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을 얻은 사람이 부도덕해지는 까닭은?

2017년 02월 26일 09:00

멀쩡하던 사람도 권력을 갖게 되면 공감능력이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능력(조망수용능력) 등이 떨어지게 되며 ‘도덕성’ 또한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실험실에서 잠깐 사람들에게 ‘리더’가 되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라거나 또는 역할놀이를 통해서 상사-부하직원 관계를 만드는 것 만으로도 관찰되는 현상이다(Galinsky et al., 2006).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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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실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떨까? 특히 조직에서 불의가 벌어지고 있다면 이들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 간단히 생각해보면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위치에 있는만큼 불의를 그냥 넘기지 않아야 할 거 같다. 그러지 않을 수 있는 ‘힘’도 있으니 하다못해 말단직원에 비해서는 조직에서 더 높은 도덕성을 보여줄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발견되는 것 같다. 아랫사람들이 고발해도 위에서 무마하는 경우들 말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직급과 도덕성


최근 미국에서 정부 기관(NASA, 국방부, 법무부, 환경부 등)에서 일하는 약 1만1000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1년 간 자기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이거나 비도덕적인 행태에 대해 ‘고발’한 횟수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Kennedy & Anderson, 2017).


그 결과 연구자들은 성별, 나이, 인종, 학력, 근무 기간 등과 상관 없이 ‘직위’가 높은 사람들(단순직에서 전문직,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Level1에서 Level5까지 나누었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보고 횟수가 적은 경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이번에는 실험을 통해서 팀에서 ‘리더’ 또는 ‘결정자’ 역할을 하게 된 사람들이 다른 구성원들이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 이를 방관하는지 아니면 구성원들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낼지에 대해 살펴봤다. 이번에도 팀에서 결정자 역할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영향력이 적었던 사람들에 비해 조직에서 일어나는 불의를 더 방관하는 경향을 보였다.

 


조직은 곧 나이며 내가 곧 조직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연구자들은 그 중 하나로 권력을 많이 갖게 될수록 ‘조직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 같이 조직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실제로 실험에서 결정자 역할을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자신이 조직에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이 조직에 속해 있는 것이 기쁘다고 하는 등 정서적인 연결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직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느끼며 조직의 일을 자신의 일로 동일시하는 경향도 더 크게 보였다. 또한 이런 경향이 침묵하기로 한 이들의 결정을 일부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책임과 힘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런만큼 조직의 잘잘못이 곧 자신의 잘잘못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 쉬쉬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직과 자신의 동일시가 조직에서 영향력이 큰 윗사람들보다 영향력이 작은 사람들이 더 불의를 많이 드러내고 고발하는 현상에 일부 기여한다는 것.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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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가 불러오는 비도덕성


비슷하게 그룹에 ‘충성’을 맹세시키고 집단에의 소속이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게 할수록, 즉 정체성 융합(identity fusion)이 일어날수록 집단이 '어떤 짓을 하든' 맹목적으로 지지하게 되며 때로는 ‘살인’ 같은 극단적인 행위도 예측한다는 발견들도 있었다(Swann et al., 2009).


한국 사회는 어떨까? 한국 사회의 많은 집단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말 아래 무조건적 충성 등을 강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가족’같은 회사, 각종 연수, 수련회 등 프로페셔널 한 관계에서 굳이 ‘회식’, ‘술 먹고 망가지는 사적인 모습 노출’, ‘너도 결국 그렇고 그런 인간일뿐’ 등을 강요하는 것 또한 관계에 불필요한 감정을 개입시켜 이성적인 판단과 신념의 작동을 막는 장치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일례로 신고식 같은 ‘고통스러운 통과의례’가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조직의 응집성을 더 높여준다는 연구들도 있었다(Xygalatas et al., 2013). 충성과 하나임을 강조하는 조직일수록 조직에서 일어나는 불의에 대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일을 크게 벌이면 안된다며 함구하게 되지 않을까?


문화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한국사회는 심한 집단주의 사회로 구분된다(Diener, 2000). 개인 위에 집단이 군림하며 모두가 짜장면을 먹을 때 혼자 짬뽕을 주문하는 것이 눈총을 부를 일이 되는 사회다. 우리 가족, 친구 등 내집단 사람들에게는 잘 하지만 그렇지 않은 타인은 배척하거나 별로 신경쓰지 않는 정도가 큰 사회이다.

 

한국 사회의 도덕성 회복에는 '우리가 남이다', ‘집단 위에 사람있다’ 등 집단/주변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문화, 개개인에게 힘을 싫어주는 개인주의와 개인성의 회복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리더의 도덕적 자질의 중요성


마지막으로, “도덕성이 밥 먹여주냐!”며 리더의 도덕적 자질을 간과하는 사고방식을 종종 보곤 한다. 또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알아서 책임감과 도덕성을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들도 종종 본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갈린스키(Galinsky) 등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권력을 갖게 될수록 주변의 영향을 덜 받게 되고 ‘눈치’를 볼 필요성마저 줄어들어서 좀 더 자신의 ‘내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한다(Galinsky et al., 2008). 원래 관대했던 사람들은 더 관대해지지만 원래부터 이익을 중시했던 사람들은 더 자신의 이익을 중시하게 되는 경향도 관찰된다고 한다. 거기에 높은 자리에 가게 될수록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조직의 불의를 무마하게 되는 등 잘못된 길에 빠지게 될 가능성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리더의 인성 및 도덕성 같은 ‘내적 자질’이 더더욱 중요한 이유다.

 


※ 참고문헌
Galinsky, A. D., Magee, J. C., Inesi, M. E., & Gruenfeld, D. H. (2006). Power and perspectives
not taken. Psychological Science, 17, 1068-1074
Kennedy, J. A., & Anderson, C. (2017). Hierarchical rank and principled dissent: How holding higher rank suppresses objection to unethical practice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39, 30–49. doi: 10.1016/j.obhdp.2017.01.002
Swann Jr, W. B., Gómez, Á., Seyle, D. C., Morales, J., & Huici, C. (2009). Identity fusion: the interplay of personal and social identities in extreme group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6, 995-1011.
Xygalatas et al., (2013). Extreme rituals promote prosociality. Psychological Science, 0956797612472910.
Diener, E. (2000). Subjective well-being: The science of happiness and a proposal for a national index. American Psychologist, 55, 34-43.
Galinsky, A. D., Magee, J. C., Gruenfeld, D. H., Whitson, J. A., & Liljenquist, K. A. (2008). Power reduces the press of the situation: Implications for creativity, conformity, and dissona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95, 1450-1466.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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