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살면서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은?

2017년 04월 16일 09:00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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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가이자 시라큐스대학의 교수인 조지 손더스(George Saunders)의 졸업 축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나이든 사람이 되고 보니 젊은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돈을 빌려주거나 옛날식 춤을 추며 젊은이들을 웃기는 것 외에, 내가 이만큼 살고서 무엇을 후회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더군요.


내가 뭘 후회하냐고요? 돈을 잘 못 벌었을 때? 아니요. 힘든 직장에서 일했을 때? 이것도 아니요. 내가 입을 벌리고 수영하던 강에 똥을 샀을 때? 아니요. 심하게 아파서 여러 달 몸져누웠어야 했을 때? 아니요. 그러면 하키 게임에 출전해서 좋아하는 여성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상한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어찌저찌 우리 골대에 자살골을 넣었을 때? 이것도 아니에요.

 

이런 것들보다 가장 오래 후회되는 것은 중학생 때 만난 한 여학생에 대한 것입니다. 엘렌이라고하죠. 엘린은 전학을 왔는데요, 다른 아이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불안한듯 머리카락을 입에 물고 있었어요. 아이들이 놀려댔죠 머리카락 맛있냐고. 엘렌은 홀로 서성이고 있을 때가 많았고 나는 이런 상상을 하곤 했어요. 엘렌이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 엄마가 “학교 잘 다녀왔니?”라고 물으면 “네”,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그럼요”라고 대답하는 광경을요. 그러던 어느날 엘렌이 사라졌어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것이죠. 그걸로 끝이었어요.


사실 나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엘렌에게 친절한 편이었어요. 그럼에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엘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결국 내가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후회하는 순간들은 바로 내 앞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충분히 따듯한 말을 건내주지 못했을 때, 친절에 실패했을 때입니다(failures of kindness).”


실제로 사람들이 어떨 때 후회를 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학자들이 있다. 후회의 내용은 일/학업,관계, 취미활동 등 다양했고 연인, 친구, 가족관계 등 관계적인 후회가 제일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지만 반대로 일/학업에 대한 후회가 더 많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사회심리 및 성격 과학지(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후회의 빈도와 별개로 후회의 ‘강도’는, 성취나 일 관련 후회들에 비해 관계적 내용의 후회들이 대체로 더 강한 편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조건을 나누어 각각 삶 속에서 '가장 강하게 후회되는 일'들을 써보게 하거나 '보통인 후회', 또 '약한 후회'를 써보게 했다. 또는 후회되는 일 한 가지를 써보라고 한 후 이후에 그 내용이 일적인지 아니면 관계적인지 등에 따라 카테고리를 나누고 또 후회의 강도를 평가하는 작업을 했다. 그 결과 대체로 ‘강한’ 후회들에는 일보다는 주로 인간관계에서 일어난 일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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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과 학업 등 성취에 대해 후회하는 것 역시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거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데 해가 될 거 같다고 여기는 일일수록 후회의 강도가 강한 경향이 나타났다. 결국 표면적인 내용이 무엇이든 관계에 해가 될 것 같다고 여겨지는 일에 대해서 후회가 크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는 소속욕구가 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다양한 일들에서 후회가 대체로 더 심한 편이기도 했다.


후회는 우리가 어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반영으로 여겨진다. 함께 더불어 살고 그 안에서 사랑받는 것이 목숨만큼 중요한 사회적 동물에게 관계적 후회가 심한 건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손더스는 끝으로 80년 후에 만약 우리가 만난다면, 학생들은 100세가 되고 자신은 134세가 되어 만난다면 당신의 삶이 어땠는지 알려달라고, 그 때 “정말 원더풀했어”라는 말을 들려달라며 축사를 마쳤다.


늘 바쁘게 성취를 위해 달려가지만 가끔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어떻게 해야 후회스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같은 ‘큰 질문’들도 던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야 길을 잃지 않게 될테니 말이다.

 


※참고문헌
Lovell, J. (2013, July 31). George Saunders’s advice to graduates. The New York Times. Retrieved from https://6thfloor.blogs.nytimes.com/2013/07/31/george-saunderss-advice-to-graduates/?smid=tw-share&_r=0
Morrison, M., Epstude, K., & Roese, N. J. (2012). Life regrets and the need to belong.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3, 675-681.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시공사 제공
※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내 마음을 부탁해’가 출간됐습니다. "나를 아끼고 돌봐야지, 그렇고 말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그 심리학적 해답을 함께 알아가는 책입니다. 다친 내 마음을 돌보고 단련하게 도와줄 다양한 실천코너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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