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영화] 대한민국 부정부패 스캔들 ‘부당거래’

2017년 03월 25일 09:00

# 영화 ‘부당거래’


감독: 류승완
출연: 류승범, 황정민, 유해진
장르: 범죄, 드라마
상영시간: 1시간 59분
개봉: 2010년 10월 28일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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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라
(*아래에는 ‘부당거래’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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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초등생 연쇄 살인사건. 어린 여학생만을 타겟으로 삼은 데다 살해 방법도 끔찍해 온 국민이 불안에 떨자, 대통령까지 나서 범인 검거를 촉구한다. 대통령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공무원 조직. 경찰도 예외는 아니어서, 광역수사대의 에이스 최철기 반장(황정민 분)을 필두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린다.


하지만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지기 전,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에게 사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를 쉬쉬하는 경찰 윗선에서는 특수본에게 새로운 용의자를 만들어 검거할 것을 주문한다. 최 반장은 자신에게 비자금 명목의 경비를 지원해주던 장석구(유해진 분)를 은밀히 불러 범인 역할을 할 ‘배우’를 데려와 달라고 요청한다. 결국 최 반장은 상부의 지시처럼 일사천리로 가짜 범인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검사 주양(류승범 분)은 범인을 신문하던 도중 그의 행동을 보고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는데…

 


# 비리로 가득한 부정 사회의 축소판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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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대상 강력 범죄, 조폭 출신 건설회사 사장으로부터 용돈을 받는 형사, 대기업 회장으로부터 스폰서를 받는 검사, 그 검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는 기자. 전광판에 송출되는 뉴스, 가판대에서 파는 신문에는 매일 충격적인 뉴스로 가득하고, 범죄와 부정부패 수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경찰과 검찰 내부에는 학연, 지연, 혈연 등 온갖 인맥으로 형성된 각종 ‘라인’이 서로를 끌어주고 당겨주느라 내부 갈등이 심각하다.


현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2010년에 개봉한 영화 ‘부당거래’에 등장하는 이야기다. 사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현직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이제는 민간인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는 우리들에게 위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영화 ‘부당거래’는 실제 뉴스에서 보던 충격적인 사건과 문제의 인물들을 한 영화 안에 전부 집어넣어, 영화를 보면서도 마치 현실을 보는 듯 강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다.


이 영화를 연출한 이는 올 여름 최고 기대작 ‘군함도’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류승완 감독. ‘부당거래’(276만), ‘베를린’(716만), ‘베테랑’(1341만) 등 근래 연출한 세 작품으로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흥행 감독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이전까지 ‘아라한 장풍대작전’, ‘짝패’ 등 액션 장르의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채우던 감독에게 ‘부당거래’는 전환점이 되는 영화로, “류승완이 달라졌다”는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이다.

 


# ‘눈을 감아라, 그럼 너는 너 자신을 볼 수 있으리라’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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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별다른 액션 장면 없이도, 돈과 권력으로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긴장감을 자아낸다. 위기의 순간을 무마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그들의 행동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그러면서도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권력자들의 속물적인 행태를 파헤쳐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기도 한다.


현실적이면서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해 완성도를 높인 이야기는 시나리오를 쓴 박훈정 감독(‘신세계’, ‘대호’)의 공이다. 박훈정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경찰서에 방문한 대통령이 미궁에 빠진 사건 수사를 독촉해 며칠 만에 범인을 발견하게 된 뉴스를 보고 ‘부당거래’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도 뉴스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외형상 범죄수사극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각종 뉴스들은 관객에게 우리의 현실을 상기시킨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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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극중 ‘운짱’의 집 현관문에 붙여놓은 ‘눈을 감아라, 그럼 너는 너 자신을 볼 수 있으리라’는 버틀러의 명언을 발견할 때, 영화가 연예게 마약 스캔들로 검찰 비리 사건을 덮어보려는 검찰청 사람들 너머로 서울의 도심을 조망하며 끝맺을 때, 우리는 ‘영화가 끝나면 현실을 돌아보라’는 감독의 메시지에 귀 기울일 수 밖에 없다. 개봉 당시 ‘사회지도층이 국민을 상대로 조작을 한다’는 설정 때문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는 이 영화의 유명한 일화는, 7년이 지난 오늘날 웃지 못할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나.

 


# 끊임없이 회자되는 명대사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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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를 안 본 사람도 검사로 등장한 류승범의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명대사는 익히 들어봤을 만큼, 영화 속에는 의외의 상황에서 되바라진 대사들이 터져 나온다. 그것도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마동석, 정만식, 이성민, 이희준, 오정세, 송새벽까지 그야말로 화려한 출연진들이 쏟아내는 대사들이라 그런지 더욱 맛깔스럽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최 반장을 연기한 황정민이 "너네 같이 법 안 지키는 놈들이 더 잘 먹고 잘 살아"라고 외치면, 건설회사 사장 역의 유해진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우린 목숨 걸고 하잖아"라고 맞받아친다. 혹은 2005년 청룡영화상에서 밥상 수상소감으로 화제를 모았던 황정민 앞에서 류승범이 “나야 다 된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되지, 뭐”라는 대사를 웃음기 없이 던진다. 그 덕분인가. ‘부당거래’는 제32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관왕에 올랐다.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3분 안에 볼 수 있는 영화 소개 코너를 준비했다.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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