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29) 유니콘과 신기루 그 어딘가에서…

2017년 04월 27일 16:00

유니콘(Unicorn, 一角獸)은 흰색 말의 모습을 하고 산양을 수염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마에 뿔 하나가 달려 있다는 상상의 동물을 부르는 이름이다. 기원전 그리스의 문헌에 등장했을 정도로 서구 문화권에서는 그 역사가 깊다. 힘과 순결을 상징하지만, 중세 유럽의 전설이나 우화에서는 너무나 잔혹하고 위험한 맹수로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엔 유니콘이 원래 의미인 상상의 동물을 지칭하는 경우보다 ‘아주 귀하고 진기한 무엇’이라는 확장된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는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기업가치가 약 1.1조원($ 1B)을 넘어선 성공적인 스타트업 또는 벤쳐기업을 의미하는 경우다. 

 

벤처 투자와 관련하여 유니콘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쓴 애일린 리의 테크크런치 기고문
벤처 투자와 관련하여 유니콘이라는 표현을 처음으로 쓴 애일린 리의 테크크런치 기고문

2013년 11월 미국의 유명한 벤처캐피탈리스트 애일린 리(Aileen Lee)가 테크크런치에 기고한 ‘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에, 2003년 이후 미국에서 총 39개 기업이 $1B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 클럽을 이루었다고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39개라는 숫자가 당시 벤쳐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약 0.07% 정도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를 표현하기에 유니콘은 딱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그 후 유니콘은 아예 업계의 공식적인 용어가 되었고, 나중엔 약11조원($10B) 이상의 기업가치를 받는 기업들이 많아지자 뿔이 10개라는 의미를 가진 데카콘(Decacor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회사들이 유니콘으로 분류되는가가 궁금할텐데, 이는 테크크런치가 운영하는 유니콘 리더보드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 4월 5일 기준으로 기업가치 약 70조원의 우버를 시작으로, 샤오미, 에어비앤비, 위워크, 스페이스X 등 잘 알려진 업체들을 포함해 총 224개 업체가 유니콘 클럽으로 분류되어 있다.

 

2009년 이후 2016년 말까지 분기별 유니콘의 누적 숫자 도표(Exit 한 유니콘도 포함)
2009년 이후 2016년 말까지 분기별 유니콘의 누적 숫자 도표(Exit 한 유니콘도 포함)

주목할 것은 10위 안에 샤오미 이외에도 알리페이(ANT Financial), 택시 앱인 디디츄싱, 금융서비스인 루팍스 (Lufax), 지역 정보 서비스인 Dianping.com 등 5개의 중국 업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224개 중에서는 중국 업체가 총 62개(약 28%)를 차지해, 중국은 113개(약 50%)를 차지한 미국 다음으로 유니콘이 많은 나라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 업체로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유니콘들인 쿠팡(약 5.5조원)과 옐로모바일(약 4.4조원) 두 곳이다. 1.1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모바일 중고거래 서비스 머카리(Mercari) 단 하나 밖에 없는 일본보다는 많지만, 8개 기업이 리스트에 오른 인도보다는 훨씬 작은 숫자다.


그런데 언뜻 화려해 보이는 이들 유니콘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도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테크크런치의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성공적인 엑싯 (exit, 상장 또는 매각)을 한 유니콘은 페이스북,  알리바바, 스냅챗, 트위터 등 총 47개가 있다. 그 중에는 징가, 그루폰, 렌딩클럽, 고프로처럼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반토막 이하로 줄어든 경우도 많지만, 상장 직전의 기업가치 기준으로 보면 거의 대부분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중이다.

 

1위 유니콘 업체이나 천문학적인 적자와 각종 스캔슬로 위기설이 돌고 있는 우버의 CEO 트래비스
1위 유니콘 업체이나 천문학적인 적자와 각종 스캔슬로 위기설이 돌고 있는 우버의 CEO 트래비스

문제는 상장이나 매각이 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유니콘들 중 일부가 부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중국자회사를 제외하고 약 7.2조원의 순매출을 올렸지만, 3.1조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우버가 그 대표적인 예다. 각종 스캔들과 소송에까지 휘말린 상태라, 위기설이 실리콘 밸리에서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 두 유니콘들에게도 비슷한 양상으로 적용되고 있다. 쿠팡은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5000억대 중반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5년 477억원의 영업손실 이후 2016년에 흑자 전환을 단언했던 옐로모바일은 무형자산의 상각과 손상차손으로 인해 2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트업ㆍ벤쳐기업이 적자를 실현하는 것은 충분히 용인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사업모델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받는 창업자 혹은 초기 투자를 한 투자자의 의지에 따라 너무 성급하게 기업가치가 올라간 경우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로 귀결될 수도 있다. 한 때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가 지난해 초 파산신청을 한 영국의 모바일 커머스 업체 포와(Powa)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폭주하는 가치평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벤쳐캐피탈리스트의 충고가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폭주하는 가치평가를 경계해야 한다는 벤쳐캐피탈리스트의 충고가 등장하는 미국 드라마 '실리콘 밸리' - HBO 제공

그런 의미에서 HBO에서 시즌 3까지 방영하여 큰 반향을 일으킨 코미디 드라마 ‘실리콘 밸리’의 한 장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을 창업한 주인공이 거액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투자를 받으려 하자, 한 벤쳐캐피탈리스트가 ‘전형적인 폭주 가치평가’(Classic runaway valuation)라며 ‘그에 부응하는 실적을 못 보여 다음 투자 유치 시에 가치평가가 낮아지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직설을 퍼붓기 때문이다.


엄청난 기업가치로 상장까지는 성공했으나 보유 지분의 매각제한이 걸려 있는 상태에서 2001년 9월 닷컴 버블이 꺼지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는 스타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2008년 영화 ’어거스트’(August)도, 같은 맥락에서 유니콘을 지향하는 모든 창업자들과 벤처투자자들이 반드시 봐야할 작품으로 추천하고 싶다.

 

2001년 9월 시장 붕괴 직전의 상황에서 한 젊은 벤처기업가의 몰락을 그린 영화
2001년 9월 시장 붕괴 직전의 상황에서 한 젊은 벤처기업가의 몰락을 그린 영화 '어거스트'

앞서 말했던 것처럼 유니콘은 힘과 순결을 상징하지만, 너무나 잔혹하고 위험한 맹수로도 자주 등장했다는 점을 창업자나 투자자 모두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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