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후유증, 극복하려면 이렇게!

2017년 05월 10일 09:00
문재인 19대 대통령 당선자. - 포커스뉴스 제공
문재인 19대 대통령 당선자. - 포커스뉴스 제공

 

22일간의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나고 제 19대 대통령이 선출되었습니다. 지지하던 후보가 당선되어 기쁜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 많은 분들은 낙심하여,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 것입니다. 사실 살짝 실망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몹시 걱정되고 불안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특히 이러한 심리적 트라우마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열렬한 지지자들에게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선거 후 스트레스의 원인


선거가 끝난 후에 많은 사람이 집단적으로 경험하는 불편과 불안을 흔히 선거 후 스트레스 혹은 선거 후 집단 트라우마라고 일컫습니다. 일반적으로 심리적 트라우마는 예상하지 못한 고통스러운 사건 이후에 경험하는 정신적 불편감을 말합니다. 보통 큰 지역을 휩쓴 전쟁이나 자연 재해 이후에 나타나죠. 물론 선거 후 스트레스는 이보다 강도는 덜합니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고통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죠. 지지 후보가 당선된 사람들은 환호를 지르며 기뻐합니다. 앞으로 5년간 그 ‘꼴’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죠.


선거판이 벌어지면 흔히 집단적 정체성이 형성되고, 이는 선거 기간을 거쳐서 점점 공고해집니다. 막연히 특정 후보에 대해 가지고 있던 호감은 시간이 지나며 강한 믿음으로 발전합니다. 자신의 후보에 대해 비난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자기 자신이 비난을 받은 것처럼 가슴이 쓰립니다. 자신의 후보가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우쭐해집니다. 이러한 과정은 선거가 있기 몇 달 전부터 시작되어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계속 고조됩니다.


또한 경쟁 후보에 대한 어렴풋한 비호감이나 불편감은 선거 기간을 거치면서, 단단한 혐오감과 분노로 커져 나갑니다. 지지 후보가 당선된 후에 찾아올 밝은 미래에 대해 상상하면서, 동시에 상대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찾아올 엄청난 파국에 대한 우려가 커집니다. 과거의 개인적 경험과 상처가, 이러한 집단적 정체성과 결합되면서 비극적 상상은 임박한 현실처럼 경험됩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Pax Ahimsa Gethen(W) 제공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Pax Ahimsa Gethen(W) 제공

무엇이 당신을 두렵게 하나요?


집단적 트라우마란 ‘자각하는 사회적 존재감을 위협하는, 갑작스러운 사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반응의 공유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사회적 혹은 도덕적 질서의 붕괴라고 할 수 있죠.

 

최근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많은 사람들에게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자, 많은 사람들은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캐나다로 이민을 가겠다고 한 사람들이 넘쳐났고, 미 연방에서 캘리포니아가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도 있었죠. 아마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되어도, 역시 미국 시민의 절반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것입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고대하던 많은 지지자들은 아마 심리적 허탈감과 무력감을 느꼈겠죠. 보다 과격한 방식으로 선거 결과를 부정하려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선거 트라우마가 잘 치유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입은 사람들은 위로를 받지 못합니다. 자신의 편이 사회적 소수에 불과하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뿐 아니라, 반대편이 축배를 들고 춤추는 모습을 지켜봐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꺼버리고, 친구들도 만나지 않으려 합니다. 일부는 부정 선거 가능성을 들먹이며 당선자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죠. 득표율 차이가 적으면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집니다. 심지어 이민이라도 가버리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각각 고립, 부정, 회피의 심리적 방어 기전입니다. 
 

미합중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득표율은 39%에 불과했다. 노예제를 찬성하던 민주당이 둘로 분열되는 덕에, 공화당 후보 링컨은 어부지리로 승리할 수 있었다. 미국 역사상 40%이하의 득표를 받은 유일한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시 미국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링컨은 결국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 Alexander Gardner(W) 제공
미합중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 당시 득표율은 39%에 불과했다. 노예제를 찬성하던 민주당이 둘로 분열되는 덕에, 공화당 후보 링컨은 어부지리로 승리할 수 있었다. 미국 역사상 40%이하의 득표를 받은 유일한 대통령으로, 사실상 당시 미국에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러나 링컨은 결국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 Alexander Gardner(W) 제공

사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마음 속 괴물입니다. 지지 후보를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구원자로 믿었기 때문에, 경쟁 후보를 천하의 악당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그 천하의 악당이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천하의 악당도 아니고, 세상의 구원자도 아닙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출된 5년 임기의 선출직 공무원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쉽게 세상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탄핵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지지 후보의 포스터를 보면서, 우리는 그 뒤에 비치는 ‘나’의 정체성을 바라봅니다. 그의 과거는 ‘나’의 과거, 그의 미래는 ‘나’의 미래처럼 여겨집니다. 지지 후보의 낙선은 마치 자기 삶의 실패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간 듯, 아주 고통스럽습니다. 

 


선거 후 트라우마의 치유


사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은 결과에 상처도 받지 않습니다. 투표도 안 하죠. 당신의 고통은 당신이 그만큼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시민이었다는 증거입니다.


심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합니다.


1. “잊어버리자. 게임은 끝났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선거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지지하던 후보는 낙선했습니다. 결과는 바뀌지 않습니다. ‘확! 이민이라도 가겠다’는 식의 대응보다는, ‘싫지만 5년 정도라면 견딜 수 있다’는 정도의 태도만 되어도 합격입니다.


2. “지지하던 후보와 나는, ‘다른’ 사람이다”
물론 정책과 비전에 공감했겠지만, 전적으로 의견이 같았던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지지 후보에게 던져둔 ‘나’의 일부를 다시 가져와야 합니다. 그는 선거에 패배했지만, ‘내’가 패배한 것은 아닙니다.

 

3. “여전히 친구와 만나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승자들의 잔치가 꼴 보기 싫어서 숨어버리지 마십시오. 그들은 물론 자축할 권리가 있지만, 나를 집안에 처박아 둘 권리는 없습니다. 선거는 끝났고, 내 삶은 계속 됩니다.

 

 

에필로그


이 글은 선거일 한참 전, 4월 26일에 미리 적어 둔 것입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될 지 미리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특정 후보의 지지 혹은 반대의 입장에서 쓴 글이 아닙니다. 저도 좋아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지만, 낙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뭐. 어찌 되더라도 지금처럼 대통령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 참고문헌
강석훈 등., 2015. 재난과 정신건강, 서울 : 학지사. Available at: http://www.riss.kr/link?id=M13771384.
Wilson, J.P., 2007. The Lens of Culture: Theoretical and Conceptual Perspectives in the Assessment of Psychological Trausma and PTSD. In Cross-cultural assessment of psychological trauma and PTSD. Springer, pp. 3–30.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대처하는 12단계 프로그램. Nicholas Kristof, New York Times: Nov. 17, 2016. Available at: https://www.nytimes.com/2016/11/17/opinion/a-12-step-program-for-responding-to-president-elect-trump.html?_r=0
집단적 정체성의 불행한 부작용, 집단적 트라우마. Neha Thirani Bagri, Quartz: Jan. 20, 2017. Available at: https://qz.com/889753/trump-inauguration-collective-trauma/ 
선거 후 스트레스의 극복. Julie Beck, the Atlantic: Nov. 10, 2016. Available at: https://www.theatlantic.com/health/archive/2016/11/how-to-cope-with-post-election-stress/507296/

 

※ 필자소개

박한선.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 전문의. 경희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대부속병원 전공의 및 서울대병원 정신과 임상강사로 일했다. 성안드레아병원 정신과장 및 이화여대, 경희대 의대 외래교수를 지내면서,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정신장애의 신경인류학적 원인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호주국립대(ANU)에서 문화, 건강 및 의학 과정을 연수하고 있다. '재난과 정신건강(공저)'(2015), ‘토닥토닥 정신과 사용설명서’(2016) 등을 저술했고, '행복의 역습'(2014), ‘여성의 진화’(2017)를 번역했다.

연재신경인류학 에세이더보기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관련기사

인기기사

댓글

댓글쓰기

지금
이기사
관련 태그 뉴스