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역사상 2차례, ‘소외된 질병’ 연구에 뛰어든 젊은 과학자

2017년 04월 12일 07:00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중동 풍토병인 메르스가 2015년 국내서도 발생한 것처럼 감염성 질환은 결코 일부 국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개발도상국의 감염병인 ‘열대성소외질환(NTDs)’을 연구하는 이유죠.”
 

지난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한국에서 역사상 두 차례만 발병한 희귀 감염병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를 만났다. 두 차례 중 한 차례는 반려동물에게서 나온 감염 사례다.
 

주인공은 국내 유일의 열대성소외질환 연구진을 이끄는 노주환 팀장(33·위 사진). 열대성소외질환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 등 저개발국에서 주로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을 의미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규정한 17개 열대성소외질환 중 그의 중점 연구 분야는 이름도 생소한 ‘리슈만편모충증(Leishmaniasis)’이다. 한국에서 2004년 강원도의 노인, 2013년 애완견에게서 발생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노 팀장은 “결핵, 말라리아, 에이즈 같은 3대 감염병은 ‘돈이 된다’는 이유로 세계적 제약사들이 앞다퉈 연구하지만 저개발국을 괴롭히는 열대성소외질환은 연간 10억 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와도 연구에 나서는 회사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리슈만편모충증은 아열대 지역에 사는 흡혈파리인 ‘모래파리’가 옮긴다. 모래파리가 리슈만편모충이라는 기생충을 가진 개를 문 뒤 사람을 물면 전파된다. 피부형에 감염되면 궤양을 일으키며 내장형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치료제 4종이 상용화됐지만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독성이 강하고 일부 지역에선 내성이 발견돼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가격도 비싸 저개발국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노 팀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저개발국의 문제였던 리슈만편모충증이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모래파리는 1년에 3개월 이상 15.6도 이상을 유지하는 지역에 서식한다. 지난해 연평균 기온 13.6도를 기록한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다.
 

연구진의 최종 목표는 독성이 약하고 약효는 뛰어나면서 값은 싼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 2013년 연구를 시작해 현재 약효를 갖는 유효 화학물질들을 발견한 단계다. 동물실험을 거쳐 치료 후보물질로 확인되면 인도에서 임상실험을 할 계획이다.
 

열대성소외질환은 여러모로 기회다. 축적된 연구가 적어 새로운 학문적 발견을 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오무라 사토시 교수도 열대성소외질환 중 하나인 사상충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노 팀장은 “지금은 소외된 질환이 20~30년 후에는 3대 질환에 속할지 모른다. 장기적 안목의 미래지향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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