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7]실시간 통신으로 50km 떨어진 곳의 카트를 운전한다?

2017년 03월 04일 15:00

MWC 2017의 중심은 5세대 이동통신에 있습니다. 5G 네트워크는 여기저기에서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언급되고 있지만 사실 아직도 완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신 ‘언제까지’라는 무거운 숙제가 먼저 던져졌습니다. 그 첫 무대는 바로 1년 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입니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2018년,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을 시범 서비스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모든 통신 업계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상용화도 문제 없다고 모두가 한 입처럼 이야기합니다. 그럼 지금 5G 기술은 얼마나 와 있을까요?

 

일단 지난해에 비해서는 확실히 뭔가가 더 다가온 느낌입니다. 아주 제한된 실험실 공간에서 이론상 테스트되던 기술들이 필드로 나왔습니다. 데모도 꽤 많이 눈에 띕니다. 다만 이런 기술들이 눈에 확 띄지는 않기 때문에 흥미는 조금 떨어질 수 있습니다. 

5G 기술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5G 기술은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지난해 MWC에서 국내 이동통신 업계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경쟁했던 다운로드 속도 이야기는 다행히 크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는 30Gbps를 넘나드는 속도도 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우리 주변에 망이 깔렸을 때는 그 속도를 낼 수 없지요. 그리고 이 통신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하는 28㎓, 37㎓ 대의 밀리미터 웨이브 주파수는 멀리 가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은 꽤나 제한될 겁니다. 어떻게 보면 최근 5G를 위해 새로 발굴되고 있는 6㎓대의 주파수로 5㎓ 내외의 속도를 내는 서비스가 조금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이 두가지 형태의 주파수를 하나로 묶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데모도 보여주었습니다.

 

노키아는 소형 기지국 디자인을 전시했습니다. 5G 네트워크는 큼직한 매크로셀보다도 곳곳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는 스몰셀, 나노셀 등 작은 기지국을 곳곳에 심어야 합니다. 노키아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물들에 달 수 있는 디자인의 기지국을 내놓았습니다. 기지국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거창하게 설비하는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어디에든 자리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실시간 통신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꽤 흥미로웠습니다. 노키아는 여러명이 네트워크로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핑퐁 게임을 전시했는데, VR 기기 속에 존재하는 가상의 공이 여러 사람에게 시차 없이 정확히 같은 위치에서 보이는 게 핵심입니다. 만약 데이터 전송에 지연 시간이 있다면 공을 주고받는 게임은 불가능하지요. 사실 지난해 노키아는 가상현실을 통한 화상통화 시스템으로 실시간 통신 기술을 소개했는데, 올해는 공을 이용해서 더 확실히 실감나는 데모를 보여주었습니다.

 

노키아의 기지국 디자인입니다. 도시 곳곳에 두기에 별로 거부감이 없는 크기와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 최호섭 제공
노키아의 기지국 디자인입니다. 도시 곳곳에 두기에 별로 거부감이 없는 크기와 디자인이 눈에 띕니다. - 최호섭 제공

에릭슨은 가상현실과 접목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었습니다. 에릭슨은 전시장 한 켠에 모니터와 운전석을 설치했는데, 이게 게임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에서 50㎞쯤 떨어진 트랙에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카트를 둔 것입니다. 그리고 두 현장을 서로 연결하는 겁니다. 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카메라로 영상을 전송하고, 현장에서는 마치 차량에 탄 것처럼 카트를 직접 조종할 수 있었는데, 이는 양쪽 공간에 시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보통 5G의 이상적인 응답 속도는 1밀리초인데, 이 시스템은 13밀리초 정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에도 차량을 운전하는데 큰 불편이 없어 보입니다. 비슷한 원리로 사람의 손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전송해 원격으로 진료와 수술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공개됐습니다.

 

당장 원격으로 수술을 한다는 단편적인 의미로 보기에는 아직 기술적, 제도적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세상이 거리에 관계 없이 실시간으로 연결된다면 어떻게 다른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지에 대한 체험으로는 아주 직관적이었습니다. 사실 저 스스로도 몇년째 ‘5G의 핵심은 실시간성’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으레 통신 지연을 염두에 두고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고정관념이 말랑말랑하게 풀어질 때쯤 새로운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기술 표준이 잡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5G는 어느 한 회사가 주도해서 만들지 않고, 여러 기업들이 3GPP를 비롯해 여러 학회와 손잡고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갑자기 어떤 기술이 툭 튀어나오진 않을 겁니다. KT는 MWC 직후 3월 6일부터 크로아티아에서 열리는 3GPP 총회에서 표준안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제 슬슬 핵심 기술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는 듯 합니다. 

 

5G는 아직 표준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5G는 아직 표준이 완성되진 않았지만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 최호섭 제공

2월28일 MWC 현장에서는 여러 통신사와 네트워크 기업, 반도체 기업들이 한 자리에 모여 5G 기술 현황에 대한 테스트 포럼도 열었습니다. NTT도코모나 도이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등은 이미 각자 국가에서 실험실이 아닌 도심 지역을 대상으로 5G를 테스트하고 있었습니다. SK텔레콤과 KT도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국내에서 5G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각각 테스트를 하고 있으면 시범 서비스 시작이나 표준 정립에는 문제가 없을까요? 일단 현재로서는 내년 2월 평창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SK텔레콤 박정호 사장도 현지에서 간담회를 열고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기술 표준은 2018년 중순쯤 자리를 잡게 될 전망입니다. 5G 테스트포럼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들이 오갔습니다. 현재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기술들은 어느 정도 표준 전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내년 평창에서 하는 시범 서비스는 표준을 정하기 직전의 담금질이 될 전망입니다.

 

그리고 이 5G도 한 번에 모든 게 결정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여러 기술과 표준이 더해지면서 점점 진화합니다. LTE와 비슷하죠. 그리고 5G는 당분간 LTE망 위에 보강되는 서비스로 자리를 잡기 때문에 LTE도 함께 고도화됩니다. 

에릭슨의 5G 시연입니다. 50km 떨어진 곳에서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원격 제어도 가능합니다. - 최호섭 제공
에릭슨의 5G 시연입니다. 50km 떨어진 곳에서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동차 원격 제어도 가능합니다. - 최호섭 제공

LTE는 이제 슬슬 진화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기가비트 LTE라는 말이 익숙해지고 있지요. 말 그래도 초당 1기가비트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하면 1초에 100메가바이트를 주고받는 겁니다. LTE의 최종 진화에 다다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주파수 밴드가 확보되어야 하고, 기기 한 대에서 여러 개의 주파수로 통신할 수 있는 모뎀과 안테나가 필요합니다. 아직 이만큼의 주파수를 갖고 있는 통신사는 없지만 적어도 네트워크와 모뎀은 완성됐습니다. 퀄컴은 아예 기가비트LTE 시대를 연다는 광고를 전시장 곳곳에 붙여놓기도 했습니다.

 

3G를 넘어 LTE가 된다고 했던 게 불과 엊그제같은데 벌써 기술은 완성 단계로 접어들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숨가쁜 발전을 이어왔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기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직 새 기술을 쓸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기술은 보란듯이 채비를 마쳤습니다.

 

5G는 당장 쓸 데가 없는 기술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네트워크는 곧 새로운 아이디어가 열릴 수 있는 토양입니다. 그 기반이 잘 닦이면 어느 순간 모두가 고민하던 ‘킬러’가 만들어지겠지요. 적어도 이번 MWC는 새 네트워크와 기존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을 허물어내는 자리가 되었다고 풀이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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