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시선 51]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섭섭해하지 않는 사람

2017년 02월 04일 18:00

동아시아에서 가장 폭넓게 주목받는 고전 중 하나는 《논어》일 것이다. 2,400년 동안 끊임없이 읽어왔으니 말이다. 그중에서 제1장 〈학이〉(學而)의 제1편은 많은 이가 익히 알고 있다.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는다면 군자가 아니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가 그것이다.

 

요즘, 공자의 이 말씀이 내게는 새삼스레 읽힌다. 그저 공부에 대한 당위적 태도의 격언 정도로만 느꼈던 학창 시절과는 사뭇 다르게 마음에 와 닿는다. 그 글에서 나는 살아가는 자의 태도와 그이의 신의적 인간관계와 덕성과 가치관이 순서에 맞게 집약돼 있음을 비로소 발견한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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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1) 학습을 한다는 것, 2) 친구를 만난다는 것, 3) 자기 길을 간다는 것이 그것이다.

 

첫째,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않은가.” 말 그대로 ‘학습’(배울 學, 익힐 習)을 뜻한다. 흔히 쓰는 이 낱말은 단지 누구에게 무엇을 ‘배운다’는 의미를 넘어서 배운 것을 스스로 반복해 연습함으로써 체득한다는 뜻인데, ‘習’(습) 자는 ‘깃 羽(우)’와 ‘흰 白(백)’ 자로 이뤄져 있다. 어미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둥지 안에 있는 백지 상태의 새끼 새가 날갯짓을 부단히 연습하는 일에 비유한 말이다. 그러니 배우더라도 배운 걸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그저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셈일 테다. 날갯짓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날아야 하는 것이다. ‘(잘할 줄) 안다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둘째, “먼 곳에서 친구가 찾아오면 즐겁지 않은가.” 가까이 사는 친구가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벗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찾아오는 상황이다. 오늘날처럼 교통편이 좋지 않음에도 길을 나선 정성을 생각하면 친구가 무척 그리운 것이다. 그 우정을 맞이하는 친구의 마음 또한 말 그대로 즐거웠겠다. 친구는 필요에 따라 맺어지는 이해관계가 아니라 ‘자기의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타인의 관심과 정성에서 비롯되는 쌍방의 인간관계다. ‘자기의 의미’ 속에 각자의 됨됨이와 매력이 있으니 자연스레 관심과 정성이 일어날 터이다. 그 의미의 정도나 느끼는 이의 마음의 밀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이 친구가 아니겠는가. 그 거울을 품고 그리운 친구를 만나러 멀리서 찾아오니 기다리는 벗의 심정은 또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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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는가.” 이 끝말은 앞의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와 이어지는, 삶의 태도에 대한 말이다. 자기의 의미를 알아주는 사람이 친구인데, 세상에는 그 의미를 무시하거나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당사자는 불편하고 외롭고 불쾌한 마음이 드는 것 또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기뻐하며 배우고 익힌 자신을 타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섭섭해하지 않는 마음이 든다면 그의 됨됨이는 가히 군자(君子), 즉 덕망과 학식을 갖춘 사람이라는 말이다.


글이 이렇게 쓰인 걸 보면 2400년 전에도 세상이 몰라보는 군자는 곳곳에 있었겠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의미를 알아주는 친구를 만나는 일과, 자기의 관심사를 배우고 익히는 일에서 유일하게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일 테다. 그런 인생의 행로는 자못 외롭고 쓸쓸할 것이다. 하지만 꽃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꽃은 그저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과 다르게, 세상의 수많은 꽃은 세상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야생에서 누가 알아주든 말든 아름답게 피어 있다. 그리고 간혹 그 그윽한 향기를 맡고 멀리서도 친구인 봉접(蜂蝶: 벌과 나비)이 찾아오는 것이다. 제대로 아는 과정도 기쁜 일이지만 그런 그이를 알아주는 친구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 중심엔 가치관과 심성(心性)이 있다. 그러기에 세상 사람들은 다양한 가치관과 심성에 따라 유유상종하는 것이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생활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 편집자주

뉴스를 보다보면 무엇인가를 분석해서 설명을 해주는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야 원인을 정확하게 찾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사물을 그대로 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면 분석한 내용을 종합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생활의 시선’을 매주 연재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읽으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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