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정보기관만을 위해 만들어진 구글 ‘Xkeyscore’ 이야기

2017년 02월 26일 10:30

“제 개인적인 만족의 측면에서, 제 목표는 이미 성취되었습니다. 저는 이미 이긴 것이죠. 저널리스트들이 일을 시작한 순간부터, 제가 하려던 일이 모두 완성된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기억하시는 것처럼, 저는 사회를 바꾸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사회가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겁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대중이 자신들이 지배되는 방식을 정하는데 있어 참여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에드워드 스노든, 워싱턴 포스트와 2013년 12월 인터뷰 中)

 

얼마 전 <스노든>이라는 영화가 아주 조용히 개봉되었다가 극장에서 사라졌다. 감독이 무려 <플래툰>, , <래리 플린트>, <애니 기븐 선데이>, <닉슨>, <도어즈>, <월 스트리트>, <7월 4일생>의 올리버 스톤인데도, 관객들은 물론 언론들도 주목하지 않았다. 주연 배우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셉 고든 래빗과 쉐를린 우들리인데도 말이다.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사건을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사건을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스노든' 포스터 - (주)리틀빅픽쳐스 제공

<스노든>은 제목 그대로 ‘프리즘(PRISM) 폭로 사건’으로 유명한 전직 CIA 요원이자 미국 국가안보국(NSA) 파견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Edward Snowden)을 다룬 영화다. 그는 2013년 6월 10일 NSA가 몇몇 국가의 정보기관들과 협력하여 전세계 일반인들의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정보 등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사찰해 온 내부 자료들을 공개함으로써 세계적인 논란의 인물이 되었다.

 

영화 속에서 스노든을 연기한 조셉 고든 레빗(좌)와 스노든(우) - (주)리틀빅픽쳐스 제공
영화 속에서 스노든을 연기한 조셉 고든 레빗(좌)와 스노든(우) - (주)리틀빅픽쳐스 제공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함께 운용한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이른바 Five Eyes는 물론이거니와 스노든의 임시 망명처가 된 러시아 등을 포함한 전세계 주요 국가들 사이에서, 폭로 후 4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그가 던진 ‘안보 vs 인권’이라는 화두가 불러일으킨 정치적 파장이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았고, 그가 보유한 지식과 정보를 두고 각국 정보기관들의 쟁탈전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철저히 무시되었던 것은, 배경이 되는 사건이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생각되는데다가 그 내용의 상당 부분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워서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 사건이 한국에 사는 우리와도 분명 관련이 있을 수 있고, 그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주 지엽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스노든이 폭로한 전세계적인 감청시스템인 Xkeyscore의 구성도(출처 The Intercept) - BluDis 제공
스노든이 폭로한 전세계적인 감청시스템인 Xkeyscore의 구성도(출처 The Intercept) - BluDis 제공

그런 깨달음을 주는 대표적인 장치로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Xkeyscore다. 이 Xkeyscore라는 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이름에도 쓰인 프리즘이라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프리즘은 구글, 페이스북, 야후, MS, 애플 등 미국의 주요 인터넷 업체의 서버에 접속해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는 일종의 ‘백 도어’ 프로그램이다. 간단하게 말해 어떤 사용자가 특정 단어를 사용하면 NSA가 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반면 ‘NSA를 위한 구글’이라는 별명을 가진 Xkeyscore는, 프리즘보다 훨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세계적으로 수집하여 놓은 데이터 베이스 및 검색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150여 곳에서 총 700개 이상의 서버를 통해 해저 케이블과 전화망을 오가는 데이터 및 통화의 상당량을 Xkeyscore에 저장했다고 한다.

 

스노든의 폭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스노든의 폭로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 포스터 - 에스디시코리아(주)콘텐숍 제공

<스노든>의 쌍둥이 형쯤 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2015년)를 보면, 그렇게 축적된 정보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에서 실제 스노든이 “2011년 1개 서버당 전화와 인터넷망에서 10억건을 동시에 감시했으며, 이는 초당 125기가바이트를 수집한 것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자, 듣고 있던 기자가 “1초에 1테라비트”라고 말하며 놀라는 것이다.

 

그런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이메일 주소, 전화 번호, 이름 등 몇 가지 개인 정보와 원하는 키워드를 Xkeyscore에 넣고 검색을 하면, 세계 누구의 것이든 그 세부 내역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스노든의 주장이다. 영화에서도 특정 키워드가 들어간 특정인의 페이스북 비공개 포스팅을 찾아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에 사는 우리도 Xkeyscore에 의해 검색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러한 정보 시스템의 구축 및 운용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기반에, 911 이후 미국민들의 공포심리에 기반한 정보기관들의 안보 우선주의와 함께 미국 정부의 엄청난 관련 예산 할당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미국 정부의 정보기관 관련 전체 예산 규모는 무려 60조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 사례의 연장선상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야당이 왜 필리버스터까지 하면서 테러방지법 개정안을 막으려 했는지 다시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대상자의 출입국, 금융거래, 통신이용 등에 대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할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정보기관의 오남용의 소지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영화 <스노든>이 우리나라에서 철저히 무시당해서는 안되었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의 예산은 2013년에만 무려 6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 워싱턴포스트 제공
미국 정보기관들의 예산은 2013년에만 무려 60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다. - 워싱턴포스트 제공

 

※ 참고
☞ Xkeyscore, 전세계적 민간 커뮤니케이션 감청을 위한 NSA의 구글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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