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그건 정말 나쁜 일일까?

2017년 04월 22일 07:30

감정에는 아주 유용한 기능이 있다. 바로 지금 우리 삶의 상태가 어떤지 알려주는 기능이다. 긍정적 정서는 삶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신호인 반면 부정적 정서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경고해주는 기능을 한다.


예컨대 화나 공포 같은 정서의 경우 뭔가 위협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내가 싸워볼만한 대상인 경우 공격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화를 느끼고 싸우기보다는 빨리 도망쳐야 하는 위협인 경우는 도망을 유발하는 공포를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역겨움의 경우 상한 음식이나 바퀴벌레 같이 더러운 무엇에 특화되어 나타나는 감정으로써 주로 ‘감염의 위협’을 막는데 특화되어 있다.


이런 식으로 특히 부정적 정서는 ‘위험해!!’라며 알람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 이런 부정적 정서가 없다면 나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을 시기적절하게 막기 어려울 것이며 위험한 대상을 보고도 즉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바퀴벌레가 앉아있던 음식도 별 불편함 없이 먹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학자들은 부정적 정서는 생존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오경보(false alarm)가 많다는 것이다. 돌덩이를 지뢰로 오인하는 건 괜찮지만 지뢰를 돌덩이로 오인하는 건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때로는 큰 문제가 없는데도 삐용삐용 알람을 울려댄다.

 
또한 게으른 주인(인간)으로 하여금 즉각 행동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호들갑의 정도가 심한 편이다. 조금 위험해도 ‘저기 좀 위험한데..’가 아니라 ‘으아아ㅏㄱ앙ㄱ 위험해!!! 늑대가 나타났다!!’라는 식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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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보다 나쁜 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비슷한 종류의 사건일 때 긍정적 정서에 비해 부정적 정서의 강도가 더 심하며 더 오래가고 주의도 더 잘 뺏는 등 부정적 정서의 영향이 지배적인 현상을 부정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한다. 즉 우리는 기본적으로 좋은 일보다 나쁜 일들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Rozin & Royzman, 2001).


일례로 10만원 생겼을 때의 기쁨보다 10만원 없어졌을 때의 슬픔이 더 큰 현상이 나타난다. 또한 감각적 레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예컨대 온도도 5도 오른 거보다 5도 떨어진 걸 더 크게 지각한다고 한다.


쇼펜하우어는 고통(pain)은 확실히 느끼지만 고통없음(painless)은 확실히 느껴지지 않는 무엇이라고 언급했다. 예컨대 목마름이나 배고픔은 확실히 느끼지만 그것이 만족되고난 후에는 그저 입 안에 음식이 잔뜩 들어있다는 느낌일 뿐 그 고통과 대칭되는 크기의 기쁨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고 해서 룰루랄라 행복한 건 아니지만 꺼지면 큰 짜증이 몰려온다. 숨을 잘 쉬고 있을 때에도 숨이 막히는 고통과 정반대 크기의 기쁨을 계속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배고픔, 목마름, 대소변이 급할 때, 숨이 막힐 때 등 고통은 구체적인데 이게 채워졌을 때의 기쁨은 두루뭉실한 만족감 정도이고 덜 구체적이다.

 


힘세고 오래 가는 부정적 정서


또한 전반적으로 즐거웠던 일보다 안 좋았던 일이 더 오래 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컨대 칭찬 받을 땐 잠깐 좋고 마는데 욕을 들으면 며칠씩 화가 나기도 한다. 기쁨은 한 번 올라갔다가 언제 기뻤냐는 듯 빨리 줄어들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반면 부정적 정서는 이런 ‘적응(adaptation)’이 비교적 덜 일어난다. 어떤 일로 1년 내내 기뻐하는 일은 드물지만 1년 내내 슬퍼하는 건 가능하다.


또한 좋은 일과 나쁜 일 여러가지가 함께 섞여있을 때 주로 나쁜 일이 큰 영향을 발휘하곤 한다. 하루 일과가 그럭저럭 잘 풀리고 계속 좋았어도 한 번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그 날은 재수가 없는 날이 된다. 맛있는 음식에 꾸리꾸리한 이상한 맛을 하나 첨가하면 그 음식은 더 이상 맛있는 음식이 아니게 된다.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에 작은 바퀴벌레가 한 마리 올라가 있을 경우 피자 전체를 내다버리기도 한다.


사람의 성격을 판단할 때도 그렇다. 원만하고 유능하고 유머러스한데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 등 어떤 사람을 설명하는 특성 10개 중 9개가 좋아도 한 개가 안 좋은 내용이라면 안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같은 단위의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의 힘이 훨씬 큰 것이다.

 

GI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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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일이 더 눈에 잘 띈다


또한 부정적 정보는 ‘주의’ 또한 잘 끈다. 여러 표정의 얼굴을 섞어 놔도 유독 ‘화난’ 표정 같은 부정적 신호를 빨리 잘 찾아내는 경향이 나타난다. 또한 여러가지 좋은 말들과 평범한 말들 속에서 ‘욕’ 같은 부정적 언어를 유독 잘 찾아내는 경향이 나타난다.


‘행복한 가정들은 비슷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들은 서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불행하다’는 말처럼 많은 문화권에서 긍정적인 상태를 표현하는 말들보다 부정적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 훨씬 많고 구체적인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똑같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다양하게 일어나도 주로 부정적 사건과 부정적 정서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을 보이는 사람들은 각종 상황, 물체, 사람 등에게서 좋은 점과 안 좋은 점들이 섞여있을 때 안 좋은 점만 유난히 크게 지각하는 인지적 왜곡의 정도가 더 심하다. 

 


그건 정말 나쁜 일일까?


실패했다는 좌절감이 느껴질 때에도 실은 오경보이거나 작은 문제를 부풀려서 과하게 반응하는 경우일 수 있다. 화가 나는 사건 역시 그렇다. 불필요한 반응인 경우가 존재한다. 내 삶에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많은 거 같고 인생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에도 곧장 좌절에 빠지기 전에 혹시 나쁜 일들을 더 크게 지각하는 과한 반응이 아닌지(그럴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감정은 본능적으로 발생하지만 그걸 최종 ‘경험’하는 건 우리의 해석 여부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흥분 상태일 때 앞에 매력적인 이성이 서있으면 ‘반했다’라고 해석하지만 무례한 사람이 있을 경우 ‘화났다’가 된다. 긴장의 경우도 ‘혹시 조금 신난건가?’라고 물어보는 것 만으로 살짝 신난 듯이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감정의 존재를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이되 과대해석 하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보도록 하자.

 


※ 참고문헌
Rozin, P., & Royzman, E. B. (2001). Negativity bias, negativity dominance, and contag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5, 296-320.

 

※ 필자소개
지뇽뇽. 연세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적인 심리학 연구 결과를 보고하는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jinpark.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과학동아에 인기리 연재했던 심리학 이야기를 동아사이언스에 새롭게 연재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한 주를 건강하게 보내는 심리학을 다룬 <심리학 일주일>을 썼다.

 

시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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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작소개
과학동아와 dongascience.com의 인기 작가, ‘지뇽뇽’의 신작 ‘내 마음을 부탁해’가 출간됐습니다. "나를 아끼고 돌봐야지, 그렇고 말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그 심리학적 해답을 함께 알아가는 책입니다. 다친 내 마음을 돌보고 단련하게 도와줄 다양한 실천코너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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