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은 왜 자꾸 풀릴까?

2017년 05월 08일 14:00
황금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5월은 늘 ‘빨간 날’이 많아 마음이 붕붕 뜨곤 합니다. 더구나 이때면 완연한 봄에 접어들면서 날도 좋아져 가족과 함께 가까운 공원만 가도 좋지요. 공원나들이엔 ‘운동화’가 제격입니다. 대부분 운동화는 양쪽으로 구멍난 곳을 끈으로 엮어 여러 모양의 끈으로 매듭을 만들어, 경우에 따라 꽉 조이거나 때론 헐렁하게 만들어 신습니다.  
 
신발끈은 왜 자꾸 풀릴까? - GIB 제공
신발끈은 왜 자꾸 풀릴까? - GIB 제공
 
그런데 종종 신발끈 끝자락을 밟은 일도 없는데, 신발끈이 저절로 풀릴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마다 ‘신발끈 안 풀리게 묶는 법’을 검색해, 되도록이면 천천히 신발끈이 풀리지 않도록 매듭을 만들곤 하죠. 걷다가 매듭이 풀리면 이래저래 불편하니까요. 그런데, 신발끈은 왜 풀리는 걸까요? 안 풀리게 묶는 법이 따로 있나요?
 
● 습관적으로 잘 풀리는 매듭을 만들어
 
우리가 무심코 묶는 신발끈 매듭에도 수학이 숨어있습니다. 완성된 리본이 신발과 어떤 각도를 이루느냐에 따라 매듭의 강도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연구는 매듭을 연구하는 수학자나 과학자를 통해 이어져왔습니다.
 
실제로 꽤 오래 전 한국수산과학회 학술지(1976년, vol.9)에는 어망을 만들 때 그물의 매듭을 어떤 각도로 지어야 매듭의 강도가 세지는지 연구한 결과가 실렸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매듭 짓는 방법으로는 바른매듭과 막매듭이 있는데(아래 그림 참조), 매듭을 이루는 두 끈의 각도가 100˚ 이하일 때는 바른매듭의 강도가 더 세고, 100˚ 이상일 때는 막매듭의 강도가 더 세다고 주장했습니다.    
 
막매듭(왼쪽)과 바른매듭(오른쪽). - GIB 제공
막매듭(왼쪽)과 바른매듭(오른쪽). - GIB 제공
 
또 미국의 사상가 데리 무어는 2005년 테드(TED) 강연에 나와, ‘신발끈 안 풀리게 묶는 법’을 과학적 이유를 곁들여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습관처럼 왼쪽끈으로 고리를 만든 다음, 오른쪽 고리를 뒤에서 앞으로 넘겨 매듭을 짓곤 한다(왼쪽). 하지만 이렇게 매듭을 만든 다음 신발을 살짝 양옆으로 당겨보면, 매듭이 신발이 놓인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오른쪽). 이는 약한 매듭에 속한다. - 염지현 제공
우리는 습관처럼 왼쪽끈으로 고리를 만든 다음, 오른쪽 고리를 뒤에서 앞으로 넘겨 매듭을 짓곤 한다(왼쪽). 하지만 이렇게 매듭을 만든 다음 신발을 살짝 양옆으로 당겨보면, 매듭이 신발이 놓인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오른쪽). 이는 약한 매듭에 속한다. - 염지현 제공
  1) 우리는 보통 습관적으로 왼쪽 끈으로 고리를 만든 다음, 신발의 앞코 방향으로 한 바퀴 돌려 매듭을 만들곤 합니다. 이때 만들어진 리본은 살짝만 잡아당겨도 신발과 수평을 이루면서 쉽게 풀립니다. 끈을 앞코 방향으로 돌릴 때, 고리를 신발 방향으로 같이 밀어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데리 무어는 “이렇게 리본이 신발과 수평을 이루는 것을 0˚, 리본이 신발과 수직을 이루는 것을 90˚라고 할 때, 리본이 신발과 이루는 각도가 90˚에 가까울수록 매듭의 강도는 지수함수와 같은 모양으로 증가해 단단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왼쪽끈으로 고리를 만든 다음, 오른쪽 끈을 앞에서 뒤로 감아 매듭을 지으면 더욱 단단한 매듭을 만들 수 있다(왼쪽). 실제로 1)번과 같은 방법으로 신발을 양쪽으로 살짝 당겨보면, 이 경우에는 매듭이 신발이 놓인 방향과 90˚를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교적 강한 매듭에 속한다. - 염지현 제공
그런데 왼쪽끈으로 고리를 만든 다음, 오른쪽 끈을 앞에서 뒤로 감아 매듭을 지으면 더욱 단단한 매듭을 만들 수 있다(왼쪽). 실제로 1)번과 같은 방법으로 신발을 양쪽으로 살짝 당겨보면, 이 경우에는 매듭이 신발이 놓인 방향과 90˚를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비교적 강한 매듭에 속한다. - 염지현 제공
 
    2) 따라서 매듭의 강도를 높이려면 왼쪽 끈으로 고리를 만든 다음, 앞에서 뒤로 방향을 바꿔 한 바퀴 돌려 매듭을 지어야 합니다. 이렇게 매듭을 지어 만든 리본은 아무리 잡아당겨도 신발과 리본이 90˚를 이루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는 단단한 매듭을 지을 수 있습니다.
 
● 나 몰래 신발끈 푸는 범인도 밝혀져
 
그런데 최근 아무리 단단하게 매듭을 지어도 결국엔 신발끈이 풀리고 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화제입니다. 올리버 오렐리 미국 UC버클리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신발끈이 스스로 풀리는 구체적인 과정을 밝히고, 그 결과를 ‘영국왕립학회보A’ 4월 12일자에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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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신발끈이 풀리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끈이 달린 운동화를 신은 사람이 트래드밀 위에서 뛰는 모습을, 초당 900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고속카메라로 촬영해 느리게 재생하며 사람의 뛰는 행동이 신발의 매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사람이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달리는 동안 신발끈이 풀리는 모습을 슈퍼슬로우모션 영상 기법으로 촬영했다. 그러자 완전한 상태의 매듭에 두 개의 강한 힘이 작용하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 UC Berkeley 제공
연구팀은 사람이 트레드밀(러닝머신)을 달리는 동안 신발끈이 풀리는 모습을 슈퍼슬로우모션 영상 기법으로 촬영했다. 그러자 완전한 상태의 매듭에 두 개의 강한 힘이 작용하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 UC Berkeley 제공
 
그 결과 연구팀은 사람이 발을 땅에 내디딜 때 신발 매듭이 느슨해진다는 점을 포착했습니다. 힘이 한쪽 방향으로 작용할 때 반대 방향으로 같은 크기의 힘이 작용하는데, 사람이 걷거나 뛰는 행동을 하면서 발을 땅에 딛는 순간 발생한 힘이 매듭이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력을 넘어 매듭을 헐겁게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발을 땅에 딛는 순간 발생하는 힘은 중력에 7배에 달하는 힘이었습니다. 다리를 앞으로 뻗을 때 ‘보이지 않는 손’이 매듭이 풀리도록 신발끈의 끝을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연구팀은 비교적 약한 매듭과 강한 매듭으로 알려진 다양한 매듭 방법으로 신발끈을 묶고 매듭이 풀리는 과정을 관찰했습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매듭을 지은 신발끈을 충돌하는 진동자에 연결해서 앞뒤로 흔들며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매듭의 종류에 상관없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같은 원리로 신발끈이 풀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데일리-다이아몬드 연구원은 “매듭에 직접 작용하는 힘과 매듭이 풀리게 만드는 끈 끝부분을 당기는 힘이 힘겨루기를 하다 끝부분을 당기는 힘이 커지면 매듭이 풀린다”며, “두 힘의 크기가 계속 같거나, 함께 작용하지 않는다면 신발끈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혀낸 원리가 매듭 구조를 가진 물체나 DNS 이중나선의 꼬임 등을 연구할 때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매듭이 풀리는 건 그저 자연의 이치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일어난 일임이 밝혀졌습니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매듭은 없다고 하지만 이왕이면 단단한 매듭을 만드는 방법으로 신발끈을 묶는다면, 생활이 불편을 조금은 더 덜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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