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트럭을 둘러싼 공룡들의 소송전

2017년 03월 13일 14:00

2000년에 개봉된 영화 ‘엑스맨’에 처음 등장하여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슈퍼 히어로 울버린, 그리고 그를 연기한 배우 휴 잭맨은 그 뒤로 따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 되었다. 휴 잭맨 하면 자연스럽게 울버린이 떠오를 정도여서, 다른 배우가 울버린을 연기하는 상황을 상상하기조차 힘들게 된 것이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그래서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를 시작으로 프리퀄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젊은 배우들로 교체될 때도, 휴 잭맨만은 그대로 울버린을 연기해야 했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도 이기지 못하는 법. 얼마 전 개봉된 영화 ‘로건’은 뗄래야 뗄 수 없을 것 같던 둘 사이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많은 팬들로부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찬사를 받았다.

 

그렇게 휴 잭맨이 9번째이자 마지막 울버린을 연기한 영화 ‘로건’은, 천하의 울버린마저 노쇠해져 버린 2029년의 미래를 무대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SF영화에서처럼 휘황찬란한 최첨단의 미래 도시가 아닌 모래 먼지가 나부끼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를 무대로 하기 때문에, 2029년이라는 시간적 설정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이 영화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그나마 영화가 2029년의 미래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걸 눈치채게 해주는 몇 가지 장치들이 있는데, 악당 도널드 피어스(배우: 보이드 홀브룩)의 한 쪽 손에 끼워진 아주 정교한 로봇 의수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영화 중반에 울버린 일행이 악당들로부터 도주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콘테이너 박스를 실은 자율주행 트럭들도 그 중 하나다.

 

영화
영화 '로건'에 등장하는 자율주행트럭. 아예 운전석 영역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제공

운전석이 아예 없어서 완전히 박스형태로 생긴 그 트럭들은, 좁은 지방 도로를 빠르게 그래서 아주 위협적으로 운행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 트럭들이 경적을 울리며 난폭하게 운행을 하자, 울버린이 “젠장할 오토트럭들!”이라면서 욕을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오토트럭’이 그 자율주행 트럭들을 부르는 명칭(일반 명사인지 고유 명사인지는 불확실하지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설립된 지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해 8월,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에게 약 7500억원이라는 거금에 인수되면서 큰 화제가 된 자율주행 트럭 관련 스타트업 기업의 이름이 오토(Otto)라는 사실이다. 아마도 자동차를 의미하는 automotive에도 쓰인 라틴어 auto와 동일하게 발음되도록 회사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묘하게 영화 속 명칭과 같게 된 것이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와 지도 등을 담당했던 전문가들이 모여 창업한 오토는, 자체적으로 자율주행 트럭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트럭에 설치할 수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전자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만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하도록 함으로써, 11시간 이상 운전을 금지하고 있는 규제를 피하면서도 배송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Otto는 지난해 볼보 트럭을 개조하여 고속도로에서 테스트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Otto는 지난해 볼보 트럭을 개조하여 고속도로에서 테스트 자율주행에 성공했다.

이런 목표가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오토는 지난해 8월 자신들의 시스템을 장착시킨 볼보 780 트럭 5대를 가지고 고속도로에서 시험 운전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자동차를 이용한 택시 및 운송서비스를 목표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던 우버의 전격적인 인수 제안을 수용하면서 관련 업계의 신데렐라가 된다.

 

문제는 이런 신데렐라 스토리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에 너무 많은 스캔들에 얽혀 동네북이 되고 있는 우버에게 오토가 또 하나의 악재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오토의 창업자들이 구글을 그만둘 때 자율주행 관련 기밀 자료들을 대량으로 빼돌렸다고 웨이모(Waymo;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자율주행관련 자회사)가 지난달 말에 소송을 제기한 것.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는 크라이슬러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시켜 공개한 바있다.
알파벳의 자회사 웨이모는 크라이슬러 자동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시켜 공개한 바있다.

웨이모의 주장에 따르면 오토의 창업자인 앤서니 레반도우스키가 구글을 퇴사하기 직전에 무려 9.7G 분량의 기밀자료들을 다운로드했으며, 이 중에는 핵심 기술인 라이더(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레이저 광선을 주변 물체에 쏴서 반사되는 시간을 측정하여 거리를 파악하는 방법) 관련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물론 이 소송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다른 방향에서 공략하고 있는 두 공룡 간의 격돌이라는 의미에서 향후 시장의 형성과정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2029년이 되면 영화 ‘로건’에서처럼 자율주행 트럭이 도로를 달리고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 브랜드가 과연 오토일지 아니면 웨이모일지를 결정하는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참고
영화 ‘로건’에 등장하는 미래의 신기술과 슬픈 현실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