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덜 느껴야 하는 이유

2017년 02월 12일 09:00

‘죄책감’은 자신이 타인에게 해를 끼쳤을 가능성이 있을 때 누가 시키거나 보지 않아도 스스로 괴로워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죄책감에도 개인차가 있다. 죄책감을 쉽게 느끼는 사람과 비교적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항상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어떡하지?’, ‘나때문에 우리 그룹이 피해를 보면 어떡하지?’, ‘내가 사람들 발목을 잡으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는 반면 이런 걱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난 후에도 ‘괜찮아. 아무도 못 봤어’라거나 ‘그럴 수도 있지 뭐’라며 죄책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도 ‘내가 왜 그랬을까’라며 자신의 행동을 끊임없이 반성하며 때로는 ‘과하게’ 스스로를 질책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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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죄책감의 부작용


이렇게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의 특징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죄책감은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또는 객관적인 손해를 끼치는 것과 관련된, 즉 타인의 존재를 염두에 두고 성립되는 감정이므로 감사, 사랑 등과 함께 ‘사회적’ 감정으로 분류된다.


이런 죄책감은 가급적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고 하고 잘못을 한 후에는 ‘반성’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등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한다. 하지만 문제는 죄책감이 ‘지나칠’ 때이다. 지나친 죄책감이 불러오는 부작용들이 있다.


어려운 과제를 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할 때 사람들은 보통 주변의 ‘도움’을 구하곤 한다. 이렇게 실제적인 도움이나 또는 정서적 지지 등 다양한 ‘사회적 지지’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비교적 잘 헤쳐나오는 모습을 보인다 (Cohen & Wills, 1985). 예컨대 실직을 한 후에도 사회적 지지를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재취업이 빠른 경향을 보인다. 또 큰 병에 걸렸을 때도 이들은 비교적 예후가 좋은 경향을 보인다. 또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술’ 등에 의존하는 부적응적인 대처 방식도 덜 보인다.


하지만 성격 및 사회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죄책감을 잘 느껴 버릇하는 (guilty prone)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런 사회적 지지를 덜 구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Wiltermuth & Cohen, 2014). 자신의 부족함이 타인에게 해를 끼치게 될까봐, 또 타인을 실망시킬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발목을 잡을까 두려워 아예 협력을 피한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고 과제를 혼자 하거나 아니면 해당 과제에 전문성을 지닌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고 알렸다. 참가자들은 어려운 과제를 혼자 할 것인지,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죄책감이 덜한 사람들은 과제에 자신이 없으면 도움을 구하려고 하는 반면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정반대로 자신이 없을수록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파트너의 프로필을 보고 어떤 사람과 과제를 함께 할 것인지 고르도록 했다. 그 결과 죄책감이 덜한 사람들은 유능한 파트너를 고르는 반면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감이 없을수록 능력치가 ‘낮은’ 파트너를 고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자기보다 잘 하는 파트너와 함께 하면 자신이 그 사람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되거나 그 사람을 실망시키게 될까봐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고 만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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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프리 라이딩’을 피하려고 애쓰는 편인데, 종종 아예 그럴 ‘상황’을 통째로 피함으로써 프리 라이딩을 피하는 편이라고 한다. 즉 도움을 거절하고 협력을 마다한다. 또는 유능하지 않은 파트너를 고르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연구자들은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팀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을 보이나 스스로 특히 ‘유능한’ 사람들과 함께 일할 상황을 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좋은 파트너가 될 가능성과 좋은 파트너를 만날 가능성을 놓치게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리더’가 될 능력이 충분히 있음에도 큰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경향을 보여 리더가 될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도움을 주고받는 경험은 대체로 모두에게 이롭다


혹시 사람들의 발목을 잡거나 누군가를 실망시킬 가능성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 때문에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들을 내린 적은 없는지,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참고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등의 일반적인 도움 요청에 대해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요청에 응한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도움을 요청받는다는 것은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며 자신이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기부나 봉사 활동을 통해 자존감과 행복도가 향상되는 현상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또한 일반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상보다는 일을 잘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으며 유능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된다는 연구도 있었다.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이 그 사람이나 자신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도록 하자. 사회적 지지를 주고받는 경험은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에게 있어 근본적으로 ‘즐거운’ 경험이라는 점을 기억해보자.

 


※ 참고문헌
Cohen, S., & Wills, T. A. (1985). Stress, social support, and the buffering hypothesis. Psychological Bulletin, 98, 310-357.
Wiltermuth, S. S., & Cohen, T. R. (2014). “I’d only let you down”: Guilt proneness and the avoidance of harmful interdepende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7, 925-942.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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