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3.3 지진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

2017년 03월 22일 19:00

[지진 알림 이대로 괜찮을까 ②]

 

몇 년 전, 지방에 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이었습니다. 시간은 오후 8시쯤으로 버스 안 승객 대부분 단잠에 빠져있었습니다. 창 밖에서는 마치 버스의 지붕을 뚫으려는 양 어마어마한 비가 내리고 있었지요. 그 때였습니다. 승객들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삐익-’거리는 어마어마한 소리에 잠에서 깬 승객들이 벌떡 일어나 웅성댔습니다. 소리의 주인공은 폭우 주의를 알리는 ‘긴급 재난 알림 문자’. 지금은 재난 문자가 3단계로 나눠져 위급이나 긴급 상황이 아닌 일반 안전 안내문자는 다른 메시지와 마찬가지 알림음을 냅니다. 하지만 저 당시만 해도 그런 구분이 없었죠. 혼비백산해 스마트폰을 살피는 승객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번갈아 재난 알림음이 사이렌처럼 울렸습니다.

 

이탈리아 지진 - Pixabay 제공
이탈리아 지진 - Pixabay 제공

 

가끔은 지나치게 자주 오는 듯한 재난 문자지만 사실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태풍이나 폭염, 미세먼지처럼 예상 가능한 재난을 몇 일 전부터 알리더라도 신문이나 방송, 인터넷 등 뉴스에 관심이 없다면 전달이 안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가진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확실하게 알릴 수 있습니다. 휴대폰을 들고다니는 이유가 바로 메시지를 받기 위해서니까요.

 

긴급한 상황에서는 재난 문자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사람들이 언제나 뉴스를 보고 있지는 않죠. 하지만 중요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면 긴급 상황이 즉각 전달됩니다. 지진처럼 예측이 불가능한 재난에서 이 기능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진원지(지진이 발생하 위치)에서 출발한 거대한 에너지는 불과 수초~수분 만에 땅을 타고 주변으로 전파됩니다. 지진 피해를 입기 전에 재난 문자를 받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면 피해가 적을 겁니다.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우리나라에서는 문자로 지진에 대한 안내를 하고 있습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공개하는 재난 문자 내역을 살펴보면 가장 최근 지진에 대한 안내 문자를 발송한 것은 1월 6일입니다. 1월 6일 오전 5시 34분 22초에 보낸 문자로, 경상남도, 경상북도, 대구광역시,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기상청] 01-06 05:31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역 규모 3.3 지진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라는 문자가 전해졌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뒤 약 2~3분 후 문자가 발송된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서는 저 문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으신가요?

 

지진의 크기를 이야기할 때는 흔히 ‘규모’를 씁니다. 1932년 찰스 리히터가 지진의 크기를 측정하기 위한 척도로 제안해 만들어졌습니다. 지진이 났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 량을 이야기하지요. 흔히 뉴스에서 ‘규모 얼마의 지진’ 이라고 말할 때의 규모가 리히터입니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지극히 쉬운 정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지진이 났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에너지 총량이 계산된 뒤라면 고정된 값을 언제나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주시 남남서쪽 11㎞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가 3.3이라면 이 지진이 부산으로 전달되더라도 여전히 규모는 3.3입니다.

 

가끔 규모와 헷갈리게 쓰는 지진 척도는 ‘진도’입니다. 진도는 지진으로 인해 받는 피해 정도를 대략적으로 구분해둔 척도입니다. 1902년 귀세피 메르칼리가 만든 뒤 1931년에 해리 우드와 프랭크 노이만이 보완한 척도로 ‘수정 메르칼리 진도’가 정확한 명칭입니다. 지진의 피해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규모와 진도는 서로 다른 상황을 나타내는 척도임에도 불구하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는 규모 1.0~2.9일 때 진도가 I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습니다. -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제공
규모와 진도는 서로 다른 상황을 나타내는 척도임에도 불구하고, 기상청 홈페이지에서는 제공하는 자료는 규모 1.0~2.9일 때 진도가 I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 자료는 미국 서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와 진도의 관계로, 해당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진앙지(진원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표)에서의 진도를 나타냅니다. - 기상청 홈페이지 캡처 제공

 

지난해 9월에 발생했던 경주 지진(규모 5.4)의 예를 보겠습니다. 이 지진으로 경주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지거나 벽에 금이 가는 등 여러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인근 포항에서는 건물에 금이 가지는 않았지만 아파트가 흔들려 주민들이 밤에 긴급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경주와 제법 떨어진 대전 쯤에서는 진동이 좀 느껴지기는 했지만 크게 위험을 느끼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기자가 있는 서울에서는 예민한 일부 사람이 진동을 느꼈습니다. 수정 메르칼리 진도에 따르면 경주는 Ⅵ~Ⅶ, 포항은 Ⅳ, 대전은 Ⅲ, 서울은 Ⅰ의 진도를 보입니다 (수정 메르칼리 진도는 로마자로 표기합니다).

 

지진을 깨닫고 불안한 상황에서 행동 요령을 알리는 긴급 재난 메시지가 아래와 같이 왔습니다.

 

[국민안전처]09.12 20:32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 규모5.8 지진발생/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

 

규모 5.8은 대체 얼마나 큰 지진인지 문자를 받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깨달을 수 있을까요? 그나마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011년에 원자력 발전소에 사고를 낸 동일본 대지진이 규모 9.0이었다’ 정도를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규모 5.8과 규모 9.0은 엄연히 다릅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혹시 모를 쓰나미를 경계할 뿐 큰 피해가 없었습니다. 학술적으로 규모는 중요하게 사용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지진의 에너지량 같은 이야기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긴급 재난 문자가 불안해 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긴급 행동 요령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과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단위(=규모)를 알리는 것보다 사람들이 직접 느끼고 있는 현상(=진도)를 알리는 것이 더 유용할 겁니다.

 

지진 대비에 대해서는 따라갈 나라가 없다는 일본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예상 진도를 표시해 알립니다. 어떤 지진으로 인해 어떤 현상이 날지를 알려줌으로써 피해를 대비하고 불안해하지 않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검색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진에 대한 정보. 왼쪽은 지역별 진도를 표시하는 야후 재팬, 오른쪽은 규모 정보만을 보여주는 네이버.
검색 포털에서 제공하는 지진에 대한 정보. 왼쪽은 지역별 진도를 표시하는 야후 재팬, 오른쪽은 규모 정보만을 보여주는 네이버.

 

위 이미지는 야후 재팬과 네이버에서 ‘지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정보 창을 캡쳐한 겁니다. 왼쪽 야후 재팬에서는 22일 오전 9시 21분에 발생한 규모 4.7 지진을, 오른쪽 네이버에서는 21일 오후 23시 19분에 발생한 규모 2.4 지진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진이 발생한 위치만 단순히 전달할 뿐이지만 일본에서는 사람이 거주하는 육지를 중심으로 진도를 표시해줍니다. 휴대폰으로 알림이 오면 지진과 피해 정도를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면 불안해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요.

 

일본만큼 전문적이진 않습니다만 미국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진도를 알리고 있습니다. 구글에서 ‘earthquake’를 검색하면 미국 지질조사국 홈페이지 세 곳이 우선적으로 뜹니다. 최근 지진이 일어나는 위치를 보여주는 페이지와 함께 지질조사국 페이지, 그리고 ‘Did You Feel it?(이하 DYFI)’이라는 참여형 지진 페이지입니다.

 

DYFI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느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자신이 느낀 정도를 공유합니다. 불안함에 지진에 대해 검색했을 누군가는 이 사이트의 정보를 보고 자신이 느낀 것이 정체 불명의 지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안심할 수 있을 겁니다.

 

자연 재해가 닥쳤을 때는 나,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의 지진 알림은 조금 변화가 필요해보입니다.

 

[지진 알림 이대로 괜찮을까 다른 편 보기]
☞[1편]SNS의 재난 전달 기능: 실시간 ‘경험 정보’가 대중에게 잘 먹힌다
☞[3편]손에 잡히는 지진 정보...더 빠르게 전파한다

☞[끝] 지진 대비하려면? 알림 체계 정립보다 중요한 건 이것!

 

※ 편집자주
재난은 항상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대비를 해도 막상 재난이 닥치면 당황해서 제대로 행동하기 어려운 것이 사람입니다. 하물며 재난을 알리는 정보가 어려운 용어로 돼 있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동아사이언스는 과학기술이슈정보센터와 함께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를 줘야 하고, 어떻게 행동하도록 평소에 연습해야 하는지에 대해 4부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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