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 형태를 찾아내다

2017년 03월 12일 18:00

[표지로 읽는 과학] 네이처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 형태를 찾아내다 - Nature(Peter Crowther) 제공
Nature(Peter Crowther) 제공

이번 주 네이처 표지는 투명한 결정 위에 전자 시계가 떠 있는 모습이 장식했습니다. 인테리어 제품을 연상케하는 표지와 큼직하게 적혀 있는 ‘Time crystals(시간 결정)’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기자의 머릿속에는 ‘망했다’라는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표지로 읽는 과학’은 매주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표지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무엇이 표지로 선정이 되는지에 따라 담당 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곤 하지요.

 

시간 결정이란 말을 듣는 순간 들었던 ‘망했다’는 비단 기자만 가졌던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아마 이 표지와 연구를 접했을 대다수 기자들의 감정은 아래 스크린샷 이미지가 대변해줄 것 같습니다.

 

 

글쓴이 맘 내 맘 같아서 b. - gizmodo.com 제공
글쓴이 맘 내 맘 같아서 b. - gizmodo.com 제공

 

 

시간 결정을 관찰했다는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간 결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듯합니다. 시간 결정은 미국 MIT 프랭크 윌첵 석좌교수(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2012년 처음 제안한 개념입니다. 물질의 ‘대칭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일반적으로 대칭성은 공간을 기준으로 깨지는데, 시간에 대해서도 깨질 수 있다고 했지요.

 

윌첵 교수의 ‘시간 결정’ 주장은 이번 네이처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반박과 재반박이 반복되던 주제였습니다. 일본 도쿄대의 물리학자, 와타나베 하루키 오시카와 마사키는 2014년 윌텍 교수가 정의한 형태의 시간 결정은 없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그로부터 2년 뒤 미국 프린스턴대 시바지 손디 박사와 UC산타바바라 체탄 나약 박사는 방식을 조금 바꾸면 시간 결정이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고요.

 

그리고 올해 2017년 3월, 미국 메릴랜드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각각 다른 방법으로 시간 결정을 관찰하는데 성공해 네이처에 동시에 논문을 발표합니다. 특히 하버드대 논문은 한국인 과학자 최순원, 최준희 박사가 공동저자로 참가를 해 우리나라 타 언론에서도 주목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시간 결정이라는 내용이 워낙에 어려워서인지 평소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제 1저자가 한국인 연구자일 경우 받았던 관심보다 조금 적은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결정’은 어떤 물질을 구성할 때 구성 원자가 규칙적으로 나열돼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염화나트륨(소금)이 염소 원자와 나트륨 원자가 번갈아 배치되면서 육면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물질들이 결정 형태를 가집니다. 다이아몬드의 정팔면체 결정이나 석영의 육각기둥 형태가 대표적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결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대칭 깨짐(symmetry breaking)’이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이 쯤에서 ‘결정은 보통 대칭 형태를 가지는데?’라고 반박하는 분들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기자도 그랬거든요. 여기서 설명하는 대칭은 물질의 형태가 아니라 형태를 만들기 위해 둘러싸고 있는 물리학적인 법칙을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거나, 공간이 바뀌어도 이 법칙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법칙에 의해 물질은 기존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를 만들게 되지요. 이 현상을 ‘대칭 깨짐’이라고 부릅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얼고, 석회동굴에서 종유석이 자라는 현상을 대칭 깨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요. 규칙적으로 나열되는 것은 당연히 공간에 규칙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윌첵 교수가 시간 결정을 제안하기 전까지 ‘대칭 깨짐’이라 함은 당연히 공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윌첵 교수는 이 반복성이 시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마도 수학적으로는 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불규칙해 보이는 물질의 배열 중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규칙적인 배열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윌첵 교수의 주장은 이번 네이처 논문 두 편에서 현실로 증명이 됩니다.

 

미국 메릴랜드대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팀은 이테르븀이라는 원소 이온을 이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시간 결정을 관측했습니다. 반면 하버드대 최순원‧최준희 박사팀은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 원자에 전자기파를 통과해 시간 결정의 진동을 관측했습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두 연구는 모두 같은 결과를 의미합니다.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또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상태의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네이처 표지는 바로 이 상태를 최대한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투명한 결정은 원자 배열의 ‘규칙성’을 나타냅니다. 결정 우측 상단의 숫자는 시간을 의미하지요. 숫자을 잘 보면 잘 보면 시간이 흐르는데 동일한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공간에서 원자 배열이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결정’이라고 부르니 시간에서 원자 배열이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시간 결정’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랍니다.

 

※ 관련 논문

J. Zhang et al. (2017), Observation of a discrete time crystal, Nature, 543, 217-220.
☞ doi:10.1038/nature21413
Soonwon Choi et al. (2017), Observation of discrete time-crystalline order in a disordered dipolar many-body system, Nature, 543, 221-225.
☞ doi:10.1038/nature2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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