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영화] 봄날, 벚꽃, 그리고 ‘4월 이야기’

2017년 04월 01일 12:00

# 영화 ‘4월 이야기’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마츠 다카코, 다나베 세이치
장르: 멜로/로맨스
상영시간: 1시간 7분
개봉: 2000년 4월 8일 / 재개봉: 2013년 4월 25일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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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계절이 바뀌고 올해도 4월이 왔다. 아직 날씨엔 한기가 서려있지만, 여느 때처럼 꽃은 피고 봄 노래는 다시금 흘러 나온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부터 10cm의 ‘봄이 좋냐’까지. 그리고 4월에는, 4월이니까, 영화 ‘4월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아래에는 ‘4월 이야기’의 결말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 벚꽃 흩날리는 봄,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주)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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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긴 홋카이도에서 대학 진학을 위해 도쿄행 열차에 몸을 실은 스무살 니레노 우즈키(마츠 다카코 분). 처음으로 혼자 살게 된 집. 처음으로 혼자 먹는 밥. 어리숙한 우즈키에겐 이웃을 만나고 친구를 사귀는 일조차 어색하고 서툴기만 하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 캠퍼스엔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신입생들로 가득하고, 마찬가지로 가슴 한가득 설렘을 안고 등교한 우즈키는 “뭔가 처음 하는 걸 하고 싶어서” 팔자에 없는 낚시 동아리에도 가입한다. 공원에 앉아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고, 혼자 영화관도 찾아간다. 그리고 도쿄에 오자마자 매일같이 찾아가던 ‘무사시노도’라는 서점에서, 우즈키가 비밀스레 품어두었던 첫사랑 이야기가 시작된다.

 


# 봄이 오면 떠오르는 바로 이 영화!
 

(주)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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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건 흩날리는 벚꽃, 한껏 꽃단장한 신부, 생기 넘치는 신입생들, 거리를 달리는 자전거, 그리고 사랑에 빠진 스무살 대학생이다. 봄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가 이 영화 속에 있다. (심지어 주인공 우즈키의 집주소마저도 ‘사쿠라’가오카 235번지다) 실제로 4월, 도쿄에서 촬영된 덕분에 영화 곳곳에 봄의 정취가 그대로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겨울을 생각하면 설원의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 ‘러브레터’를 떠올리듯, 봄이 오면 많은 이들이 다시 찾는 영화가 바로 ‘4월 이야기’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를 한 명의 감독이 연출했다. 일본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다. (a.k.a. 이와이 순지, 이와이 슈운지) 두 영화를 비롯해 ‘하나와 앨리스’, 최근작 ‘립반윙클의 신부’까지 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감성적인 영화를 연출해왔던 감독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어 기획전까지 열린 바 있다.

 


# 짧은 러닝타임이 무색할 만큼 긴 여운을 남기다
 

(주)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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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이 자랑하는 감각적인 영상미가 잘 드러나는 이 영화는, 사실 극적인 에피소드를 많이 담고 있진 않다. 주인공 우즈키가 오가는 곳은 고작 집, 학교, 서점, 영화관 정도. 갓 대학에 입학한 흔한 신입생의 일상이 펼쳐진다. 하지만 우즈키의 일상을 중심으로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올리는 ‘4월 이야기’는, ‘무사시노’(武蔵野, 도쿄에 있는 지역.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어떤 그리움의 대상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를 매개로 한 그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드러나는 후반부에 들어 진면목을 보여준다.


학창 시절 좋아하던 선배 야마자키가 ‘무사시노’ 대학을 다니며 ‘무사시노도’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작가 쿠니키다 돗포의 ‘무사시노’까지 섭렵할 정도로 무사시노를 간절히 염원하게 된 우즈키.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녀 담임 선생님의 말처럼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 우즈키는 야마자키와 같은 대학에 입학하고 마침내 그가 일하는 서점에서 그를 만난다. 비 내리는 날, 빨간 우산을 펼쳐 든 우즈키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다.

 

(주)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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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개했던 ‘고백’의 주인공 마츠 다카코가 사랑을 찾아 멀리 도쿄까지 달려온 우즈키 역할로 등장한다. 1977년생인 마츠 다카코가 1997년 즈음에 찍은 영화이니 실제로 스무살 무렵에 촬영한 셈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표현하고 있는 풋풋함과 설렘, 순진무구함의 8할은 그녀의 모습에서 나온다. 가끔씩은 ‘포X리스웨트’ 광고를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그 이유는 광고, 뮤직비디오 등 매체를 넘나들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온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상미 덕분일 테다.


또한 개봉 영화들의 러닝타임이 일반적으로 90분 이상임을 생각한다면, 특히 최근 개봉작들의 러닝타임은 180분도 쉽게 넘어간다는 걸 감안한다면, 67분이라는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너무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관객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고 가장 아름다울 때 끝을 맺는다. 마치 순간의 ‘기적’처럼.

 


# ‘아름다운 벚꽃보다 당신이 더 빛난다’
 

(주)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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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벚꽃보다 당신이 더 빛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문구다(법륜 스님의 책 이름이 아니다). 1997년에서 1998년까지, 세기말에 제작된 영화의 곳곳에는 21세기를 앞둔 불안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입학식에서 연설하는 대학교 학장은 앞으로 도래할 21세기가 많은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 예측하고, 우즈키가 극장에서 보는 고전 영화에서는 전국 시대의 종결과 함께 새 군주가 지배하는 새 시대를 꿈꾸는 ‘아케치 미츠히데’와 그가 죽인 ‘오다 노부나가’의 망령이 싸우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4월 이야기’를 위해 이 고전 영화도 직접 찍었다)


급변하는 시대.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영화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와도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자연히 꽃이 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때도 스무살의 청춘들은 여느 세대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될 것이고, 여전히 희망은 있을 것이라고 응원한다.


바야흐로 생명의 계절, 봄이다. 업무로 바쁜 일상도, 시험 공부와 취업 준비도, 무엇보다 장미 대선도 중요하지만, 올해는 꼭 꽃놀이 놓치지 마시길.

 


※ 필자 소개
이상헌. 영화를 혼자 보는 게 전혀 부끄럽지 않은 사람.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3분 안에 볼 수 있는 영화 소개 코너를 준비했다. 시간은 한정적이지만 좋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생은 짧고 볼 만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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