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 시대, 걱정을 사서 하는 기자의 무쓸모 칼럼

2017년 04월 16일 18:00

[과학기자의 문화산책]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을 보고

 

※ 이 칼럼은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줄거리 상의 스포일러는 없지만, 예민하신 분은 영화를 본 뒤 읽으시길 부탁드립니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간혹 일부 택시가 차선을 물고 가는 행위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차선이 잘 나가는지 간을 보다가 들어가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눈 앞에 있으면 화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럴 때 이야기하곤 합니다. 택시 운행 중에 LKAS(차선유지보조시스템)를 의무로 탑재,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고요(실제 워딩은 좀더 과격하긴 합니다ㅋ).

 

1886년 카를 벤츠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와 관련된 특허를 낸 이래 자동차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더 빠르게, 더 튼튼해지는 중입니다. 에어백을 장착하고, 프레임을 강화하고, 충격이 운전자가 아닌 차체에 흡수되도록 설계하고….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수많은 기술들이 자동차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곧 운전자 없이도 자동차가 도로를 달릴 날이 머지 않았다고 합니다. 운전을 못하거나, 어려웠던 사람들에겐 기쁜 소식입니다만, 과연 좋은 일일까요? 4월 12일 개봉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하 분노의 질주)’의 한 장면을 보면 이게 과연 좋기만 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테러리스트의 손에 조종되는 자동차 수천 대

 

“장담하건데 누구도 이건 준비 못하지(One thing I guaranty no one’s ready for this).”

 

사이퍼(샤를리즈 테론 역)의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뉴욕 시내의 자동차들이 움직입니다. 주차된 차가 움직이기도 하고, 운전자가 탄 채 잠시 정차 중인 차가 움직이기도 합니다. 승객을 태우고 있던 택시가 멋대로 움직여 택시 기사가 차를 탈출하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자동차의 자율주행프로그램이 테러리스트에 의해 해킹됐기 때문입니다.

 

비가 올 시간입니다~(경쾌) - 영화인 제공
비가 올 시간입니다~(경쾌) - 영화인 제공

 

분노의 질주에서 사이퍼의 손끝 움직임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자동차 씬은 단연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예고편에서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잠수함과 자동차의 경주(?) 씬보다 더 좋습니다. 비가 올 시간이라는 말과 함께 다층 주차장에 있던 자동차가 떨어져 내리는 장면쯤 되면 예술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입니다.

 

분노의 질주 속 액션 신에 대해 잠시 예찬을 했습니다만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일입니다. 갑자기 내 자동차가 제멋대로 움직일 때 대체 일반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걸까요?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차선도 안전하게 잘 바꾸면서 운전자가 운전에 신경 쓰지 않아도 안전하고 빠르게 목적지로 데려다 준다고 믿었던 자동차가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함부로 움직일 때의 공포감은 마치 ‘귀신 들린 자동차’를 보는 기분일겁니다.

 

 

혼자서 알아서 움직이는, 신기한 ‘자율주행자동차’는 이제 어지간한 기술 개발은 끝났고 얼마나 현실에서 가능한지 테스트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이나 싱가폴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운영을 하는 중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실제 도로주행이 가능해지면서 시험 운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당연하게도(?) 여러 사고를 내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자율주행차의 소프트웨어는 결국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며, 수시로 업데이트가 된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테러리스트의 해킹을 얼마나 막을 수 있느냐도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논하는데 중요한 사안이 될 겁니다. 영화 속에서도 관련 대사가 등장합니다. 리콜 이전의 자동차는 모두 조종할 수 있다고요. 불행 중 다행인 거겠죠? 적어도 각 자동차 회사에서 문제를 깨닫고 해커가 침범할 수 없도록 리콜을 시행했다는 거니까요.

 

● 사소한 도우미 기능에서도 걱정

 

해커의 손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기능 말고도 기자가 사서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지난해 남편와 대화하다 사회 초년생에게 쌍용 티볼리가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메리트, 디자인, 생각보다 넓은 실내 공간과 함께 초보운전자들에게 차선유지보조시스템(LKAS)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다른 걱정도 들었습니다. ‘갓 포장된 도로는 차선이 매우 깔끔하게 그려졌지만 오래된 도로나 공사 중인 도로에서는 과연 LKAS가 어떻게 작동할까?’하고 말이지요.

 

LKAS 뿐만이 아닙니다. 오늘날 자동차에는 운전자의 운전을 돕는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을 통틀어 주행보조시스템(ADAS)이라고 합니다. 장애물이 있을 때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AEB라든가, 고속도로를 주행할 때 가속 페달을 밟지 않거나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선을 따라 일정 속도로 계속 주행하게 하는 슈퍼크루즈 등이 그런 기능입니다. 그 외에 자잘하게는 자동차 근처에 장애물이 있으면 신호를 울린다든가, 신호등이 바뀌면 알림이 울린다든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많은 기능이 있습니다. 덕분에 조금 서툰 운전자도 안전하게 도로를 달릴 수 있지요.

 

그런데 과연, 이 기능들이 항상 안전하게 작동할까요?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지난해 5월 미국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차가 흰색 트레일러를 하늘로 인식해 그대로 들이 받은 겁니다. 자율주행차에 탑승하고 있던 운전자가 전방주시 의무를 태만했기 때문에 큰 사고로 번지기도 했지만, 결국 차량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수준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처음 질문을 던졌던 LKAS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차선을 지우고 새로 그린 도로에서 LKAS는 어디까지 똑똑하게 인식할까요? 지금은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차체를 제어하는데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만 미래에는 운전자의 상태에 따라 프로그램에게 운전을 맡길지, 사람에게 운전을 맡길지 결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사고 가능 상황에서 최종 판단을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요?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운전자? 아니면 프로그램?

 

단순히 올해와 내년만 봐도 수많은 운전자 보조 프로그램 상용화가 눈앞에 있습니다. 이미 자율주행으로 써킷을 달리고 있는 아우디는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아우디 써밋에서 시속 60㎞ 이하 상황에서 시행되는 자율 주행 기능 ‘트래픽-잼 파일럿’을 공개합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지루한 상황을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만드는 현대모비스는 2019년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선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HDA2 기술을 선보인다고 예고했습니다.

 

자동차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발전은 운전대를 꽉 잡고 온 신경을 운전에만 집중해야만 했던 인간에게 조금씩 여유를 주고 있지요. 하지만 정말 모든 것을 소프트웨어에 맡길 날이 올까요? 그 때 인간은 자신들의 안전에 대해 얼마나 확신을 하고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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