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테크무비] 300조원으로 만들어갈 애플의 미래는?

2017년 05월 09일 09:00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198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전세계는 이 전대미문의 급진적 실험이 의회를 통과할 것인지, 통과된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나라별로 세부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저성장으로 대변되는 ‘뉴노멀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입장은 같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혁안 내용을 담은 메모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혁안 내용을 담은 메모

그런데 이날 발표된 세제개편안이 사안 하나하나가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한 사안이 하나 있었다. 발표자료에 ‘외국에 있는 수천조원에 대한 1회성 과세’(One-time tax on trillions of dollars held overseas)라고 쓰여져 있던 이른바 ‘역송금세’(repatriation tax) 관련 부분이다.


이는 많은 미국 기업들이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 조세피난처 등에 해외 본사를 설립하고,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트럼프는 후보시절부터 미국 기업들의 천문학적인 해외 보유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와 재투자 혹은 분배하게 하기 위해, 현재 35%나 되는 역송금세를10%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번 발표에 정확한 세율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역송금세를 낮추겠다는 방향이 명확해지면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애플이다. 올1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애플이 보유한 현금은 약 300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256.8 B)인데, 그 중 무려 93%가 해외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6년 말 기준 미국기업의 해외보유 현금의 약 20%, 우리나라의 올해 예산의 7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애플 CEO 팀 쿡이 현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담은 마켓워치의 일러스트
애플 CEO 팀 쿡이 현찰을 들고 있는 모습을 담은 마켓워치의 일러스트

이 때문에 만약 애플을 비롯해 해외 보유 현금이 큰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시스코, 구글 등의 기업들이 미국 내로 현금을 가져올 경우,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도출되어 왔다. 지난 5월 5일 발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티그룹의 애널리스트 짐 수바(Jim Suva)의 ‘애플의 7개 잠재적 인수 대상에 대한 분석’도 그 중 하나다.


애플이 해외에서 현금을 가지고 들어와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려 한다면 그 효과는 너무 느리게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통한 기업가치의 증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짐 수바의 논리다. 그 과정에서 그가 인수합병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분석한 7개 회사들의 면면은 미디어들과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선 미디어 분야에서 월트디즈니(시가총액 약 200조원), 넷플릭스(약 80조원), 훌루(디즈니-ABC·폭스·NBC유니버셜·타임워너가 공동 보유한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약 30조원) 등 세 업체가 선정되었다. 게임 분야에선 액티비전블리자드(약 50조원), EA(약 35조원), 테이크투(GTA·바이오쇼크 등을 출시한 미국 게임회사, 약 10조원) 등 세 업체가 포함되었고, 마지막으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약 55조원)가 이름을 올렸다.

 

씨티은행의 리포트에 포함된 애플의 7개 잠재적 인수 대상에 대한 가능성(X축) 및 애플 주가 증대 가능성(Y축) 분석
씨티은행의 리포트에 포함된 애플의 7개 잠재적 인수 대상에 대한 가능성(X축) 및 애플 주가 증대 가능성(Y축) 분석

이들 모두 각 분야에서 최고의 입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 지급하더라도 애플이 보유한 현금으로 충분히 인수 가능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짐 수바는 그 중에서도 넷플릭스가 전략적 적합성,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거래 규모, 비핵심 자산의 보유 여부, 애플 주가의 증대 가능성을 모두 고려했을 때 최적의 대상이라고 지목했고, 많은 이들이 이에 수긍하는 모습이다.


물론 끝까지 인수합병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겠지만, 정체되고 있는 하드웨어 부분의 성장성을 상쇄시켜줄 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을 인수합병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시장에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아이튠즈가 애플 생태계에만 제한된 플랫폼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개방형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매력도는 그 만큼 커보인다.

 

애플의 비츠 일렉트로닉스 인수 당시 양사의 경영진 모습
애플의 비츠 일렉트로닉스 인수 당시 양사의 경영진 모습

2014년 닥터드레 헤드폰으로 유명한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3조5000억원 정도에 인수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인수합병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애플은, 당연히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제 개편과 그에 따르는 정부·미디어·시민단체 등의 압박이 이어질 경우엔, 어느 시점에서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로보캅'에서 디트로이트를 장악한 악덕기업으로 등장하는 OCP

재미있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 등의 분야에서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보스턴 다이나믹스 등의 기업들이 종종 타이렐(Tyrell, ‘블레이드 러너’), 사이버다인시스템즈(Cyberdyne Systems, ‘터미네이터’ 시리즈), OCP(‘로보캅’ 시리즈), 웨이랜드-유타니(Weyland-Yutani, ‘에일리언’ 시리즈) 등 SF 영화 속에 등장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리는 기업들의 모델로 인식되어왔던 것과는 달리, 애플은 여전히 인류의 생활 방식을 혁신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최소한 미국 내에서는)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이번 기회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애플의 미래가 달라짐과 동시에 애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돈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지만,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가치전복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참고
SF영화에 등장하는 15개의 악덕 기업들

 

※ 필자소개
이철민. 학부에서 계산통계학을 전공하고 국내 IT기업들에 재직하다 미국 유수의 MBA과정에서 경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 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일했으며, 현재는 국내 사모펀드(PEF)에서 M&A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씨네21』, 『동아일보』, 『한겨레신문』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한 바 있으며, 저서로는 『인터넷 없이는 영화도 없다』, 『MBA 정글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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