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대선-총선의 과학기술 공약은 ‘산업 발전’을 위한 것?

2017년 03월 29일 17:00

[동아사이언스-KISTI 공동기획 ‘과학기술 공약 키워드맵’①]

 

※편집자 주 : 한국에서 과학기술 분야 선거공약으로는 주로 어떤 내용이 나올까. 각 정당별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게 다를까. 한국 과학기술의 현 주소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기 위해 역대 선거공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키워드맵을 준비했다.

 

2002년 이후 최근까지 대선과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이 제시한 과기공약과 과기단체의 정책제안을 토대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2002년 이후 최근까지 대선과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이 제시한 과기공약과 과기단체의 정책제안을 토대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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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선거를 앞두고 나온 과학기술 관련 공약과 정책제안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과학기술’이 ‘산업 발전’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과학기술을 경제 발전의 도구로 삼아왔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결과다. 

 

동아사이언스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는 2002년 이후 최근까지 대선과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이 제시한 과학기술 공약과 과기단체들의 정책제안을 분석해 ‘핵심단어 지도(키워드맵)’를 작성했다.


분석 결과, 전체 4537개 문장 중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산업’으로 모두 255번 등장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과학기술 공약은 ‘창의산업’이라는 주제 아래 있었다. 같은 시기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의 과학기술 공약은 ‘혁신경제로 신성장동력 확충 과학기술·문화강국 실현’이라는 주제 아래 있었다.

 

‘중소기업’이라는 단어도 키워드맵의 중심에 등장했다. 경제의 하위범주라는 점에선 ‘산업’과 비슷하지만, 다소 다른 맥락으로 쓰였다.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공약이다. 한편 ‘지역/지방’이라는 단어는 ‘수도권 중심의 R&D를 분산시켜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맥락으로 자주 등장했다. 이밖에 에너지, 기업, 미래, 교육 등도 키워드맵에서 자주 등장했다.


키워드맵에서 크기가 큰 단어는 공약 및 정책제안에 자주 등장한 단어이고, 서로 가까이 있는 단어는 연관성이 높은 것들이다. 빨간색은 단어들이 밀집해있는 지역을 나타내는데 노란색, 녹색, 파란색으로 갈수록 밀집도는 떨어진다. 연구를 주도한 박진서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키워드맵은 우리의 상식을 통계적으로 계산해 한눈에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번 키워드맵에 들어간 자료와 분석방법, 한계를 소개한 상세기사

‘키워드맵을 크게 둘로 구분했을 때 좌측이 주류라면 우측은 비주류다. 우측에는 제도, 평가, 공개, 참여, 대학, 연구자, 과학기술인, 인력, 출연연, 연구현장 등의 단어들이 듬성듬성 등장했다. 단어가 쓰인 빈도와 밀집도가 낮아 빨간색이 ‘섬’처럼 보인다. ‘산업-중소기업-지역/지방’으로 이뤄진 ‘대륙’과 비교된다.


박진서 연구원은 “키워드맵의 좌측에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과학기술을 바라보는 ‘도구적’ 인식이 주로 등장한 반면 우측에는 과학기술계 사회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장의 문제점’과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거버넌스’ 이슈가 주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박기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연구원은 이번 키워드맵의 결과에 대해 “과학기술이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헌법조항이 있는데, 정치권도 그 사고체계를 못 벗어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인간존중, 과학문화, 소통, 사회적 합의, 참여, 지속가능성, 다양성 같은 단어들이 중심에 오도록 헌법에서 과학기술 관련 조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키워드맵 분석 상세내용]

 

(1) 산업  ★키워드맵 크게 보기★

 

키워드맵에서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키워드맵에서 1순위로 많이 등장한 단어는 ‘산업’이다.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단어를 추려보면 어떤 맥락에서 이 단어가 쓰였는지 좀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주로 ‘IT, 융합, 성장동력, 서비스, 고부가가치, 신산업, 경제, 경쟁력’ 등과 함께 쓰였다. 주요 정당 및 대선 후보들이 과학기술 공약을 만들 때 ‘관련 산업 부흥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를 가장 중시했다는 의미다.


☞‘산업’이 쓰인 사례
△2007년 대선 새누리당, “기존의 국제 경쟁력이 있는 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자동차 등)의 경우 기술 우위가 계속되도록 지속적 연구 개발 유지”
△2016년 총선 더불어민주당, “고부가가치 창출 7대 미래형 신산업을 발굴 육성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2012년 대선 공학한림원, “IT 등 신생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주력산업의 진화를 실현”

 

(2)중소기업 ★키워드맵 크게 보기★

‘중소기업’과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중소기업’과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중소기업’은 ‘성장, 글로벌, 역량, 창업, 기술창업, 기술혁신’ 등의 단어들과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R&D 기술혁신을 통해 중소기업을 세계시장에 진출시키고 창업을 촉진하겠다는 맥락이다. 이 역시 연구개발 관련된 공약이 연구 자체 보다는 제품 개발과 기업 지원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음을 말한다.

 

(‘중소기업’이 쓰인 사례)
△2012년 대선 민주통합당,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여 성장의 엔진으로 삼고, 수출과 내수시장을 균형 있게 키우겠습니다.”
△2016년 총선 국민의당, “중소기업 기술개발 및 강소기업 성장기반에 활용 가능한 사업 추진”
△2016년 총선 정의당 “연구개발 세액공제 대기업은 절반, 중소기업은 두배로”

 

(3)지역/지방 ★키워드맵 크게 보기★

‘지역/지방’과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지역/지방’과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지역/지방’은 ‘지역혁신, 균형, 균형발전, 분산, 조정, 과학기술정책’ 등의 단어들과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에 쏠린 연구소와 연구비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내용이다.

 

(‘지역/지방’이 쓰인 사례)
△2012년 총선 민주통합당, “지방 R&D 투자 비중 확대로 지방과학기술 진흥”
△2016년 총선 새누리당, “SW수요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 협력 협업 활동이 활발한 지역 선정”
△2016년 총선 정의당, “과학기술 지역 균형발전과 지역 역량 강화”

 

(4)대학, 출연연, 이공계 ★키워드맵 크게 보기★

‘대학, 출연연, 이공계’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대학, 출연연, 이공계’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키워드맵 오른편에는 작은 섬들이 있는데, 이중 ‘대학’과 ‘출연연’, ‘이공계’를 하나의 축으로 엮을 수 있다. 이 단어들은 ‘비정규직, 대학원생, 참여, 연구자, 연구비, 인력, 처우개선’ 등의 단어들과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 출연연의 인력문제 등 과학기술 종사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산업 발전과 관련된 이슈 다음으로 과학기술계 내부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 출연연, 이공계’가 쓰인 사례)
△2002년 대선 새천년민주당, “이공계 대학생 3명 중 1명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이공계 인력 우대 정책으로 고급 기술인력을 집중 양성하겠습니다.”
△2007년 대선 민주노동당, “비정규직·청년 과학기술자, 이공계 대학원의 처우 개선”
△2012년 대선 과실연, “기술의 경제사회 영향력 확대로 이공계 진로가 다양, 다양한 인재상 대두”

 

(5)평가, 제도 ★키워드맵 크게 보기★

‘대학, 출연연, 이공계’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대학, 출연연, 이공계’와 연관성이 높은 단어만 추려 새로 만든 키워드맵. - KISTI 미래정보연구센터 제공

키워드맵 오른편의 다른 한 축은 ‘평가’와 ‘제도’였다. 이 단어들은 ‘전문성, 연구기관, 기획, 권한, 연구회, 자율성, 독립성, 민주적, 객관성, 투명성’ 등과 함께 쓰였다.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연구과제를 기획하고 평가할 수 있게 하자는 공약 및 정책제안이다.

 

(‘평가, 제도’가 쓰인 사례)
△2007년 대선 한나라당, “연구개발의 도전적 실패를 인정하는 평가·성과관리 제도 구축”
△2016년 총선 더불어민주당, “연구개발비 관리제도에 네거티브시스템 도입하고 인건비, 직접비, 간접비 비목간의 전용만 관리토록 하여 연구행정 부담완화”
△2012년 대선 타운미팅, “연구 과제의 기획/선정/평가의 전 과정을 최대한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상호 공정한 평가가 기반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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