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산소발생 광합성 역사 불과 25억 년?

2017년 04월 04일 14:00

물은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나타내지만, 산소는 그 가능성이 실현되었음을 뜻한다. 오직 생물만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산소를 많든 적든 공기 중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닉 레인, ‘산소’에서

 


게놈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해묵은 논쟁을 끝내기도 하고 이전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사실을 드러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혼혈 여부는 수십 년 동안 피가 섞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영이 우세한 채 논란이 됐지만 2010년 네안데르탈인의 핵 게놈이 해독되면서 단번에 해결됐다. 즉 아프리카를 제외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섞인 것으로 나오면서 현생인류의 이동 시나리오와도 맞아떨어지자 반대 진영에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새끼손가락 뼈 한 마디에서 추출한 DNA에서 고품질의 게놈이 해독돼 수만 년 전 아시아에 데니소바인이라는 미지의 인류가 살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미생물 분야는 게놈 데이터로 연구 패러다임이 바뀐 지 꽤 됐다. 예전에는 일단 배양이 돼야 미생물을 연구할 수 있었지만 세포 하나만 있어도 게놈을 분석할 수 있는 지금은 메타게놈, 즉 시료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게놈을 통째로 분석하는 게 일상이다. 그 결과 장내미생물 연구를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밝혀졌다.

 

산소발생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 오실라토리아 애니말리스(Oscillatoria animalis)의 현미경 사진. - 사이언스 제공
산소발생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 오실라토리아 애니말리스(Oscillatoria animalis)의 현미경 사진. - 사이언스 제공

23억 년 전 산소 존재감 드러내


학술지 ‘사이언스’ 3월 31일자에는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에서 산소발생 광합성과 산소호흡의 기원에 대하여’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배양이 안 되는 시아노박테리아 41종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광합성과 호흡의 기원까지 추측할 수 있게 됐다는 내용이다. 특히 산소발생 광합성은 시아노박테리아가 가장 먼저 시작했으므로 ‘지구에서 산소발생 광합성의 기원에 대하여’인 셈이다.


이 시점에서 몇몇 독자들은 광합성 앞에 굳이 ‘산소발생’이란 수식어를 쓸 필요가 있는지 의아할 것이다. 광합성의 정의를 ‘빛에너지로 물분자에서 전자를 뽑아 이산화탄소를 당(유기물)으로 환원시키고 노폐물로 산소를 내보내는 과정’으로 알고 있는 경우인데 사실 이게 산소발생 광합성(oxygenic photosynthesis)의 정의다. 그러나 광합성에 필요한 전자를 꼭 물분자에서 얻을 필요는 없고 실제 제1철이온(Fe2+)이나 황화수소(H2S) 같은 다른 물질에서 얻는 광합성 과정이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경우 물론 폐기물로 산소가 나오지 않는다. 이를 산소비발생 광합성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생화학자이자 저술가인 닉 레인은 2002년 ‘산소’라는 대단한 책을 펴냈는데 2004년 번역서가 나왔지만 출판사가 문을 닫으며 절판됐다가 얼마 전 재출간됐다. 이 책을 보면 오늘날 지구가 이처럼 아름다운 행성이 된 건 시아노박테리아 덕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아노박테리아 등장 전까지 지구에 바다는 있었지만 육지는 황무지였고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미생물들만이 번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러 지질학 증거에 따르면 23억 년 전을 전후해 대기 중 산소의 농도가 눈에 띠게 늘어나 현재의 5~18% 수준이 됐고 이렇게 10억 년 이상을 보내다가 약 8억 년 전부터 산소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대략 6억 년 전 현재 수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아노박테리아는 늦어도 23억 년 전에는 지구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말이다.


2014년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한 리뷰논문을 보면 산소발생 광합성이 시작된 시점이 여전히 불확실해 학자에 따라 멀게는 38억 년 전에서 가깝게는 23억5000만 년 전까지로 무려 15억 년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구절이 나온다. 지구의 나이가 45억 년이므로 거의 3분의 1만큼이 오차인 셈이다. 닉 레인의 책도 그렇고 필자도 38억 년 쪽(또는 37억 년, 35억 년)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느새 훨씬 짧게 추정하는 가설이 꽤 입지를 다졌나보다.


산소발생 광합성이 35억~38억 년 전 시작됐다고 주장하는 입장은 지질 데이터나 화석을 근거로 든다. 즉 동위원소비나 특정 화합물의 존재, 스트로마톨라이트 같은 화석이 증거다. 예를 들어 호주 서부의 35억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시아노박테리아의 화석으로 보고 이때 이미 산소발생 광합성이 일어났다는 설명은 오늘날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산소발생 광합성 시작과 대기 중 산소 농도 증가 시작 시점이 10억 년 이상 차이가 나는 건 그사이 발생한 산소가 호흡으로 재순환되거나 바닷물에 녹고 암석을 산화시키는데 소모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이런 해석에 회의적인 입장이 늘고 있다. 지질학적 증거도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시료가 오염된 것으로 보이며(후대 지층과 섞임) 그 옛날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오늘날 스트로마톨라이트와 동일시해 시아노박테리아 덩어리라고 보는 것도 무리다. 즉 시아노박테리아는 고사하고 미생물인지 아닌지도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시아노박테리아가 분명한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건 ‘불과’ 19억 년 됐다.
 

이런 와중에 시아노박테리아에 대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게놈 데이터가 나오면서 회의적인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이 결정판으로 이에 따르면 빨라야 25년 전이나 26억 년 전 산소발생 광합성이 시작한 것으로 나온다.

 

최근 시아노박테리아 41종의 게놈을 해독해 분석한 결과 세 그룹으로 나뉘고 그 중 하나에서 유전자수평이동으로 광합성 관련 유전자가 들어와(녹색 화살표)만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됐고 나중에 산소발생 광합성을 진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산소호흡은 세 그룹에서 독립적으로 유전자수평이동(빨간 화살표)을 통해 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 사이언스 제공
최근 시아노박테리아 41종의 게놈을 해독해 분석한 결과 세 그룹으로 나뉘고 그 중 하나에서 유전자수평이동으로 광합성 관련 유전자가 들어와(녹색 화살표)만 광합성을 할 수 있게 됐고 나중에 산소발생 광합성을 진화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산소호흡은 세 그룹에서 독립적으로 유전자수평이동(빨간 화살표)을 통해 진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 사이언스 제공

깜깜한 장 속에 시아노박테리아 산다고?
 

일은 엉뚱한 데서 시작됐다. 2005년 동물의 장내미생물에 대한 메타게놈 연구에서 시아노박테리아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의 데이터가 좀 나왔다. 빛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장 속에 광합성을 하는 박테리아의 유전자가 있다는 뜻밖의 결과였지만 박테리아 사이에는 유전자수평이동도 있으므로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2013년 사람의 장과 지하수 같은 깜깜한 곳에서 얻은 시료에서 시아노박테리아의 게놈이 해독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시아노박테리아는 실제 그 일부였던 셈이다. 게놈분석 결과 깜깜한 곳에서 살고 있는 시아노박테리아에는 예상대로 광합성을 하는 유전자 자체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이 그룹을 멜라이나박테리아(Melainabacteria)라고 부르며 기존 산소발생 광합성을 하는 시아노박테리아에도 옥시포토박테리아(Oxyphotobacteria)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멜라이나박테리아가 원래는 광합성을 할 수 있었지만 어쩌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 놓여 필요 없어진 유전자들을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41종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시아노박테리아 진화의 진면목이 밝혀진 것이다. 먼저 앞의 두 그룹에 속하지 않는 종들이 여럿 확인되면서 세리사이토크로마티아(sericytochromatia)라는 새로운 그룹이 더해졌다. 한편 세리사이토크로마티아에도 광합성관련 유전자가 없다. 그리고 세 그룹의 계통을 비교한 결과 공통조상에서 세리사이토크로마티아가 먼저 떨어져 나가고 그 뒤 옥시포토박테리아와 멜라이나박테리아가 갈라졌다. 연구자들은 분자시계, 즉 DNA 염기의 변이 정도를 비교한 결과 이들이 갈라진 시점이 대략 25년 전이나 26억 년 전으로 추정했다.


즉 오늘날 시아노박테리아의 공통조상은 광합성을 하지 않았고 세 그룹이 갈라진 뒤 옥시포토박테리아의 조상이 어느 시점에서 광합성 능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박테리아 사이의 유전자수평이동을 통해 옥시포토박테리아가 산소비발생 광합성 유전자를 얻었고 그 뒤 물을 분해하는 산소발생복합체를 진화시키면서 산소발생 광합성을 하는 유일한 박테리아가 됐다고 추정했다. 그 뒤 이 박테리아의 한 종이 진핵생물에 잡아먹혀 소화되는 대신 세포 내에 자리를 잡으며 엽록체가 됐고 그 결과 조류(algae)와 식물이 나왔다.


한편 이들 세 그룹의 산소호흡, 즉 당을 산소로 산화해 에너지를 얻는 세포호흡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분석하자 각자 계열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즉 산소호흡은 세 그룹이 나뉜 뒤 독자적으로 진화했다는 말이다(역시 유전자수평이동을 통해 관련 유전자를 획득했을 것이다). 산소호흡은 외부의 산소농도가 어느 정도 높는 환경에서 쓸모가 있으므로 시기적으로도 말이 된다.


이번 연구결과가 산소발생 광합성 시기 논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기존 주류 입장(38억~35억 년 전)에는 꽤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35억 년 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설사 시아노박테리아로 입증된다고 할지라도 그게 산소발생 광합성의 증거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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