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님들, 대학원생은 노동자인가요? 학생인가요?”

2017년 03월 16일 18:02

대통령이 고민해봐야 할 과학기술인의 질문(1): 청년·신진·여성과학자 정책 

타운미팅의 한 참가자가 포스트잇에 의견을 적는 모습. - 변지민 기자 제공
타운미팅의 한 참가자가 포스트잇에 의견을 적는 모습. - 변지민 기자 제공

[청년과학기술자 정책] 대학원생은 노동자이자 연구원이며 학생입니다. 이런 경계인들이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어떤 문제들을 겪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신진과학기술자 정책] 연구비는 어떻게 배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연구계의 빈부격차’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아신다면 연구계 빈부격차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계획이십니까?


[과학기술소수자 정책] 누가 과학기술계의 소수자입니까? 그들이 왜 소수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은 있으십니까?

 

과학기술인 단체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 10가지를 선정해 16일 발표했다.


이 질문들은 지난달 25일 62명의 과학기술자들이 모인 ‘과학기술지원정책 타운미팅(이하 타운미팅)’에서 선정한 것이다. 타운 미팅은 이해당사자들이 수평적인 입장에서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다. 행사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주최하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동아사이언스, 한겨레 사이언스온이 후원했다. (※타운미팅 행사 소개기사)


타운미팅에선 △청년과학기술자 정책 △신진과학기술자 정책 △정부투자 연구소 정책 △과학기술소수자(여성/외국인/장애인) 정책 △과학기술 기업 정책 △과학기술 지원체계 △과학대중화 정책 등 총 7개 분과로 나뉘어 질문목록을 만들었는데, 이중 △청년 △신진 △소수자 분과에서 논의된 주요내용을 이번 기사에 담았다. 전문은 이곳(※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 


1. [청년과학기술자 정책]


“청년 과학기술인들은 소속된 연구실의 교수로부터 돈을 받으며 연구한다. 경제적 종속 관계 때문에 연구실에서 문제가 생겨도 청년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교수 개인의 선의에 기대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시적인 방안이다. 대학이나 국가가 청년 과학기술인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사회적 수요를 생각하지 않고 BK21 플러스 사업으로 배출한 박사 1만 명 이상이 취직할 곳이 없다. 대학에 남아 계속 연구를 진행하기도 어렵다. BK21 등 기존 장학정책은 대학원생을 지원하는 데만 집중하고 박사 이후 어떻게 될지에 너무 관심이 없다.”


타운미팅 청년과학기술자 정책분과에선 주로 ‘교수와 학생의 복합적 위계질서’와 ‘대학원 졸업 후 고용 불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토론자들은 청년과학기술인이 노동자, 연구원, 학생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경계인’이라는 데 공감했다. 대통령 후보에게 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물어 장기적으로 경계인이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하게 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타운미팅 주최측 제공
타운미팅 주최측 제공

2. [신진과학기술자 정책]


“외국에서는 포닥을 직업의 개념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포닥을 제대로 된 직업군으로 여기지 않는다.”


“신진 연구자가 연구실 세팅을 할 때 초기 연구비가 부족해 연구자가 자신의 사비를 이용하거나 빚을 지는 경우도 많다.”


“신진과학기술자에 대해 기존의 연구자와 같은 실적 위주의 평가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아직 성과가 없지만 새로운 연구를 기획하는 단계의 신진 연구자들을 평가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타운미팅 신진과학기술자 정책분과에선 ‘연구비 평가방식과 배분방식’에 대한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다. 정부가 과학기술예산을 분배할 때 스타과학자나 중견연구자에 주로 예산을 몰아준다는 지적이다. 연구분야도 유행을 타 특정 분야에 예산이 쏠리는 현상이 있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또 연구계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하고 있으며 신진과학기술자들의 초기 진입을 어렵게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신진과학자 관련 질문은 대선후보가 가지고 있는 국가의 연구지원 철학과 계획을 엿볼 수 있는 질문이다.


3. [과학기술소수자 정책]


“여성과학기술인으로서 엄청난 핍박을 받았다. 주변 여성은 비혼이거나 아이가 없다. 경력 단절을 막으려 열심히 했다. 너무 잘 버텨서 나쁜 사례로 남아 있다.”


“외국인 학생을 지원하는 행정적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장애인 쿼터제 같은 제도도 필요하다. 장애인 연구자를 만난 적이 없다.”


“기초과학자를 과학계의 소수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가 과정에서 기초과학자가 피해를 많이 본다. 생명과학 연구비는 대부분 의학 분야에 집중되며 평가 기준이 동일해 불합리하다. 식물과 동물 연구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평가의 기준을 분야별 특성에 맞게 하며 정량적 기준만을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타운미팅 과학기술소수자 정책분과에선 여성, 외국인,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연구를 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한국 상황에선 기초과학 연구자를 소수자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나왔다. 참가자들은 소수자가 일상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해법도 마련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대선주자들이 과학기술 공약을 만들 때 소수자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좀더 섬세하게 공약을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도록 질문이 포함됐다.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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