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카페] 미세먼지 줄이는데 식물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2017년 05월 02일 11:00

지난 주말부터 낮 기온이 갑자기 오르더니 오월 첫째 날인 오늘은 28도(서울)로 초여름 날씨다. 확 피었다가 순식간에 지는 벚꽃처럼 봄도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무척 아쉬워했을 텐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세먼지 나쁨’ 예보가 뜨니 봄을 완상할 기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문제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 3월 30일자에 중국발 미세먼지로 한국과 일본에서 매년 3만 여명이 사망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게다가 한반도 정세처럼 미세먼지 배출 문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돼 있다. 이견은 있지만 대체로 한반도 미세먼지의 절반은 외부(중국)에서 오기 때문이다.


물론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도 상당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대체에너지 개발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지만(조만간 독일을 제치고 태양광 발전 1위가 될 전망이다) 편리한 삶에 대한 욕구도 워낙 커 앞으로 미세먼지 배출이 늘지만 않아도 다행일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에 별 성과가 없는 것으로 보여 한동안은 이런 환경에서 살아야할 것 같다.


결국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외출할 때 마스크를 하거나 돈을 좀 들여 공기청정기를 장만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최근 집안에 공기정화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월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내에 식물을 둘 경우 미세먼지를 없애는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식물이 포름알데히드나 벤젠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소위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물질)을 없앤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산호수나 벵갈고무나무를 입자크기 2.5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초미세먼지(PM2.5)가 있는 방에 둘 경우 네 시간 만에 각각 70%, 67%가 줄어들었다고 한다(참고로 빈 방도 44% 줄어들었다). 물론 실내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공간을 고려하면 이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20제곱미터 거실에 중간 크기 화분 일곱 개는 둬야 한다) 아무튼 필자 집도 최근 벵갈고무나무 화분을 하나 들였다.

 

‘미세먼지 나쁨’이 일상화되면서 집안에 공기정화식물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실내 초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진 벵갈고무나무. - 강석기 제공
‘미세먼지 나쁨’이 일상화되면서 집안에 공기정화식물을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실내 초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진 벵갈고무나무. - 강석기 제공

수종에 따라 초미세먼지 흡수율 14배 차이


학술지 ‘사이언스’ 4월 28일자에는 도심의 나무가 미세먼지 제거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들을 소개한 기고문이 실렸다. 영국 왕립식물정원 캐서린 윌리스 박사와 옥스퍼드대 질리안 페트로코프스키 교수는 도심의 나무를 ‘자연자본(natural capital)’, 즉 직간접적으로 사람들에게 가치를 창출해주는 자연요소로 보고 논의를 전개한다.


즉 도심에 나무를 심으면 이산화탄소 저감과 열섬(heat island) 완화 효과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염물질을 줄이고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염물질, 특히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식물의 종류뿐 아니라 크기와 배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심지어 도심의 나무가 미세먼지를 정체시켜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중국 베이징임학대 연구자들은 지난해 학술지 ‘환경오염’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3년과 2014년 베이징 도심의 나무 분포와 미세먼지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실었다. 그 결과 수종에 따라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능력에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가운데 가장 문제가 되는 초미세먼지(PM2.5)를 보면 비술나무, 미국개오동, 목련, 물푸레나무, 소나무가 제거 능력이 뛰어난 반면 안개나무, 복숭아나무, 참죽나무, 주목, 굴참나무는 떨어졌다. 대표적인 가로수인 은행나무도 별로였다.


참고로 미세먼지는 잎 표면의 왁스층에 붙잡히거나 기공을 통해 식물체 안으로 들어가 쌓이거나 식물효소의 작용으로 다른 성분으로 바뀐다. 따라서 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뛰어난 식물을 많이 심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막상 그렇지도 않다. 예를 들어 단위면적에 최대한 많은 잎을 확보하려고 키가 큰 플라타너스를 조밀하게 심을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해 지면에 가까운 곳에 미세먼지가 정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나무는 간격을 두고 심어야 하고 가지치기를 많이 해줘야 한다. 한편 비가 오지 않으면 식물의 미세먼지 제거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26일 동안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잎이 미세먼지로 포화돼 더 이상 흡수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봄철 가뭄이 심각한 우리나라로서는 반갑지 않은 사실이다.


지난해 학술지 ‘도시 숲과 도시 녹화’에는 도심의 나무가 실제 오염물질을 얼마나 없앴는가를 정량적으로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연구자들은 미국 연방산림청이 개발한 i-Tree라는, 다양한 나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1년 동안 스트라스부르의 도심에 있는 나무들이 오염물질 88톤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이를 유형별로 보면 일산화탄소 1톤, 이산화질소 14톤, 이산화황 1톤, 오존 56톤이고 미세먼지(초미세민지 제외) 12톤, 초미세먼지 5톤이었다. 미세먼지(초미세먼지 제외)의 경우 도시 대기에서 발생한 양의 7%에 해당해 꽤 효과가 있었지만 다른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효과가 작았다. 도심에 나무를 심어 초미세먼지 저감에 획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도심의 가로수는 수종과 크기, 배치에 따라 미세먼지 제거 효과에 차이가 크다. - GIB 제공
도심의 가로수는 수종과 크기, 배치에 따라 미세먼지 제거 효과에 차이가 크다. - GIB 제공

외래곤충으로 나무 급감하자 질병사망률 늘어


도심의 나무가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극적인 효과가 없더라도 사람들의 건강에는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친다. 인구과밀과 소음 등 스트레스를 주는 환경인 도심에서 나무의 존재는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도심의 나무가 각종 질환의 위험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주거지의 나무 밀도가 높을수록 심혈관계 및 대사질환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은 블록(도시 구획 단위) 당 나무 열 그루만 더 심어도 의료비를 1만 캐나다달러(약 840만 원)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으로 나무가 줄어 사람들의 건강이 나빠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1990년에서 2007년 사이 미국의 1296개 카운티에서 총 1억 그루의 양물푸레나무가 사라졌는데 이 기간 동안 심혈관질환과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했다. 참고로 아시아에서 유입된 서울호리비단벌레, 즉 외래곤충이 이 지역의 저항력이 없는 양물푸레나무를 초토화시켰다. 도심 나무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55세 이상인 고령자들에게 더 크다고 한다.      

 

2016년 중국 베이징임학대 연구자들이 조사한 나무 28종 가운데 비술나무가 초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복궁에 있는 비술나무. - 위키피디아 제공
2016년 중국 베이징임학대 연구자들이 조사한 나무 28종 가운데 비술나무가 초미세먼지 제거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복궁에 있는 비술나무. - 위키피디아 제공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기고문에서 저자들은 나무를 심을 때 부정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먼저 꽃가루알레르기로 올봄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레르기 비염이나 피부염 등으로 고생했을 것이다. 서구의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가운데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생산자로는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메스키트, 플라타너스, 사이프러스가 있다.


한편 식물이 내뿜는 생물유래 휘발성유기화합물(BVOC)도 간과하기 쉬운 문제다. 식물체에서 나오는 기체는 다 사람과 환경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BVOC는 이소프렌이나 모노테펜 같은 탄소원자 5개 또는 10개로 이뤄진 분자로 대기 중 질소화합물과 반응해 오존을 생성한다. 서구 도시의 가로수 가운데 BVOC를 많이 만드는 종류로는 닛사나무, 포플러, 참나무, 아까시나무, 플라타너스 등이 있다.


저자들은 기고문 말미에서 “도심에 나무를 심는 건 분명 이득이 되지만 단점도 있다”며 “그 결과 도심에 심을 수 있는 나무의 목록은 상당히 제한적이고 때로는 미적 고려가 우선시 된다”고 언급했다.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널리 인기를 얻는 건 아름다워서이기 때문일까. 
  

 

※ 필자소개
강석기. 서울대 화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4권, 2012~2015),『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2014)가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2013), 『가슴이야기』(2014)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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