 결과를 이야기하는데 편견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미국 항공 우주국에서 흑인 여성 수학자들이 편견에 대해 맞서 싸우던 시절에서 50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다시 질문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과학 기술계는 인종, 국적, 학력, 성별에 대한 편견없이 연구하고 토론하고 있나요?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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