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도마뱀은 어떻게 자기 고유의 무늬를 만들까?

2017년 04월 16일 18:00
이번 주 네이처(4월 12일자) 표지는 도마뱀 쥬얼드 라세타(Jeweled Lacerta)의 무늬 형성 원리를 수학으로 해석한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갈색 계열의 반점을 몸에 지니고 태어나는 쥬얼드 라세타는 태어난지 5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검정색과 초록색이 섞인 무늬가 나타납니다. 마이클 밀린코비치 스위스 제네바대 유전학과 인공자연진화실험실 교수팀은 쥬얼드 라세타 알을 직접 부화시켜 4년 동안 관찰하며, 이들이 얼룩말이나 표범과는 다른 방식으로 무늬를 형성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번주 네이처 표지는 쥬얼드라세타라고 불리는 도마뱀의 피부 무늬 생성 과정을 묘사했다. - Michel C. Milinkovitch 제공
이번주 네이처 표지는 쥬얼드 라세타라고 불리는 도마뱀의 피부 무늬 생성 과정을 묘사했다. - Michel C. Milinkovitch 제공
● 다른 동물의 무늬는 튜링방정식으로 설명 
 
그동안 많은 수학자와 과학자들은 표범의 점무늬, 얼룩말의 얼룩무늬, 호랑이의 줄무늬와 같은 동물 무늬 패턴의 규칙이나, 무늬 형성 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동물의 피부에서 이런 고유의 무늬가 나타나는 현상을 수학적,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설과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이런 수리생물학 분야에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입니다. 물론 튜링은 튜링 기계, 튜링 테스트, 자동연산장치(일명 에이스) 고안, 암호 해독과 같은 컴퓨터 과학 관련 업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1950년 초반에는 기계에서 손을 떼고 생물학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피부 색소에 해당하는 형태소가 하나라면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확산만 일어나기 때문에 프랑스 국기(A)처럼 단순한 패턴만 만들어진다. 그런데 형태소가 두 개면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면, 두 형태소가 확산하는 법칙이 다르기 때문에 물결 모양 등 다양한 무늬(C)를 만든다. - (주)동아사이언스(수학동아 2015년 3월호) 제공
만약 피부 색소에 해당하는 형태소가 하나라면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확산만 일어나기 때문에 프랑스 국기(A)처럼 단순한 패턴만 만들어진다. 그런데 형태소가 두 개면서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면, 두 형태소가 확산하는 법칙이 다르기 때문에 물결 모양 등 다양한 무늬(C)를 만든다. - (주)동아사이언스(수학동아 2015년 3월호) 제공
그 결과 1952년 튜링은 마침내 ‘형태 생성의 화학적 기초’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제목만 봐서는 내용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 논문에 따르면 유전자 안에 들어있는 ‘형태소’라는 세포 속 요소(피부 색소)가 서로 확산하고 반응한 결과, 동물 피부에서 다양한 무늬가 생긴다는 내용입니다.(관련 기사 ☞ 수학동아 2015년 3월호 나는 수학자다 앨런 튜링) 
 
튜링은 이렇게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형태소의 화학반응을 미분방정식을 이용해 설명했습니다. 튜링의 연구는 당시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튜링의 방정식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거치면 실제 동물 무늬를 재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후대에 이어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튜링의 연구만으로는 호랑이의 세로 줄무늬나, 제브라피시의 가로 줄무늬와 같이 특정 방향으로 형성되는 줄무늬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 도마뱀 무늬는 폰 노이만의 세포자동자로 설명 
 
그동안 많은 동물들의 무늬 형성 원리를 튜링의 방정식으로 설명해 왔습니다. 그런데 밀린코비치 교수팀이 주목한 쥬얼드 라세타 도마뱀은 조금 달랐습니다. 갈색 계열의 반점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태어난 지 5개월이 지나자, 무늬가 또렷해지는 것은 물론 색깔까지 변하는 모습을 보인겁니다.
 
갈색 계열의 반점을 지니고 태어난 쥬얼드 라세타 도마뱀은 서서히 무늬 색이 변하면서 검정색과 초록색 무늬가 나타났다. - Nature 제공
갈색 계열의 반점을 지니고 태어난 쥬얼드 라세타 도마뱀은 서서히 무늬 색이 변하면서 검정색과 초록색 무늬가 나타났다. - Nature 제공
이런 쥬얼드 라세타를 보고, 밀린코비치 교수는 튜링방정식이 아닌 헝가리계 미국 수학자 폰 노이만이 정의한 ‘세포자동자’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세포자동자란 컴퓨터를 이용해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이론으로, 격자칸 하나하나를 세포로 보는 일종의 모형을 말합니다. 이 세포들은 주변 세포의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세포의 상태가 변하는 알고리즘을 따릅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리아나 마누퀴안  스위스 제네바대 유전학과 인공자연진화실험실 연구원은 “쥬얼드 라세타의 성장에 따른 무늬 변화를 관찰할 결과 - 마치 몸속에 이런 세포자동자 시스템이 들어있는 것처럼 -  기준이 되는 세포를 중심으로 주변 무늬의 색이 달라져 이 도마뱀은 성장에 따라 새로운 무늬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습니다.  
 
● ‘세포’아닌 ‘비늘’에 초점 
 
실제 쥬얼드 라세타의 무늬를 확대해서 살펴본 사진. 초록색 비늘을 기준으로는 4개의 이웃하는 검정색 비늘을, 검정색 비늘을 기준으로는 3개의 이웃하는 초록색 비늘이 나타난 다는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 Michel C. Milinkovitch 제공
실제 쥬얼드 라세타의 무늬를 확대해서 살펴본 사진. 초록색 비늘을 기준으로는 4개의 이웃하는 검정색 비늘을, 검정색 비늘을 기준으로는 3개의 이웃하는 초록색 비늘이 나타난 다는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 Michel C. Milinkovitch 제공
연구팀은 세포 내 반응과 확산이 아닌, 도마뱀 피부 표면인 비늘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일반적으로 1개의 초록색 비늘을 기준으로 4개의 이웃하는 검정색 비늘이 나타났고, 반대로 1개의 검정색 비늘을 기준으로 3개의 이웃하는 초록색 비늘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쥬얼드 라세타의 무늬를 재현하기 위해 방정식을 세우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아래 그림과 같이 거의 비슷한 결과(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 쥬얼드 라세타의 무늬를 컴퓨터 화면에 옮겨 놓은 모습(위)과 세포자동자 이론을 활용해 개발한 밀린코비치 교수의 방정식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아래). 두 무늬는 거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 Nature 제공
실제 쥬얼드 라세타의 무늬를 컴퓨터 화면에 옮겨 놓은 모습(위)과 세포자동자 이론을 활용해 개발한 밀린코비치 교수의 방정식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아래). 두 무늬는 거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 Nature 제공
 
연구팀을 이끈 밀린코비치 교수는 “쥬얼드 라세타는 세포자동자 개념이 살아 움직이는 최초의 사례”라며 “이 연구를 통해 폰 노이만의 세포자동자 개념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진화 과정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자연적인 것임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doi: 10.1038/nature2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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