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왜 이럴까?] ⑤ 나는 왜 합리적이지 못할까?

2017년 04월 23일 09:00

네 줄 요약
1. 인간의 판단은 제한된 조건과 정보, 시간의 한계로 인해 부정확할 수 밖에 없다.
2. 특히 인간은 비일상적인 상황에서 큰 판단 오류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3. 인간의 뇌는 수학적 논리성이 아니라, 흔한 상황에 잘 적용되는 경험적 추단칙에 더 적합하다.
4. 인간의 비합리성은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터득한 ‘의도된 비합리성’이다. 

 


모니터를 보며 한숨을 내쉬는 직장인 A씨. 투자한 주식이 연일 폭락합니다. 몇 년이나 경제학과 주식을 열심히 공부했건만, 돈을 버는 날보다 잃는 날이 많습니다. 자신은 합리적 인간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제는 영 자신이 없습니다. 

 


합리적 사고는 정말 최적의 전략인가?


자신의 기억력을 탓하는 사람은 있어도, 자신의 판단력을 탓하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합리적 사고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오류를 보입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학문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죠. 경제학, 심리학, 행동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는 인간이 최적화된 합리성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전제에서 연구를 해왔습니다. 이를 어려운 말로 ‘무제한 합리성(unbounded rationality)’ 전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물론 인간의 인지 능력이 무한하고, 필요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고민할 무한한 시간이 있다면 소위 ‘합리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죠. 인간은 부족한 인지능력을 가지고, 제한된 정보를 이용하여,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만 합니다. 이를 ‘제한 조건 최적화(optimisation under constraint)’ 모델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뇌는 범용 컴퓨터이기보다는, 여러 가지 전용 앱이 깔린 스마트폰에 가깝다. 그림은 두개골의 각 부분에, 각각 해당하는 기능이 다르다고 생각한 골상학의 개념도. - wikimedia 제공
인간의 뇌는 범용 컴퓨터이기보다는, 여러 가지 전용 앱이 깔린 스마트폰에 가깝다. 그림은 두개골의 각 부분에, 각각 해당하는 기능이 다르다고 생각한 골상학의 개념도. - wikimedia 제공

너무나도 인간적인, 인지적 오류


다음 문제를 잘 읽고 답을 생각해보십시오.


전구 두 개가 무작위로 점멸한다.
다만 A 전구와 B 전구가 켜지는 전체 빈도는 2:8로 일정하다.
만약 다음 10회 동안 어떤 전구가 켜질 것인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떻게 답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1. 모두 A 전구를 고른다.
2. 모두 B 전구를 고른다.
3. A 전구를 2번, B 전구를 8번 고른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요? 대부분의 사람은 3번을 골랐습니다. 각 전구가 켜지는 확률대로 고른 것이죠. 그러나 정답은 2번입니다. 1번을 고르면 2번, 2번을 고르면 8번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3번을 고르면 6.8번(80 % × 80 % = 64%, 20 % × 20 % = 4 %, 이 둘을 더한 68%)을 맞출 수 있습니다. 복잡한 계산 없이 더 많이 켜지는 전구를 고르는 것이 유리합니다.


즉 A라는 주식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20%, B라는 주식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80%라면 보통은 투자액을 2:8로 나누어 분산 투자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수학적으로는 B 주식만 몽땅 사는 것이 더 유리하죠. 인간의 직관에 반하는 결과입니다.


그럼 다른 문제를 풀어볼까요?


A단지에 빨간 공이 50개, 하얀 공이 50개 있다. 
그리고 B단지에도 공이 100개 있는데, 빨간 공과 하얀 공의 비율은 알 수 없다.
당신이 공을 뽑아 색을 맞추는 내기를 한다면, 어느 상자에서 공을 꺼내는 것이 더 유리할까?
1. A단지
2. B단지


대부분의 사람은 상자 안의 공 비율을 알고 있는 A단지를 골랐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률은 A단지나 B단지 모두 동일합니다. 이를 이른바 ‘엘스버그의 단지(Ellsberg’s jar)’실험이라고 하는데, 즉 인간은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상자를 더 선호한다는 것입니다. 잘 알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그렇지 않은 기업의 주식보다 선호하는 이유죠. 하지만 어느 주식이 오를지 모른다면, 사실 어디에 투자하나 결과는 동일합니다.

 

엘스버그의 역설. A 단지와 B 단지 중 어느 단지에서 공을 뽑아도 확률은 동일하다. 그러나 인간은 빨간 공과 하얀 공의 비율을 알고 있는 A 단지에서 공을 뽑으려고 한다. 이를 ‘출처의존성(source dependence) 효과’라고 한다. - shookrun.com 제공
엘스버그의 역설. A 단지와 B 단지 중 어느 단지에서 공을 뽑아도 확률은 동일하다. 그러나 인간은 빨간 공과 하얀 공의 비율을 알고 있는 A 단지에서 공을 뽑으려고 한다. 이를 ‘출처의존성(source dependence) 효과’라고 한다. - shookrun.com 제공

설령 무의미하더라도 최대한 가능한 정보를 확인해서 적용하려는 인지적 경향, 이른바 ‘위험 회피(risk aversion)’와 ‘프레임 효과(framing effect)’가 빚어낸 착각입니다. 관련도 없는 정보를 대입하고 정답의 근사치에 좀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입니다.
 

 

경험을 통한 원칙의 발견


왜 인류는 이렇게 비합리적일까요? 이는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인류가 진화하던 환경에, 로또도 주식시장도 없었기 때문이죠. 인간의 정신은 이러한 수학적 논리 과제를 잘 해결하도록 진화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흔한 사회적 상황에서는 아주 훌륭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복잡한 수학적 논리가 동원되는 상황에서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곤 합니다.


인간이 사용하는 논리적 판단 원칙을 이른바 ‘추단적 경험칙(heuristic)’이라고 합니다. 즉 일반적인 판단을 돕는 간단하고 경제적인 규칙이죠. 이는 아주 엄밀한 규칙은 아니지만 일상 생활에서는 아주 유용합니다. 여러 가지 경험칙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탐색과 중단’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이득의 예상치를 정한 후, 해당 해결책이 이러한 예상치에 도달하는 순간 탐색을 중단하는 것.


어렵군요. 예를 들어 볼까요? 당신은 사장인데, 일대일 면접을 통해서 직원을 채용합니다. 100명이 지원을 했는데, 차례대로 면접을 합니다. 한번 불합격시키면 그는 다시 채용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일단 채용하면, 면접을 기다리는 지원자는 자동 탈락입니다. 비현실적인 규칙 같지만, 사실 배우자의 선택이나 주택의 구입 등 많은 경우가 이런 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경우에 적용되는 ‘탐색과 중단’의 기준이 바로 37퍼센트의 원칙입니다. 100명의 지원자 중 37명을 면접한 후, 그 중 최고의 후보를 머리 속에 기억해 둡니다. 그리고 이후에 면접을 하면서 그보다 우수한 사람을 만나면 즉시 채용하는 것입니다.

 

직원 채용 문제를 해결하는 추단적 경험칙. 다른 말로 1/e (e는 자연수) 법칙이라고 하는데, 1984년 수학자 프란츠 토마스 브루스(Franz Thomas Bruss)가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이 원칙을 이용해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해오고 있다. - www.math.uah.edu 제공
직원 채용 문제를 해결하는 추단적 경험칙. 다른 말로 1/e (e는 자연수) 법칙이라고 하는데, 1984년 수학자 프란츠 토마스 브루스(Franz Thomas Bruss)가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이 원칙을 이용해서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해오고 있다. - www.math.uah.edu 제공

이외에도 수많은 경험적 추단칙이 제안되고 있지만, 다 알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가 일상 생활에 자신도 모르게 적용하고 있는 원칙들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이러한 비합리성은, 사실 제한된 자원과 시간 속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의도된 비합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주식 투자에는 별로 효과적이지 않습니다만.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2014)을 번역했고,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여성의 진화’(2017) 등을 저술했다.

연재신경인류학 에세이더보기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