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시선 55] 눈썰미와 안목은 어떻게 생기는가

2017년 03월 04일 18:00

‘눈썰미’라는 말. 한자어로는 목교(目巧)라고 쓰는 이 말뜻은 ‘어떤 행위를 한두 번 보고 따라 해내는 재주’다. ‘그 재주’에 선행되는 것은 ‘본다’는 것. 무엇을 어떻게 보았기에 그대로 따라 해낼 수 있을까. 바라봄의 방법과 태도, 즉 시선의 차이가 그 재주의 수준을 결정할 테다. 그 분야가 회화든, 연주든, 요리든, 운동이든, 춤이든, 일이든 말이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선행자의 ‘무엇’을 보는 것일까? 그 ‘무엇’은 보는 대상 행위의 ‘요체’일 테다. 다시 말해, 대상 행위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일인데, 그 직관적 ‘아이콘’을 파악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려 있다. 동시에,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가 따른다. 그것은 대상 행위가 이뤄지는 과정의 순서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어떤 작용에 의해 어떤 특성을 갖는 그 무엇이 만들어지는지를 유심히 보고 그 인과관계를 잘 이해해 재현해내는 사람이 눈썰미 있는 사람이다.

 

윤병무 제공
윤병무 제공

이를테면, 어떤 아이들은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보다가도 자발적으로 백지를 찾아다가 그림책 속의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그려내기 시작하는데, 원본과 꽤 유사하게 그려낸다. 원본 그림의 전체적인 인상과 구도에서부터 눈, 코, 입 등등 그 캐릭터의 구체적인 특징을 잘 파악한 것이다. 모창(模唱)이나 성대모사도 마찬가지다. 대상의 음색(音色)이나 창법(唱法)이 일반과 무엇이 다른지, 그 대상만의 아이콘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흉내내보는 일이 눈썰미의 첫걸음이다.


그런데 볼 때도, 뭘 좀 알아야 대상의 맥락이 더 잘 보인다. 대상의 물리적인 성질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감자채볶음을 조리할 때도 왜 양파보다 감자를 먼저 볶아야 하는지는 상식이다. 야채마다 익는 시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은 조리의 과정을 이해할 때 영향을 준다. 야구 타석에서 장타를 노린다면 방망이를 길게 잡고 체중을 실어야 유리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마찬가지로 물리 작용에 대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전 지식이 있어야 맥락을 파악하기 쉽고, 대상을 따라 하는 데 필요한 원리 이해에 좀 더 잘 접근할 수 있다.

 

GIB 제공
GIB 제공

또한, 남다른 모방 능력을 발휘하는 눈썰미는 그 분야의 안목을 높인다. 안목(眼目)은 분별해내는 견식이다. 즉 안목이 있는 사람은 어떤 대상의 차이를 구별해내는 눈 밝은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眼目이라는 한자어는 ‘눈’(眼, 目) 두 개로 구성돼 있다. 물론 사람의 눈은 두 개이니 누구나 안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사실은 눈이 두 개인 것은 거리 측정을 잘할 수 있도록 진화된 결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눈 밝음의 정도를 나타내는 눈썰미나 안목의 유무는 결국 ‘관찰력’에 있다. 어느 정도의 주의를 기울여 ‘무엇을’ ‘어떻게’ 관찰했느냐에 따라 잘 재현해낼 수 있는 눈썰미나, 대상을 분별해내는 견식으로서의 안목의 수준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면, 누구는 대충 보기 때문에 눈썰미나 안목이 없고, 다른 이는 주의 깊게 잘 관찰하기에 그것이 있을까. 물론 섬세한 눈길이나 적극적인 관심은 눈썰미나 안목을 키우는 데 고무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눈길과 관심은 마음의 작동으로 동작된다. 문학 작품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안목을 갖춘 문학비평가도 자기 삶의 생각과 경험을 건드리는 작품 내용을 볼 때 더욱 감정이입이 되고, 다른 전문 분야의 음악비평가도 자신의 마음의 귀를 울리는 음악에 감흥의 농도가 짙어지기 마련일 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면,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느 누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일 테다.

 

 

※ 필자 소개

윤병무. 시인. 시집으로 ‘5분의 추억’과  ‘고단’이 있으며, 동아사이언스 [생활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 편집자주

뉴스를 보다보면 무엇인가를 분석해서 설명을 해주는 내용이 대다수입니다. 그래야 원인을 정확하게 찾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고개를 들어 사물을 그대로 보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대상을 온전히 바라보면 분석한 내용을 종합할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시인의 눈으로 일상을 바라보는 ‘생활의 시선’을 매주 연재합니다. 편안한 자세로 천천히 읽으면서 감정의 움직임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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