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미세먼지가 치매도 일으킨다?

2017년 02월 01일 09:00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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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겨울이 오면 추위보다 미세먼지가 더 걱정이다. 미세먼지야 연중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지만 중국에서 난방이 시작되는 11월 이후 그 빈도와 강도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 들어서도 몇 차례나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게 됐다. 최근 조사결과를 봐도 겨울철 미세먼지의 80%가 중국발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 미세먼지라는 게 경보가 없다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치가 낮은 날에도 이동하는 차들이 많은 큰 도로 주변에는 배기가스나 타이어에서 나온 미세먼지가 꽤 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오늘날 도시인들 가운데 다수가 고농도 미세먼지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호흡기 질환도 늘고 있다. 대기가 안 좋기로 유명한 중국의 경우 매년 100만 명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2012년 의학저널 ‘란셋’에 실린 지구 질병 심층 분석 논문을 보면 2010년 지구에서 사망한 5280만 명 가운데 310만 명이 대기오염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비염이나 천식 등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은 물론 폐암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암 등록 통계 자료를 보면 폐암 발생이 전년 대비 2.7% 증가한 2만4000 여 건으로 전체 암에서 4위에 올랐다. 흡연율이 감소추세인 걸 감안하면 대기오염으로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통계다.


그런데 지난 수년 사이 대기오염이 호흡기 질환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연구결과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물론 하루가 멀다 하고 하늘을 뿌옇게 되니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도 나타날 수 있겠지만 심혈관질환이나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기오염은 만병의 근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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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나노미터 미만인 극미세입자가 특히 문제


학술지 ‘사이언스’ 1월 27일자에는 ‘오염된 뇌(The Polluted Brain)’라는 제목의 4쪽짜리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뇌가 파괴돼 신경퇴행성질환이 나타난다는 걸 보여준 여러 연구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게 정말일까...’ 충격을 받은 필자는 기사에 소개된 논문들과 다른 관련 자료들을 찾아 읽어봤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미세먼지가 폐뿐만 아니라 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본격적인 연구결과는 2002년 처음 나왔다. 멕시코 국립아동연구소의 신경과학자 릴리안 칼데론-가르시두에뇰라스 박사(현재는 미 몬타나대 교수)팀과 미국, 캐나다 공동 연구자들은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도시인 멕시코시티에서 사고로 죽은 똥개 32마리의 뇌를 검사한 결과 대기오염이 덜한 도시인 틀라스칼라의 개들(대조군)에 비해 뇌에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멕시코시티 개들의 뇌세포에는 염증관련 분자의 수치가 높았고 손상된 뉴런(신경세포)과 교세포가 많이 보였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치매의 지표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도 관찰됐다. 개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서 인지력이 떨어지는데 개중에는 치매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즉 방향감각 상실과 수면장애에 심지어 주인을 잘 몰라보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실험 결과는 대기오염이 사람에서도 치매 같은 퇴행성신경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대기오염원 가운데 미세먼지와 오존이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름이 0.2마이크로미터(200나노미터) 미만인 극미세입자가 문제다. 이런 입자들은 숨을 쉴 때 폐 깊숙이 들어가 세포에 침투한 뒤 다른 세포로 확산돼 사이토카인 분비를 비롯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혈관을 따라 뇌까지 들어온 사이토카인이 뇌에도 비슷한 작용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 그 뒤 칼데론-가르시두에뇰라스 박사는 멕시코시티에서 사고로 죽은 어린이와 젊은이의 뇌를 조사했고 과도한 염증과 단백질 침착 등 개의 경우와 비슷한 상태임을 확인했다. 그 뒤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연구가 이어졌고 대다수에서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자동차 엔진에서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자철석 나노입자가 사람의 뇌(전두피질)에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이 입자가 후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세포내 자철석 나노입자(오른쪽 위는 확대이미지)의 전자현미경 사진. -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자동차 엔진에서 연료가 연소할 때 발생하는 자철석 나노입자가 사람의 뇌(전두피질)에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이 입자가 후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세포내 자철석 나노입자(오른쪽 위는 확대이미지)의 전자현미경 사진. - 미국립과학원회보 제공

도로변에는 미세먼지 상존


한편 ‘랜싯’ 1월 4일자 온라인판에 공개된 논문에는 국소적인 대기오염과 치매의 관련성을 밝힌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가 실렸다. 캐나다 공중보건온타리오의 홍 첸 박사팀 등 공동연구자들은 온타리오주에 살고 있는 성인 대다수에 해당하는 66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장기적인 역학조사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거주지가 차가 많이 다니는 주도로에서 50m 미만 거리일 경우 200m 이상인 경우에 비해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12%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12%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고령사회가 되면서 치매에 걸릴 위험성 자체가 워낙 높아지기 때문에(85세 이상에서 대략 40%) 환자수로는 상당한 차이다.


그렇다면 대기오염은 어떻게 뇌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걸까. 앞에도 잠깐 언급했듯이 대기오염물질 가운데서도 미세먼지, 그 가운데서도 크기가 200나노미터 미만인 극미세입자가 주범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을 보면 보통 지름 10마이크로미터 미만을 미세먼지(PM10으로 표시), 지름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을 초미세먼지(PM2.5)로 나눈다. 따라서 극미세입자는 초미세먼지 가운데서도 아주 작은 것들이다.


가장 상식적인 설명은 폐로 들어간 미세먼지가 염증반응을 유발해 그 영향이 뇌까지 파급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비강의 내피세포에 침투한 미세먼지가 일으키는 염증반응도 포함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극미세입자가 뇌로 직접 들어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하나둘 나오고 있다. 즉 숨을 들이쉴 때 비강으로 들어간 극미세입자가 후각상피세포에 침투해 후각신경구를 거쳐 신경을 타고 뇌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후각상피세포는 냄새분자를 감지하는 수용체가 있는 세포로 점막이 덮여있다.


지난해 9월 영국 랭커스터대 연구자들은 사람의 뇌에서 자철석 나노입자를 발견했다고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멕시코시티와 랭커스터에 살았던 사람 37명의 전두피질을 조사한 결과 주로 자동차 엔진의 연소과정에서 나오는 자철석 나노입자를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숨을 쉴 때 후각신경구로 들어간 자철석 나노입자가 주변 전두피질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흥미롭게도 후각은 치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후각감퇴증은 치매의 주된 전조증상으로 알려져 있고 기억력 감퇴에도 연관돼 있다. 극미세입자가 후각계를 통해 침투해 뇌에 손상을 일으켜 치매를 유발한다는 메커니즘이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다.


사우스캘리포니아대의 역학자 지우치우안 첸 박사는 최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치매 환자 발생의 21%가 대기오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2014년 세계보건기구는 흡연이 알츠하이머병 발생원인의 14%를 차지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흡연을 통해 무수한 미세입자가 우리 몸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둘을 합치면 미세입자가 치매 발병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대기오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질병위험요인 가운데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운동 부족과 나트륨 과잉섭취,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마약 복용 등보다도 순위가 높다. 미세입자와 치매의 연관성 연구를 이끌어온 칼데론-가르시두에뇰라 교수는 ‘란셋’ 1월 4일자(온라인)에 발표한 해설 말미에서 “수십 년이 지나고 발생할 사태에 대응하는 것보다 지금 예방적인 대응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맞는 말이지만 현실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 수년의 추세를 되돌아볼 때 한반도의 미세먼지 사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만 않아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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