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왜 이럴까?] ③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가?

2017년 04월 08일 12:00

네 줄 요약

1. 인간은 추악하고 잔인한 이기적 존재이다.
2. 그러나 또한 선량하고 협력적인 이타적 존재이기도 하다.
3. 이기성과 이타성의 우위는 진화적 환경, 혹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
4. 이기적인 전략이 일시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지만, 결코 지배적인 성공적 전략이 되기는 어렵다.


승진 시즌을 앞둔 A씨는 요즘 마음이 복잡합니다. 경쟁이 미덕인 샐러리맨의 세계라고 하지만, 몇 안되는 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분투하는 분위기가 영 마뜩지 않습니다. 정치판이 따로 없다는 생각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손해보는 것 같고, 자신도 뭔가 해볼까 하니 뒷말이나 하는 비열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인간의 야만적 이기성


‘왕은 신에게만 책임이 있고, 신하에게는 책임이 없다. 국왕은 법의 지배를 받지 않으며, 국왕이 곧 법이다.’ 전제 왕권을 강화하던 찰스 1세는 결국 의회파와 전쟁을 일으킵니다. 바로 잉글랜드 내전이죠. 왕당파와 의회파는 치열하게 전투를 벌였지만, 결국 의회파가 승리하고 찰스 1세는 처형됩니다. 그러나 치열한 내전동안 잉글랜드는 아주 피폐해졌습니다. 상당기간 영국은 무정부 상태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국토는 황폐해졌고, 사회 질서는 무너졌습니다. 이러한 내전의 혼란을 목격한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죠.


‘인간의 삶은 고독하고, 가난하고, 추악하며, 야만스럽고, 짧다’
- 토마스 홉스, ‘리바이어던’


홉스는 스스로에게 내맡겨진 인간은 끊임없는 투쟁과 갈등에 허우적거리며 살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으면, 인간은 이기적 본성으로 인해서 서로 싸우고 빼앗고 죽이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 뿐이라고 생각했죠. 
 

토마스 홉스(1651), ‘리바이어던’ 표지. 리바이어던은 바다 괴물인데, 홉스는 이기적인 인간의 끝없는 갈등을 통제하는 선량한 정부 혹은 국가의 상징으로 리바이어던을 이용했다. - wikimedia 제공
토마스 홉스(1651), ‘리바이어던’ 표지. 리바이어던은 바다 괴물인데, 홉스는 이기적인 인간의 끝없는 갈등을 통제하는 선량한 정부 혹은 국가의 상징으로 리바이어던을 이용했다. - wikimedia 제공

야만성의 고귀함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로 원래 인간의 본성은 착하고 고결한데, 문명과 사회 제도가 인간을 불필요한 경쟁과 타락으로 이끈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로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입니다. 그는 1755년 이른바 인간 불평등 기원론(Discourse on Inequality)이라는 책에서, ‘문명 이전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고귀한 야만인’의 삶을 보여주었습니다. 고귀한 야만인(noble savage), 즉 인간의 본성은 원래 자유롭고 이타적이며 지복하다는 믿음은, 현재까지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1925년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Magaret Mead)는 폴리네시아의 사모아 섬에서 5개월간 지내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기록하여 책을 펴냈습니다. ‘사모아의 사춘기(Coming of Age in Samoa)’라는 그녀의 책은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죠. 사모아 인들은 성적인 시기심이 없으며, 폭력도 경쟁도 없이 우아한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은, 마치 루소의 주장을 실증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인간의 본성과 전쟁 간에는 어떤 관련성도 없다. 물론 인간에게 공격적이며 파괴적인 본성도 있을 수 있지만, 잠재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질서정연하고 건설적이다.
마가렛 미드, ‘인류학자가 바라본 미국’
 

Charles S. Greene(1896). 사모아 섬의 소녀. 마가렛 미드는 사모아 섬의 소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들이 시기심이나 욕심, 질투, 폭력성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 wikimedia 제공
Charles S. Greene(1896). 사모아 섬의 소녀. 마가렛 미드는 사모아 섬의 소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이들이 시기심이나 욕심, 질투, 폭력성이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 wikimedia 제공

인간은 이기적인가? 이타적인가?


이기적인 사람의 대표 주자는 바로 사이코패스(Psychopath)입니다. 정확한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입니다(정확히 말하면 약간 개념이 다른데, 흔히 혼용해서 사용합니다).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 공감이나 반성을 하지 않는다.
- 차가운 마음을 가지고, 이기적이며, 무감각하다.
- 자기중심적이고 냉담하며 공격적이다.
- 타인의 협력과 신뢰를 이용한 범죄, 예를 들면 사기나 중혼 등을 저지른다.


이러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약 1~3%에 달합니다. 죄를 짓고 처벌을 받은 사람들도 사정을 들어보면 다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만, 정말 동정하기 어려운 ‘이기적인 나쁜 사람들’, 즉 사이코패스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Heinrich Hoffmann(1926). 1972년 정신분석가 월터 랑거(Walter Langer)는 자신의 책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사이코패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wikipedia 제공
Heinrich Hoffmann(1926). 1972년 정신분석가 월터 랑거(Walter Langer)는 자신의 책에서 아돌프 히틀러가 사이코패스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wikipedia 제공

왜 이런 사이코패스가 인간 세상에 존재할까요? 린다 밀리(Linda Mealey) 등의 학자는 이른 혼성 진화적 안정 전략(mixed evolutionary stable strategies)이라는 가설을 제시했는데, 인구 집단 안에서 여러 개의 진화적 전략이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어떤 경우에는 사이코패스 개체가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인간의 악덕, 사이코패스는 타고난다는 것이죠. 홉스의 주장과 일견 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반대로 환경에 의해 사이코패스가 나타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척박하고 열악한 양육 환경, 즉 전쟁이나 기아 등이 만연한 환경에서 성장하면 사이코패스가 되기 쉽다는 ‘조건화된 기만 전략으로서의 사이코패스’ 가설이죠. 인간은 원래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으나, 나쁜 환경의 영향을 받아 악해진다는 루소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내 마음 속의 선한 천사, 내 마음 속의 악한 악마


인간의 마음은 명령을 일사불란하게 수행하는 정예 특공대가 아닙니다. 마음 속에는 여러 충동과 감정, 기억과 판단이 어지럽게 뒤섞여서 서로 갈등합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를 모듈성(modularity)이라고 하고, 정신의학에서는 구획정신화(compartmentalization)라고 하죠. 이기심과 이타심, 욕심과 염치, 배신과 의리 등 다양한 생각들이 서로 갈등하고 경쟁합니다.


인간은 원래 이렇게 복잡한 존재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이기심 그리고 어느 정도의 이타심이 적당히 섞여 있습니다(예외는 있겠습니다만). 그리고 홉스가 목격한 것처럼, 궁핍하고 열악한 상황에서는 이기심과 폭력성이 보다 큰 발언권을 가지게 되죠.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양심이고 체면이고 차릴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슬며시 마음 속에 드는 이기적이고 타산적인 마음은, 당신이 ‘원래’ 나쁜 사람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러면 어차피 세상은 정글이니, 이제 거추장스러운 양심은 놔 버리고 살아가는 것이 정답일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사이코패스의 비율은 전체 인구의 3%를 넘지 않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이기적인 배신과 모략, 협잡과 사기의 전략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타적인 협력과 배려의 전략이 훨씬 성공적입니다. 살아가면서 한두 번은 동료를 배신하거나 혹은 이기적으로 잇속만 차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지속가능한 전략이 될 수 없습니다.


두 개의 ‘악’을 구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일시적으로는 보다 덜 나쁜 악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덜 나쁜 필요악에 절대 ‘선’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서는 안된다.
마가렛 미드, ‘몇 가지 개인적 견해들(1979)’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여성의 진화’(2017)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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