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완벽한 선거가 가능할까?

2017년 03월 11일 16:00

새 학기 입니다. 교실마다 ‘반장 선거’가 진행되겠지요. 각 교실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출마한 후보가 얼마나 쟁쟁한지에 따라 아주 작은 사회인 교실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펼쳐집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공약’을 내걸며 자신을 뽑아달라 말하지요.

 

한편, 단일후보로 출마하거나 공약이 비슷하고 각자의 마음 속 내정자가 없다면 오히려 투표는 어려운 국면을 맞이합니다. A나 B나 C나, 누가 돼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거나 내게 미치는 영향이 별로 없다면 더더욱 한 후보를 선택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만장일치(!)’는 더 어렵습니다.

 

 

만장일치, 그 어려운 걸 해내다니…. - GIB 제공
만장일치, 그 어려운 걸 해내다니…. - GIB 제공

● 후보가 몇 명이어야 ‘완벽한 투표’가 가능할까?

 

곧 우리에게 ‘투표’의 기회가 다시 찾아옵니다. - GIB 제공
곧 우리에게 ‘투표’의 기회가 다시 찾아옵니다. - GIB 제공

여기 A, B, C 세 사람이 있습니다. 세 사람은 바나나, 사과, 한라봉 중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을 다수결로 정해보려 합니다.

 

  1) A는 바나나 > 사과 > 한라봉 순으로 좋아합니다.

  2) B는 한라봉 > 바나나 > 사과 순으로 좋아합니다.

  3) C는 사과 > 한라봉 > 바나나 순으로 좋아합니다.

 

그 결과, 바나나를 사과보다 좋아하는 사람(바나나>사과)이 A와 B 두 명, 사과보다 한라봉을 좋아하는 사람(사과>한라봉)이 A와 C 두 명, 바나나를 한라봉보다 좋아하는 사람(한라봉>바나나)이  B와 C 두명입니다.

 

그런데 이때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면 ‘바나나>사과>한라봉>바나나’와 같은 모순이 나옵니다. 절대 하나를 고를 수 없는 상황이지요.

 

197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우는 “다수결 투표에서 이런 상황은 후보가 세 명 이상인 경우에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며, “만약 후보가 셋 이상이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사회적 선택이 일어날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애로우는 국민의 의견, 국민의 뜻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는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1951년 ‘사회적 선택과 개인의 가치(Social Choice and Individual Values)’라는 90쪽 짜리 논문에 ‘불가능성 정리’라는 이름으로 수학적 증명을 소개했습니다.

 

애로우보다 앞서 체코 출신의 미국 수학자 쿠르트 괴델이 1931년 ‘불완전성 원리(논리와 이성만으로는 이 세상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를 발표하자, 그 뒤로 이 세상 모든 분야를 수학으로 설명하고 통제하고 적용하려 했던 수학자들과 사회 정책과 복지 제도를 관리하는 함수 체계를 만들려던 경제학자들, 민주주의 이념을 체계적으로 실현하려 했던 정지학자들까지 혼란에 빠졌습니다. 혹자는 ‘딜레마’라 표현하며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운’이나 ‘한 사람의 권력(독재)’만으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없으니 이를 막는 방법으로 투표 방식을 결정해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엔 완벽한 선거 방법은 없는 걸까요? 

  

완벽한 선거가 가능할까? - GIB 제공
완벽한 선거가 가능할까? - GIB 제공

 

 

 

● 수학적, 과학적으로 완벽한 선거는 없을까?     

 

대선과 같은 큰 선거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왜 선거 결과를 쉽게 납득하지 못할까요? 얼마 전에 있었던 미국 대선이나 지난해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가 있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선거 결과를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이어 ‘왜 내가 지지한 쪽과 항상 반대 결과’가 나오는지 의문을 품게 되지요.

 

 

최근에 있었던 미국 대선이나 영국 브렉시트 사태 등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투표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할 수 이었다. - GIB 제공
최근에 있었던 미국 대선이나 영국 브렉시트 사태 등에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투표 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계속 확인할 수 이었다. - GIB 제공

실제로 영국 사태의 경우 51.8%의 득표로 EU(유럽연합) 탈퇴라는 국가적 중대 사안을 결정했습니다. 물론 과반(50%)은 넘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48.1%의 국민은 반대한다는 뜻입니다.

 

사실 다수결 투표 방식은 심지어 득표수가 과반을 넘지 못해도 당선이 되는 제도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큰 선거에서는 소수 득표가 예상되는 어떤 후보가 사퇴(일명 표 몰아주기)가, 남은 후보의 당락을 뒤바꾸기도 하지요.

 

물론 전문가들은 모두 입을 모아 국민 모두가 100% 만족하는 투표 방식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다수결 투표가 진행되더라도 ‘소수 의견 존중’이 양립돼야 한다는 게 이론적(!) 설명(현실과는 거리가 엄청 먼)입니다.  

 

완벽한 투표 방식은 없지만 새로운 투표 방식을 제안하는 학자는 많습니다. 2007년 노벨경제학사아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후보를 좋아하는 순서대로 등수를 적어 제출하는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그럼 개표 시에 후보를 둘씩 붙여서 1:1로 겨루게 하고, 이 대결에서 가장 많이 이긴 후보를 당선시키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예전에는 모든 경우의 수를 일일히 대결할 인력이 없어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컴퓨터 전산 시스템이 발달한 지금(물론 해킹, 보안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그리 어려운 일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만약 모든 후보가 1:1 대결에서 이긴 승수가 같다면, 재투표를 고려해 봐야 하겠지만요).

부디 이번 선거에서는 다수의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가 얻길 기대해 봅니다. - GIB 제공
부디 이번 선거에서는 다수의 사람이 만족하는 결과가 얻길 기대해 봅니다. - GIB 제공

우리나라는 3월 10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물론 다가올 대선에서는 당연히 기존의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되겠지요. 이 날 보았던 ‘만장일치’도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곧 다가올 가까운 새 미래에 만큼은 ‘다수결 투표 결과’와 ‘소수 의견 존중’의 양립(까진 바라지도 않지만)이 성사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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